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 냉동'하려면 왜 '미혼 서류'를 제출해야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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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땐 정말 아기를 낳을 생각도, 결혼 생각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어쩌면 (결혼·출산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바뀌었고. 미래의 나에게 선택권을 주자는 생각이었어요."
A씨는 "아무래도 미혼여성이 난자를 냉동하는 일은 흔하지 않아서 그런지 이상하게 눈치가 보였다. 저만 비정상인듯한 기분이랄까. 미혼 서류도 제출해야 했다"라며 "제도적으로 개선이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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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먹을 땐 늦을 수도..많은 여성들 시도했으면"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어렸을 땐 정말 아기를 낳을 생각도, 결혼 생각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어쩌면 (결혼·출산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바뀌었고…. 미래의 나에게 선택권을 주자는 생각이었어요."
미혼인 A씨(40·여)는 지난해 가을, 일생일대의 선택을 했다. 바로 난자를 냉동한 것이다. 반드시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미래의 자신에게 '출산 선택권'을 주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이같은 결정에는 A씨가 올해 해외에 나가야 하는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 올해로 직장생활 16년차인 A씨는 지난달 중순부터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다.
A씨는 11일 뉴스1에 "몇 년 전부터 결혼한 친구들에게 난자냉동 추천을 많이 받았는데 그때는 그게 전혀 와닿지 않았다"면서 "지난해 해외발령을 받게 되면서 난자냉동에 대해 알아보게 됐다"고 소개했다.
막상 전문병원에 찾아간 이후엔 '더 일찍 찾아올걸' 하는 후회가 있었다고 한다. 난소기능은 한번 저하되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데다 난자의 질이 임신 가능성을 좌지우지 하는데, 이는 결국 나이와 연관이 있어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하는 게 좋다는 의사의 설명 때문이었다.
A씨는 "보험처럼 이렇게 난자냉동을 선택할 거였다면 진작할 걸 싶더라. 한번 투자하고 잊고 살았으면 마음이 더 편했을 것 같아 주위 동생들에게 권하고 있다"며 '난자냉동 홍보'를 자처하고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난자냉동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먼저 검사를 받아야 하고, 진행이 가능할 경우 일정 기간 주사를 투여한 후 시술을 받아야 한다. 개인마다 과정이 다 다르기 때문에 들어가는 비용엔 차이가 있다. 미혼의 경우 비용에는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
다행히 A씨의 경우 부모님의 지지가 큰 도움이 됐다고. A씨는 "처음에는 나이가 찬 딸이 결혼을 하는 게 아니라 난자를 냉동하겠다고 하니 좀 속상해하시긴 했다"면서도 "그렇지만 결국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하신 것 같다. 비용을 도와주셨다"고 언급했다.
다만 부모님의 서포트를 받는다고 해도, 미혼 여성이 병원에 가서 이같은 과정을 밟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병원을 찾은 이들 중 99%, 즉 대다수가 기혼에 난임여성이라면 1% 정도가 미혼 여성이었다는 게 A씨 전언이다.
A씨는 "아무래도 미혼여성이 난자를 냉동하는 일은 흔하지 않아서 그런지 이상하게 눈치가 보였다. 저만 비정상인듯한 기분이랄까. 미혼임을 증명하는 서류도 제출해야 했다"라며 "제도적으로 개선이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기혼 여성도 기혼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한다. 아이를 낳을 사람에게 보험 혜택을 주는 식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배우자의 정자와 자신의 난자를 인위적으로 수정시켜 배아를 냉동하게 된다.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는 만큼 당장 결혼과 출산에 관심이 없는 여성을 위한 지원책도 마련되면 좋겠다는 지적이 일각서 제기되는 이유다.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씨의 비혼 출산 사실이 공개되면서 주변에서도 난자냉동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사유리씨 경우처럼 난자냉동이 실제 비혼 출산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여러 사회 조건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이와 관련 박노자 오슬로 대학 한국학과 교수도 지난해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국에서는 전통적인 가족이 조금씩 붕괴되고, 저출산도 아니고 초저출산으로 가는 등 몇 가지 과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며 "비혼이든 미혼이든 아이를 가졌다는게 사회를 위한 엄청나게 큰 기여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A씨는 "현재로선 비혼출산은 계획에 없다"면서도 "그렇지만 난자냉동은 개인적으로 많은 여성들이 시도해봤으면 한다"고 거듭 추천했다.
flyhighr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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