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건보 콜센터직원 공채서 유리? 직고용시 취준생 불이익?
콜센터 경력 공단공채시 우대하지만 콜센터직원은 공채직군에 없어
정규직 늘어도 직군간 '칸막이'..취준생 단기영향 없으나 장기 미지수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현재 민간업체 직원 신분인 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 고객센터(콜센터) 직원들이 파업 등을 통해 건보공단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무대로 '설전'이 벌어졌다.
센터 직원들이 보건 관련 상담 서비스의 민간 위탁에 따른 서비스 질 저하 문제, 처우 개선 필요성 등을 거론하며 직고용를 요구하는데 대해 취준생이 '채용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면서 공방이 벌어진 것이다.
건보공단 취업준비생이라고 밝힌 한 청원자는 1월29일자로 올린 글에서 "공단의 고객센터 등에서 2년 이상 근무하게 되면 서류전형에서 우대사항의 가산점이 주어진다"며 "이 가산점으로 인해 고객센터 직원들은 일반 취업준비생보다 필기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아진다"고 썼다.
공단의 직고용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시험을 거쳐 공단에 정규직 직원으로 입사하라는 취지로 고객센터 직원 출신에 대한 우대 규정을 거론한 것이다.
그러자 '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라고 자기 신분을 밝힌 사람은 지난 3일자로 올린 글에서 "우리가 우리의 자리에서 임금개선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취준생들의 취업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적었다.
자신들이 직고용되더라도 취준생들의 자리를 빼앗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연합뉴스는 이런 주장들의 사실관계를 따져봤다.
콜센터 직원 가산점으로 채용시험에 유리?…가산점 규정 있으나 콜센터 직원 시험은 없어서 다른 업무로 응시해야
우선 공단 고객센터 2년 이상 근무 경력자가 공단 공채에 응시할 경우 규정상의 메리트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20년도 하반기 건보공단 신규직원 채용 공고에 따르면 공단 채용 시 우대 사항 항목에 공단 고객센터 2년 이상 근무 경력이 포함돼 있다.
그 뿐 아니라 공단 일반 행정직 6급 갑(채용인원 137명), 을(70명·최종학력 고졸자 대상) 중 고객센터 2년 이상 근무자는 '갑' 응시 자격이 부여된다.
'6급 갑'은 공단 소속기관 중 한 곳에서 2년 이상 근무한 사람, 공단 청년인턴 합산근무기간 4개월 이상인 사람, 기준 이상의 공인영어성적 보유자(토익 700점 이상 등)에게 응시 자격을 부여하는데, 고객센터 2년 이상 근무자도 그에 포함된다.
결국 행정직 등 공채에 응시할 경우 고객센터 2년 이상 근무자에게 이점이 있는 것은 규정상 맞는 얘기다.
그러나 현재 고객센터가 외주 직군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고객센터에서 일하던 사람이 공채 시험을 통과한 뒤 다시 동일 업무를 할 길은 현재로선 없다. 고객센터 일이 아닌 일반행정직 등에서 일하기 위한 시험을 볼 때 고객센터 근무 경력이 플러스 요인이 되는 것이다.
직고용해도 취준생 취업과 관계없다?…당장은 영향無, 장기적으로는 미지수
그러면 고객센터 직원 직고용 시 공단 신입 공채 준비생들에게 영향이 있을까?
먼저 건보공단 직원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0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현재 공단 소속 직원은 1만5천558명이며 전원 정규직으로 분류된다.
임원과 연구·기능직 포함 일반업무직이 1만4천750명, 업무지원직이 808명(환경미화, 보안,시설 담당자 등)이다.
건보공단은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지침에 발맞춰 1차로 2017년말 기간제 직원 57명을, 2차로 2018년말 청소, 경비, 운전, 시설관리 등 파견·용역직이던 직원 636명을 '업무지원직'으로 정규직화했다.
그리고 건보공단이 민간에 위탁해 운영 중인 건보공단 고객센터 직원은 7개 지역 12개 센터에 걸쳐 1천623명이 일하고 있는데 이들은 건보공단 직원이 아닌 공단 협력사 직원이다.
고객센터는 11개 협력사와의 도급계약(2년마다 재계약)에 의해 민간 위탁 운영되고 있다.
이런 구조하에 고객센터 직원들을 그들 요구대로 직고용할 경우 기존 행정직 등의 공채규모 등에 영향을 줄지 여부를 연합뉴스가 질문하자 공단 관계자는 10일 공식 답변이라며 "일반직과 업무지원직은 별도로 관리한다"고 밝혔다.
고객센터 직원 1천623명이 공단에 직고용된다고 가정하면 기존 일반업무직과는 별도 트랙에서 정원 관리가 이뤄진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건보 공단의 지침을 기획재정부의 2021년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이하 지침)에 대입해 보면 고객센터 직원의 공단 정규직화가 공단 직원 공채 규모 등에 당장은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임을 알 수 있다.
지침은 "비정규직의 정규직(무기계약직 포함) 전환 결과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인력에 대한 인건비는 기존 사업비 등에 포함되었던 해당 비정규직 인건비를 전환하여 편성하고 그 금액만큼 기존 사업비 등에서 감액하여 계상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즉, 새롭게 정규직이 늘어나더라도 기존 정규직 직원 인건비 총액을 기존 정규직과 신규 정규직 직원이 나눠 갖는 '제로섬'식은 아닌 것이다. 고객센터 직원을 직고용해 공단 정규직으로 만들 경우 종전에 하청업체에 주던 돈을 공단 인건비로 전환토록 하며, 기존 일반업무직 인건비와는 별도 트랙에서 관리하게 될 공산이 큰 것이다.
따라서 공단이 고객센터 직원을 직고용하더라도 일반직 취준생이나 기존 건보공단 일반직 직원의 임금 등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는 구도는 아닌 셈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속단키 어려워 보인다.
현재 건보공단 직원 수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고객센터 직원들이 일시에 건보 공단 정규직 직원으로 신규 고용될 경우 새 정규직 직원들의 임금 및 복지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어느 정도 시간 안에 상향 조정할지에 따라 일시적으로 신규채용 규모 등에 영향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견해가 존재한다.
이와 관련, 2021년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은 "정규직 전환 인력에 대해서는 동일·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존 정규직과 불합리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되, 과도한 국민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 기사의 아이템 선정과 취재 과정에서 권성은 시민팩트체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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