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대선시계..설 연휴 신발끈 바짝 조이는 정세균
'스펙' 화려하지만 대중지지 약해..민심구애 행보 이어갈듯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권주자들 간 경쟁이 점차 불붙는 가운데, 여권의 '잠룡'인 정세균 국무총리는 설 당일을 제외하고는 연휴 기간 모두 공식 일정을 소화한다.
특히 전날(10일) 광주 곳곳을 누비며 호남 민심에 본격적으로 구애를 한 만큼, 이를 기점으로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굳히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 총리는 설 연휴 첫날인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 소방서와 동대문구 제기파출소를 방문해 설 연휴 비상근무를 하는 경찰·소방관들을 격려한다.
정 총리는 설 당일인 12일에만 관저에서 휴식을 취하고 13일과 14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다. 이번 설 연휴가 3차 대유행 안정세의 고비로 꼽히는 만큼 직접 방역상황을 챙기는 것이다.
특히 13일 중대본 회의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방안을 결정한다.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 거리두기와 5인이상 사적 모임금지 등 현행 방역 조치가 오는 14일 자정 종료되는 데 따른 것이다.
이같이 쉴 틈 없는 연휴를 보낼 정 총리는 전날(10일)에도 광주를 방문해 온종일 머물면서 강행군을 했다. 소화한 일정만 Δ코로나19 대응 중대본 회의 Δ연료전지발전소 투자협약 및 착수식 Δ코로나19 선별진료소 현장점검 Δ설 성수품 물가점검 Δ광주형 일자리 현장방문 등 5개다.
광주는 여권의 텃밭이고, 정 총리와 경쟁하는 입장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같은 날 호남을 찾았다는 점에서 더 큰 관심을 끌었다. 여권의 대선 주자들이 설 연휴를 앞두고 호남 민심 챙기기에 나선 모양새다.
정 총리는 광주행을 앞두고 SNS를 통해 고(故) 김대중 대통령과 인연까지 언급하면서 각별함을 드러냈다. 그는 "오늘 광주행은 광주의 새로운 역사를 함께 열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이후 '빛고을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투자협약 및 착수식'에서는 광주 민심에 적극적으로 구애했다. 그는 "광주의 꿈이 대한민국의 꿈이다. 광주가 살아야 호남이 살고, 호남이 살아야 대한민국 국가균형발전의 기틀이 정립될 것"이라며 "우리가 함께하면 광주의 꿈이 이뤄지고, 위대한 광주의 시대가 반드시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정 총리가 차기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본격적인 존재감 키우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6선 국회의원, 산업부 장관, 당 대표, 국회의장 등 대선 주자 중 최강의 '스펙'을 자랑하지만, 대중적 인기는 약점으로 꼽혔다.
정 총리가 최근 주요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도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정 총리는 취임 초기 민감한 현안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에둘러 말하는 태도로 일관해 일각에서 '답답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각종 현안에 찬반 입장을 밝힐뿐더러 논쟁도 서슴지 않고 있다. 여권의 차기 주자 선호도 1위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재난지원금 선별-보편 지급', '기본소득'을 주제로 벌인 논쟁이 대표적이다.
정 총리는 이 지사의 4차 재난지원금 보편지급 주장에 대해 정 총리는 SNS를 통해 "더 이상 '더 풀자'와 '덜 풀자'와 같은 단세포적인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며 이례적으로 강경한 표현을 써 반박했다.
또 지난 4일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는 "지구상에서 기본소득제도를 성공리에 운영한 나라가 없다"며 이 지사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소득을 비판했다. 아직 주요 대권 주자로서 입지를 확보하지 못한 정 총리로서는 유력 주자인 이 지사와 각을 세우며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것이 유리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5일 발표한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지사는 27%를 기록해 상승세를 이어갔다. 2위인 이낙연 대표(10%)와도 17%포인트(p) 차다. 반면 자유응답으로 진행된 해당 조사에서 정 총리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결국 정 총리는 인사청문회 등을 거치며 도덕성 검증을 마쳤고, 풍부한 국정운영 경험과 'SK계'로 불리는 자체 세력까지 확보한 만큼, 대중적 지지 확보가 시급하다.
정 총리는 오는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선이 치러지면 대선 도전을 위해 총리직을 던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언론·국민 접촉을 늘리면서 광폭 행보를 지속할 전망이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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