중국도 집콕이 대세..'춘절 연휴' 유동인구 대폭 줄어
유동인구, 지난해보다 큰폭 줄어
"코로나19 어서 지나가 다시 예전처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10일 오전 10시께 중국 수도 베이징 다씽구의 롱후이 지역에 아연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속출로 지난 20여일 간 이어졌던 주거단지 봉쇄식 관리가 해제되자, 갇혀지냈던 주민들이 일제히 밖으로 나와 자원활동가 등을 얼싸 안고 함박 웃음을 터뜨렸다. <신경보>는 방역당국 관계자의 말을 따 “봉쇄 해제 이후에도 출입증이 있어야 주거단지 진출입이 가능하며,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하루 2차례 발열검사 등 개인 방역활동은 지속돼야 한다”며 “외출과 모임을 자제하고, 베이징을 벗어나서도 안된다”고 전했다.
최대 명절인 춘제(설)를 앞둔 중국이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난 연말부터 산발적인 코로나19 재확산이 이어져 온 터라, 귀향 인파가 큰 폭으로 줄어든 탓이다. 방역당국이 연초부터 대대적으로 선전한 ‘거주지에서 명절 보내기’ 운동의 효과다.
춘절 연휴(11일~17일)를 하루 앞둔 10일 <중국중앙방송>(CCTV)은 국무원 연합방역기구의 자료 내용을 따, 전날 중국 전역의 유동인구는 모두 1999만7000명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철도 이용객이 446만1천여명이었으며, 나머지는 각각 △땅길(1452만여명) △물길(33만3000여명) △하늘길(68만3000여명)을 이용했다.
앞서 중국 교통운수부는 춘제를 전후로 한 인구 대이동에 대비한 ‘춘윈’(춘절 특별운송 기간)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올 춘윈 기간 동안 연인원 11억5200만명, 하루 평균 2880만명이 차량·열차·항공편 등을 이용해 여행길에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교통운수부 쪽은 “지난 2019년과 견줘 60% 이상 줄어들었으며, 코로나19 사태가 막 시작됐던 지난해 춘윈(1월10일~2월18일) 때 유동인구(14억8000만명)와 견줘도 20% 남짓 줄어든 수치”라고 밝혔다. 춘윈은 춘제를 전후로 40일 동안 이어져, 올해는 오는 3월8일 종료된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9일 하루 중국 전역에서 새로 발생한 확진자는 모두 14명이다. 상하이 6명과 저장성 3명 외에 톈진·장쑤·푸젠·쓰촨·산시성 등에서 각 1명씩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모두 해외 역유입 사례다. 지난 6일 지린성에서 확진자 1명이 나온 이후 중국 본토에서 지역발생 확진자는 없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허베이·헤이룽장·지린성 등지를 중심으로 산발적으로 꾸준히 이어졌던 재확산세가 2월 들어 한풀 꺾인 모양새다.
그럼에도 지난달부터 일찌감치 시작된 ‘거주지에서 명절 보내기’ 운동이 대세로 굳어지면서, 유동인구는 큰 폭으로 줄었다. 방역 기준이 대폭 높아진 것도 이런 분위기에 힘을 실었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달 27일 통지문을 내어 춘제 기간 귀향하는 사람은 현지 도착 7일 안에 발급받은 핵산검사 음성 증명서 소지를 의무화했다. 또 현지에 도착해선 14일 간 가급적 외출과 모임을 자제하고, 건강상태를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현지 도착 7일째와 14일째 각각 한차례씩 추가 핵산검사를 받아야 하며, 이 기간 동안 발열 기침 감각 둔화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각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도록 했다. 위생건강위 쪽은 “격리를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지만, 사실상 능동감시와 자택격리의 중간 단계로 보인다. ‘웬만하면 귀향하지 말라’는 얘기다.
귀향 뒤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도 쉽지 않은 구조다. 수도 베이징 시당국은 춘절 연휴 귀향한 시민들의 베이징 진입에 여러 겹의 차단막을 쳤다. 코로나19 저위험 지역에서 베이징으로 올 때는 핵산검사 음성 판정과 14일 건강 점검을 의무화했고,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중위험 고위험 지역 주민인 원칙적으로 베이징 진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연휴 기간 방문했던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현지에 발이 묶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베이징에 온 지 3년이 됐는데, 처음으로 춘제를 베이징에서 보낸다. 많은 친구와 동료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라, 외로움을 느끼진 않을 것 같다. 새해에는 모두 다시 좋아지기를 희망한다. 언젠가 고향집에서 명절을 보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도시에 남은 중국인들은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달면서 마음을 달래고 있다. “귀향은 엄두를 못내고,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고향집으로 선물만 보냈다”는 한 누리꾼은 “고향집이 생각나고, 어린 시절 춘제 때 폭죽을 터뜨리던 때가 그립다. … 새해 가장 큰 소망은 가족 모두 건강하고 평안하며, 코로나19가 어서 지나가 다시 예전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썼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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