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안철수 세 번 악수 두 번 결별, 이번엔 과연?

이상훈 2021. 2. 1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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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0단] '10년 악연' 김종인·안철수

2011년 "국회의원 왜 해?" "정치 영 몰라"
2016년 총선 때 험악한 말 오갔지만
2017년 대선 땐 한배에 잠시 올라타
이제 야권 단일후보란 한배에 타긴 했는데…

안녕하세요. 정치권 이슈를 요모조모 들여다보는 '정치 0단'입니다.

뉴스에 4·7 보궐선거에 뛰어든 정치인들 얘기가 참 많이 나옵니다. 아직 정당의 최종 후보 간 경쟁을 하는 건 아닙니다. 정당 안에서 후보를 정하는 경선이 한창이죠. 그런데 야당 상황은 좀 복잡합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먼저 자당 후보를 한 명 뽑고(B팀 경선), 당 밖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 간 대결의 승자(B팀 경선)와 결승전을 벌이는 대진표입니다. 최종 승자는 야권 단일후보가 되는 겁니다.

이 얘기를 꺼낸 건 안철수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관계를 말하기 위해섭니다. 김 위원장은 출전 선수가 아니지만 A팀·B팀 매치와 결승전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안 대표와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그가 안 대표를 영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건 이제 만천하에 알려졌습니다. 3월 초로 잡힌 결승까지 껄끄러워하는 모습, 신경전이 다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안철수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매경DB]

가능성 봤지만 인연 불발


김 위원장과 안 대표의 '정치적 인연'은 2011년 시작됩니다. 안 대표가 청춘콘서트를 통해 청춘의 멘토로 각광을 받은 시절입니다. 대중적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정치에 들어갈 거란 말이 무성했고 이런 분위기에서 안 대표와 김 위원장이 한 모임에서 대면을 하면서 인연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죠.

그해 가을 마침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립니다. 안 대표의 이름이 진지하게 거론됐습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안 대표에게 서울시장 출마보다는 다음 해 총선에 나서서 국회의원부터 돼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안 대표는 거절합니다. "국회의원은 하는 일이 없는 사람인데 왜 하느냐"고 말했다는 겁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한 토론회에서 당시를 기억하며 "'이 양반이 정치를 제대로 아느냐'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합니다.

또 2011년 당시 한 원로인사가 '안철수의 멘토'로 알려졌는데 안 대표가 "그분이 제 멘토라면 제 멘토는 300분은 된다"고 말했다는 것도 회자가 됐습니다. 김 위원장이 분개했다고 알려집니다.


총선 앞두고 거친 신경전


시간이 흘러 2016년 총선 때가 됩니다. 앞서 안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들었고, 김 위원장은 민주당의 비대위 대표·선대위원장을 맡았습니다. 둘은 선거 승리를 위해 충돌하게 됩니다.

김 위원장이 안 대표를 겨냥해 "정치를 잘못 배웠다"고 혹평하자 안 대표는 김 위원장을 '차르(러시아 황제)'라고 칭했죠. 그러면서 "낡음에 익숙한 사람들은 낡은 생각, 낡은 리더십, 그리고 또 낡은 방법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받아칩니다. 김 위원장은 "그 사람은 정상적인 사고를 한다고 생각을 안 한다"고 하기도 합니다. 만약 이 정도 수준의 말이 일상에서 오갔다면 결과는 아마도 멱살잡이가 되지 않았을까요.


잠시 잡은 손 흐지부지


그런데 다시 1년이 흐른 2017년 4월 대선을 앞두고 두 사람은 손을 잡습니다. 김과 안, 두 사람의 생각이 일치한 건 이때가 처음입니다. 대선에 나선 안 대표가 개혁공동정부 구상을 밝혔고 준비위원장직을 김 위원장에게 제안합니다. 김 위원장은 이를 수락하죠. 하지만 안 대표가 대선에서 3위로 패하면서 다시 멀어집니다.

이어 지난해 총선이 끝난 뒤 야권연대 혹은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리고 신경전이 다시 시작됩니다. 안 대표에 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김 위원장은 관심 없다는 반응을 보이거나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 갔고 나중에는 안 대표와 관련한 질문에 날 선 반응도 보였습니다. "앞으로 어떤 생각을 갖고 정치활동을 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 "거론하고 싶지도 않은 사람" 등 김 위원장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이젠 신경전과 한배 타기 동시에


안 대표는 이런 폄하에 대해 "자신의 생존을 위해 그리한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이런 신경전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과 안 대표는 야권 단일후보를 만들기 위해 손을 잡은 셈이 됐습니다. 물론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 후보가 단일화 경선에서 안 대표를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하면서 견제를 이어 가고 있기는 합니다.

만남과 결별를 반복해온 10년의 인연인데 언론은 악연으로 규정하기도 합니다. 만약 안 대표가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가 된다면, 더 나아가 선거 자체에서 이긴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전개될까요. 다시 손을 잡을까요, 아니면 새로운 갈등의 시작일까요.

이번 주 '정치 0단'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도 좋은 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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