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 온 상괭이] ㊤먹이 찾아왔다 숨막혀 죽는 '웃는 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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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괭이는 조선시대 어류학서인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등장할 만큼 과거 우리 조상들도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우리나라의 토종 돌고래다.
그동안 전 세계에서 홍콩과 일본 등 아시아 동부 연안,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서해안에서 상괭이가 자주 발견돼 왔으나 요즘은 영 예전 같지 않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는 그동안 대대적인 실태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어 단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두고 학계에서는 상괭이의 활동 영역이 제주 해안으로 확장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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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혼획에 잇단 질식사..제주선 3년새 4배나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지금 서남해에 두 종류의 인어(人魚)가 있는데 그 하나가 상광어(尙光魚)이며…'
상괭이는 조선시대 어류학서인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등장할 만큼 과거 우리 조상들도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우리나라의 토종 돌고래다.
그동안 전 세계에서 홍콩과 일본 등 아시아 동부 연안,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서해안에서 상괭이가 자주 발견돼 왔으나 요즘은 영 예전 같지 않다.
개체 수가 급격히 줄면서 세계자연보전연맹이 2012년부터 멸종위기에 처한 종으로, 해양수산부도 2016년부터 해양보호생물로 상괭이를 지정·관리하고 있을 정도다.
그렇게 귀한 몸이 된 상괭이들이 갑자기 하루가 멀다 하고 제주 해안에서 숨이 멎은 채 발견되고 있다. 무슨 일일까.
◇한 해 1100마리씩 폐사…제주에선 3년 새 4배 급증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안에 서식하는 상괭이 개체 수는 2004년 3만6000여 마리에서 2016년 1만7000여 마리로 12년 사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특히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5년 사이에는 총 5500여 마리, 한 해 평균 무려 1100여 마리의 상괭이가 폐사했다.
제주 상황도 심상치 않다.
제주해양경찰서와 서귀포해양경찰서 따르면 제주 해안에서 발견된 상괭이 사체 수는 2018년 15구(제주시 8·서귀포시 7), 2019년 46구(제주시 44·서귀포시 2), 2020년 60구(제주시 55·서귀포시 5)로 3년 만에 4배나 급증했다.
올해 1월에는 한 달 새 15구(제주시 14·서귀포시 1)의 상괭이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다행히 작살 등으로 불법 포획당한 흔적이 발견된 적은 없어 상괭이 사체 대부분은 지방자치단체에 인계된 뒤 공유지에 묻히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는 그동안 대대적인 실태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어 단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두고 학계에서는 상괭이의 활동 영역이 제주 해안으로 확장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물에 걸리거나 갇혀 질식…문제는 '안강망' 어업
연안 개발이나 환경 오염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주 등지에서 상괭이가 죽어 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혼획'이다.
허파로 숨을 쉬는 포유류인 상괭이는 평소 1분에 2~3번씩 수면 위로 올라와 숨을 쉬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는 그물에 걸리면 제 때 숨을 쉬지 못해 질식사하고 마는 것이다.
실제 최근 5년 간 우리나라 해안에서 폐사한 상괭이 5500여 마리 가운데 그물에 걸리거나 갇혀 폐사한 상괭이는 무려 4540여 마리로 전체의 약 80%를 웃돈다.
김병엽 제주대학교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장은 "상괭이 사체를 부검해 보면 대부분 폐에 질식 흔적인 하얀 거품이 차 있고, 배 속에 제철을 맞은 단일어종이 차 있다"며 "사실상 조업 과정에서 잇따라 폐사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의 그물은 안강망이다.
안강망은 조류에 밀려 들어온 물고기 떼를 한꺼번에 건져 올릴 수 있는 삼각형 모양의 큰 그물로, 2019년 국립수산과학원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혼획으로 폐사한 상괭이 1200여 마리의 약 83%가 이 안강망에 걸려 죽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안강망을 이용해 어린 물고기까지 모조리 잡아 올려 해수부 남해어업관리단과 제주도에 덜미를 잡히는 국내 어선만 한 해 평균 30여 척.
해경은 현행법상 상괭이를 채집·가공·유통할 수 없고 신고 절차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어업인들 사이에서 상괭이를 외면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어민들에게 상괭이를 발견할 경우 즉각 신고할 것을 상시 당부하고 있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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