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행 순찰' 효과 톡톡! 불시 적발에 예방 역할도
■ '암행 단속' 확대…고속도로 이어 국도, 지방도에서도
평범해보이는 승용차 한 대가 갑자기 빨간 경광등을 켜고, 싸이렌을 울리며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하고 있던 차량들 옆으로 다가옵니다. 승용차 조수석에 타고 있던 사람이, 안전모를 쓰지 않은 오토바이 운전자를 향해 무언가 열심히 말하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이번엔 도시 외곽 순환 도로에 또 다른 승용차가 나타납니다. 역시 싸이렌을 울리면서 앞 차를 빠른 속도로 앞질러 가더니, 창문 밖으로 갑자기 차를 세우라고 손짓합니다. 추월당한 운전자는 물론, 근처를 지나던 다른 운전자들까지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랍니다.
경찰이 암행 단속을 벌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겉모습만 보면 여느 일반 승용차와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번호판 위에는 '경광등'이, 차 내부 앞뒤로는 '암행 순찰중'이라는 LED 전광판이 달려있습니다. 스피커와 사이렌도 장착돼있습니다.
이런 암행 순찰차는 2016년 9월, 고속도로에서 갓길 주행이나 지정차로 위반, 끼어들기 등 도로교통법 위반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처음 도입됐는데요.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도입 1년 만에 고속도로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20% 가까이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효과를 본 경찰은 올해부터 일반 국도와 지방도까지 이 '비노출형 순찰차'를 활용한 암행 단속을 확대했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 사고 발생 건수는 20만여 건으로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사고 건수의 52배로 조사됐습니다.
전국 고속도로 순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암행 순찰차는 42대입니다. 올해, 일반 도로까지 단속이 확대돼 15대가 추가 도입됐습니다.
■ 암행 단속, 현장 상황은? 동행 취재했더니….
올해 처음 일반 도로에서도 암행 단속을 시작한 경찰.
현장에서 단속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KBS 취재진이 충청북도경찰청의 암행 순찰차를 타고 동행 취재해봤습니다.
충북 청주시의 한 교차로를 진입하던 배달 오토바이 한 대가 신호 대기를 받고, 순찰차 옆에 나란히 멈춰섭니다. 하지만 그대로 신호를 무시하고 질주하더니 인도까지 침범합니다. 또 다른 오토바이는 초등학교 사거리에서 불법 유턴을 하기도 합니다. 순찰차인지 눈치 채지 못한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즉시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현장에서 각각 범칙금 4만 원, 6만 원이 부과됐습니다.
한 외곽 도로에서는 SUV 차량이 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그대로 지나칩니다. 뒤에서 달리던 순찰차를 못 본 운전자, 역시 3분 만에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벌점 15점에 범칙금 6만 원이 부과됐습니다. 차선 변경이 금지된 실선 구간을 넘나들다 적발된 승용차 운전자는 벌점 10점에 범칙금 6만 원을 내야할 신세가 됐습니다.
단속 동행에 나선지 1시간 만에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승용차와 오토바이 7대가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 암행 순찰로 기동력 높여…"단속보다 예방"
경찰은 암행 순찰차가 갖는 높은 기동성을 장점으로 꼽으면서 교통 법규 위반 단속의 효과를 자신합니다.
특히 평소 음주 운전 등을 적발하려면 지구대 등 지역 경찰관과 기동대 경찰관을 동원해 특정 시간대에 모여 단속해야 하는데, 이런 시간과 장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강조합니다. 2인 1조, 총 4개조로 운영되는 암행 순찰팀이 수시로 도심 곳곳을 누비면서 음주 운전 등이 의심되는 차량을 수시로 적발할 수 있다는 겁니다. 경찰은 각종 운행 법규 위반 사례에 대한 예방·단속 활동의 대응력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진수 한국교통안전공단 교수는 "암행 순찰차의 단속 지역이나 단속 대수, 단속 시간 등을 확대한다면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단속 현장에 동행한 취재진에게 경찰은 "암행 순찰차를 일반 도로로 확대 도입한 목적이 '단속과 적발' 때문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갑자기 나타나 각종 불법 운행을 단속하는 암행 순찰차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운전자들이 경각심을 갖게돼, 인명 피해 등의 사고도 크게 예방할 수 있다는 걸 강조했습니다.
송국회 기자 (skh0927@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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