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복직투쟁' 김진숙의 설 소망.."거리의 노동자 다시 회사로"
"노동자 대상 정부 태도 과거와 같아..文대통령 의지를"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저도 복직이 되면 좋겠지만, 사실 거리에서 만난 수 많은 해고 노동자들이 복직됐으면 좋겠어요. 예전에는 설 명절을 앞두면 해결 의지도 더 보이고, 직전에 해결되기도 하고 그랬는데 노동자들을 둘러싼 현실은 더 어려워진 것 같네요"
한진중공업 영동조선소의 '마지막 해고자'인 김진숙(61)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10일 설 연휴를 앞두고 뉴스1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신년 소망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항암치료도 미룬 채 34일간 부산에서 서울 청와대까지 '희망뚜벅이 행진' 강행군을 마치고 부산으로 복귀한 직후였지만 그의 목소리엔 힘이 가득했다.
◇36년째 해고노동자…노동자 처한 환경도 여전
1981년 한진중공업에 용접공으로 입사했던 김 위원은 어용노조의 실태를 폭로하는 유인물을 뿌린 뒤 1986년 해고되자 36년째 복직투쟁을 이어 온 노동계의 역사적 인물이다.
그는 복직투쟁 과정에서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당하고, 징역과 수배를 당했다.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에 85호 크레인에 올라가 309일간 고공농성을 벌였던 당시 진행한 '희망버스'는 노동운동의 모델이 됐다.
그러나 김 위원은 여전히 해고노동자다. 특정 사업장이 아닌 개인의 복직 문제에 최근 이례적으로 정세균 국무총리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대표, 박병석 국회의장 등 정치권까지 나섰지만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었다.
지난 4일에 이어 8일 이뤄진 2차 노사교섭에서 한진중공업은 김 위원의 복직이 아닌 재입사, 임금이 아닌 임원들로부터 모금한 위로금 지급안을 고수했다.
이런 상황에도 김 위원은 "이미 (지난해 12월30일까지 정년 기한인) 연말은 지났고, 저는 36년을 해 온 일이기에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문제가 이렇게까지 어려워졌다는 걸 저도 확인했기 때문에 낙담하거나 하지 않는다. 이제 다시 우보천리(소 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를 가야하지 않겠나"고 했다.
건강 문제에 대해서도 "아직 신경을 못썼다"며 "미뤄놓은 치료가 있으니 어떻게든 해야겠죠"라고 했다.
내내 담담했던 김 위원이었지만 희망뚜벅이 기간 동안 마주한 공권력에 대해서는 "아무 무장도 하지 않은, 인도를 통해 평화적으로 걸어온 노동자들을 그렇게 많은 경찰들이 둘러쌀 필요가 있었나"라며 실망을 감지 않았다.
이어 "군사독재 정권하고 달라진 바를 느끼지 못했다. 그때도 노동자들이 투쟁하면 그렇게 경찰들이 대거 동원됐다"며 "세상이 달라졌다는데 왜 노동자들을 대하는 정부와 공권력의 태도는 전혀 달라진 바가 없는지 유감"이라고 했다.
김 위원의 복직을 요구하며 청와대에서 47일간 단식 농성을 한 송경동 시인이 지난 5일 국회 경호처에 의해 끌려나온 일도 마찬가지다.
그는 "생중계 방송으로 그 모습을 봤다"며 "단식을 오래 한 지인이 끌려나오는 것도 분노스러웠지만 (송 시인을) '정중하게 모시라'는 말이 가증스러웠다"고 했다. 단식단은 지난 7일 최장 48일째를 기록하며 종료됐다.
◇노동문제 해결 열쇠는 정부…"대통령이 의지 보여줘야"
김 위원은 자신의 복직 문제도, 대한민국의 해고·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도 모두 정권의 의지만이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한때 그에게 "계속 싸우시라"고 했던 옛 동지 문재인 대통령을 사실상 소환한 것이다.
김 위원은 "이 문제는 제가 어떤 잘못을 해서 해고된 게 아니라 명백하게 국가 폭력이 개입됐던 문제"라며 "과거 청산에 대한 의지를, 세상이 어쨌든 민주적으로 변했다는 것에 대한 의지를 대통령께서 보여주셨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복직 문제는) 사측의 의지에 달렸는데, 사측은 전혀 해결의 의지도, 해결할 능력도 없다. 사측은 산업은행(산은)만 바라보는 형편"이라며 "현 정부의 의지라고 봐야한다"고 했다. 한진중공업 최대주주는 산은으로, 산은 회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는 문재인정부의 노동 정책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김 위원은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노동문제에서 무엇을 놓쳤는지도 너무나 잘 아시는 분이라고 생각을 해서 사실 기대가 컸다"며 "과거사를 극복할 의지도 있는 분이고, 무엇을 극복해야 할지도 잘 아시는 분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오히려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김 위원은 마지막으로 복직을 바라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지난 36년을 살아온 것은 제 삶이 아니었던 거 같다. 제가 선택했다기보다는 사회에 의해 강요됐던 삶"이라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모두 바로잡고, 그래서 제가 온전한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soho090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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