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딸과 이웃의 무고?..2년만에 성폭력 누명 벗은 40대

강대한 기자 2021. 2. 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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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행 당했다는 친딸 "싫어하는 아버지 신고하면 반성할 줄"
강간미수 당했다는 이웃 주장에 법원 "피해자 진술 믿기 어렵다"
© News1 DB

(경남=뉴스1) 강대한 기자 = “아… 너무 감사합니다.”

법관들이 피고인의 혐의를 심리해 죄의 유무 등을 따지는 형사법정에서 나온 말이다. 구속이 된 채로 항소심 법정에 선 피고인 A씨(41)는 글썽이는 눈물과 함께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고맙습니다”는 말을 남겼다.

친딸에게 강제추행, 이웃집 여성에게 강간미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결국 무죄를 받은 것이다.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김진석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등상해) 등 혐의로 징역 5년을 받은 A씨의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2월6일 새벽 만취상태로 경남 거제시 자신의 집 옆집에 침입해 이웃인 B씨(43·여)를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A씨가 다용도실을 통해 집안으로 침입한 뒤 샤워를 마치고 거실에 나체로 서있는 B씨를 넘어뜨려 강제로 추행하고, 안방과 거실로 달아난 B씨를 다시 넘어뜨려 목 졸라 강간하려 했지만 소리를 지르는 등 거세게 저항, 결국 미수에 그쳤다는 내용으로 공소를 제기했다.

1심은 'B씨 등의 진술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춰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가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 또 허위로 A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친딸에 제기한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직접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데 신빙성이 없고, 그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018년 5월15일 새벽 2시30분쯤 거제시 집에서 잠을 자던 친딸 C양(13)에게 다가가 상의 안으로 손을 넣어 신체를 만졌고, C양이 놀라서 잠이 깨자 “여자친구인줄 알았다”며 안심을 시킨 뒤 다시 성추행했다는 것.

또 범행 다음날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재차 강제 추행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에서 이 같이 진술하던 C양은 법정에서 진술을 바꿨다. “아버지가 싫어서 할아버지에게 당했던 것을 신고하는 김에 아버지도 신고를 하면 반성하지 않을까 하여 신고했다. 허위로 진술한 것은 생각나는 대로 지어낸 것이고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했다.

그 외 할아버지로부터 성폭했을 당했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5월17일 SNS에 올리면서 하루·이틀 전 사건에 대해서는 “당시 생각이 안났다”고 한 점, 경찰에서 진술 구체성이 부족했는데 6개월이 지난 검찰 진술에서는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 공부를 강요하고 SNS글을 삭제하라며 자신보다 가족을 더 중시하는 느낌을 받아 화가 나 허위 진술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점 등을 꼬집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강간등 상해 혐의에 대해 징역 5년을 서고하면서도,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혐의는 무죄를 판결했다.

이에 검찰은 무죄 부분에 대해, A씨는 유죄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가 틀렸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에서는 B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재판부의 판단이 나왔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집 안으로 침입해 강간하려고 했다는 점에 관한 사실상 유일한 직접증거인 피해자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B씨는 범행 당시 남편이 안방에서 자고 있었고 남편과 A씨가 이날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반면 A씨는 제사를 다녀와 제사음식을 안주 삼아 자신의 집에서 B씨 남편과 술을 마셨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는 A씨 주장에 힘을 싣는 진술이 나왔다. B씨의 형부는 “B씨 남편이 말하길 ‘A씨가 자신의 집에서 술 한 잔 먹자고 했고, 둘이서 소주 3~4병을 나눠 마시고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했다”며 법정에 증언했다.

A씨 집에서 술을 마신 이후 술자리를 정리하는 과정은 두사람 다 술에 취해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B씨 남편이 귀가해 안방에서 쉬다가 B씨가 깨워 거실에서 A씨와 만났고 이들은 강아지·젓갈 등 일상적인 대화 후에 별일 없이 돌아가 각자 집에서 잠을 잤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술에 취한 남편이 자다가 깨 B씨가 하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A씨를 만났더라도, 다시 안방으로 돌아왔을 무렵에는 정신이 들었을 것인데, 부부가 그대로 잠을 잤다는 것은 이례적이라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결국 항소심에서 모든 성폭력 혐의를 벗은 A씨는 억울함을 뒤로 하고 “감사하다”고 울먹였다.

rok18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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