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떼먹은 사람이 오히려 당당..'징벌적 배상제' 도입해야
[앵커]
KBS는 설을 앞두고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임금 체불 문제를 연속 보도했습니다.
임금 체불을 한 사업주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임금을 떼먹은 사람이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현실을 고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임금체불 보고서' 마지막 순서로 박민철 기자가 제도적 대안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밀린 임금이 얼마 안 된다며 차일피일 지급을 미루고,
[이OO/분양업체 대표/음성변조 : "금액이 크지 않아요. 직원들 300만 원, 200만 원 이 정도 되는 것을.. (노동청에서) 2주라는 시간을 줬어요. 정리를 하면 그만인 거잖아요."]
임금체불로 처벌받아도 오히려 당당합니다.
['임금체불' 식당 사장/음성변조 : "'안 주겠다'가 아니라 '너 노동청에 신고했지 않았냐, 노동청에 이야기해라.' 그게 끝이에요. 그게 잘못된 건가요?"]
반면 당장의 생계가 급한 피해 노동자들이 노동청에 진정을 넣고 기초 사실을 확인하는 데만 최소 두 달... 그 과정에서 온갖 불이익을 각오해야 합니다.
[김성호/화물 운송 노동자 : "노동청에 진정 넣으니까 회사에서 보복한다고 '원거리 출퇴근'을 시키고.."]
노동청 조사를 거쳐 임금체불이 인정돼도 사업주가 안 주고 버틸 경우, 법정 다툼을 해야 합니다.
[김OO/웹 디자이너/음성변조 : "임금체불 때문에 이렇게 진정 넣고, 거기서 해결 안 돼서 고발까지 가게 되는 과정에서 자료를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운 거예요."]
사업주를 경제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임금을 늦게 줄수록 연 20% 이자를 물리는 '지연이자 제도'가 있지만 현실에선 활용도가 낮습니다.
언제까지 지급하라는 규정이 없는 데다, 안 줘도 처벌하는 조항이 없어 민사소송으로만 해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마저도 재직자들에게는 적용이 안 됩니다.
[박성우/노무법인 '노동과인권' 대표노무사 : "(현재는) 지연이자까지 받으려면 법원으로 가라고 하는 거죠. 법 제도 개선을 통해서 노동청에서도 지연이자까지 확인하고 지급 지시를 할 수 있게 바꾸는.."]
이 때문에 무엇보다 '양형 기준'을 강화해 임금체불에 대한 처벌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체불액뿐만 아니라 '피해자 수'가 많고, '미지급 기간'이 길수록 이를 양형 기준에 반영해 처벌을 높여야 한다는 겁니다.
임금체불을 '임금 절도'라고 표현하는 미국은 체불 사업주에게 최대 3배의 징벌적 배상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빈센트 화이트/뉴욕 주 변호사/노동법 전문 : "설령 노동자가 원치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부는 이를 집행합니다. 왜냐하면 고용주가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임금체불 피해 노동자의 신속한 구제를 위해 전담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승욱/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전담기구가 체불된 임금을 근로자에게 먼저 지급하고, 그 돈을 사용자에게 전담기구가 소송해서 받아내는 겁니다."]
KBS 보도 이후 고용노동부는 '징벌적 배상제' 도입을 추진하는 등 임금체불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박민철입니다.
촬영기자:김형준,김재현/영상편집:김기곤/그래픽:이근희
박민철 기자 (mcpar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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