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별로 전매제한 갈려"..고덕 강일지구 이주민 설 앞두고 '한숨'

박승희 기자,조현기 기자 2021. 2. 1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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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개정에 '복불복' 전매제한..8·14단지는 5년간 전세도 못 줘
"형편 어려운 이주민, 융자도 안 나와 공황상태"..구제안 요청
철거되는 성북구 정릉스카이 아파트(성북구 제공) 2016.11.28© News1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조현기 기자 = "법 발표 전에 집을 가져가놓고, 그 사이 법이 바뀌었으니 전매제한 강화에 따르라니요. 차라리 예전에 살던 낡은 아파트를 돌려내라고 하고 싶어요."

11일 서울 고덕 강일지구 14단지 입주를 앞둔 이주대책자 A씨는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4단지 입주자는 아슬아슬하게 법 개정 시기를 피해 전매금지 제외 적용을 받는데, 5년 전 다른 단지를 선택했다는 이유 하나로 전매 제한에 꽁꽁 묶인 탓이다.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 이주대책자들은 '분양권을 팔아 형편에 맞는 집으로 옮기고 싶으니 대책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업 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국토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지만, '법에 따라 조치하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나와 정부가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단지 vs 8·14단지…5년 전 단지 선택에 전매제한 '복불복'

A씨는 서울 최고령 아파트 '정릉 스카이연립' 주택 소유 거주자였다. 준공 50년이 지나 서울 주거공간 가운데 가장 위험한 곳으로 꼽혔던 이곳은 2016년 SH공사가 그 자리에 공공임대주택을 짓기로 하면서 철거됐다.

아파트를 떠난 A씨 등은 본인이 소유하거나 거주했던 집과 땅을 국가에 제공하는 대가로 입주 분양권을 받았다. SH공사는 2019년 5월 이들에게 고덕 강일지구 Δ4단지 Δ8단지 Δ14단지 중 한 곳을 선택하도록 했고, 입주 배정을 완료했다.

당시 주택법 시행령에 따라 철거민 중 이주대책자(철거 시까지 거주하던 주택 소유자)는 전매제한에서 제외됐다. 비거주 주택 소유자는 5년만 전매금지를 한 뒤 제한이 풀리도록 했다. 문제는 같은 해 10월과 11월 관련 법이 연이어 개정되면서 벌어졌다.

5년이었던 전매제한 기간은 2019년 10월 주택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10년으로 늘었다. 실거주 의무도 5년이 됐다. 2019년 11월 공공주택 특별법도 개정되면서, 당초 전매제한 제외 대상이었던 이주대책자도 전매금지 기한 내에는 공공주택사업자에게만 주택을 팔 수 있도록 제한됐다.

4단지는 법 개정 전인 2019년 8월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면서 전매제한, 실거주 의무 제한을 아슬아슬 피해갔다. 반면 8·14단지는 지난해 6월에야 입주자 모집 공고가 이뤄지면서 바뀐 법의 적용을 그대로 받게 됐다. A씨는 "똑같이 나라에 집을 냈는데, 4단지를 선택하지 않았단 이유로 부당한 조건으로 입주하게 됐다"고 호소했다.

◇"전세도 못 주게 법 바뀔 줄 누가 알았나"…구제 조항 요청

4단지 입주자들은 완전한 전매제한 제외 대상이 되거나, 절반의 전매제한 적용을 받는다. 본인 사정으로 입주를 하지 못할 경우 전세를 놓을 수도 있다. 8·14단지 입주자는 소유권이전등기를 완료하더라도 7년간 전매 제한을 받는다. 의무 거주기간 5년을 채워야 해서 전세도 줄 수 없다.

8단지와 14단지 입주자들은 갑작스러운 법 개정으로 권리 훼손을 당했으니 구제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A씨는 "법 개정 발표 전에 단지 신청을 받았고, 알지도 못하고 날벼락을 맞은 것"이라며 "일반 분양자들은 법이 바뀌는 것을 인지하고 들어왔는데 그들과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한 입주 예정자는 "철거민 중 형편이 안 좋은 사람이 많다. 융자도 제대로 안 나오고 공황 상태"라며 "이전에는 예외 조항을 둬서 한 번은 팔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하는데, 지금이라도 그런 기회를 줬으면 한다"며 "새집 욕심 없다. 내 형편에 맞게 융자를 안 받고 살 수 있는 곳에 있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SH로서는 손쓸 도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했으나 '법대로 하라'는 답이 왔을 뿐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SH에 전달한 유권해석에서 "3개 단지 (전매제한) 적용 시점은 단지 선택을 안내한 날, 단지 배정이 통지된 날이 아닌 해당 단지에 입주자 모집 공고 시점"이라며 "시행되는 법령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두차례 외부 법률 자문까지 받으며 만방으로 구제책 마련에 나섰지만, 같은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공사는 법률에 따른 집행만 가능하다"며 "예외 조항 마련이나 법 개정은 국회의 영역"이라고 전했다.

장혁순 법무법인 백하 대표 변호사는 "헌법 상 신뢰보호의 원칙에 따라 보호가치 있는 신뢰는 국가가 보호해야만 한다"며 "A씨가 법령 개정 전에 같은 조건의 단지 중 1개 단지를 선택한 것으로서, 이들 3개 단지의 조건이 동일할 것이라는 A씨의 신뢰는 응당 보호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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