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역·터미널 대신 유튜브·화상간담회..재보선 풍속도

박미영 2021. 2. 1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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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역이나 터미널 가고 싶어도 못 가"
궁여지책으로 유튜브..전략적 활용 후보들도
與, 예능 형식 프로그램..국민의힘, 맞수토론
결국 인지도 싸움으로 귀결될 것이란 관측도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오후 서울 금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더불어민주당 시장후보지원자들의 국민면접’ 방송촬영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02.0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문광호 기자 = 4·7 재보궐선거가 이전 선거와 달라진 모습 중 하나는 후보들의 일정에 유튜브, 방송 출연, 화상 간담회 등이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것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대면 접촉을 보완하기 위한 이른바 '공중전'을 통해 접촉면을 늘리려는 시도다.

설 연휴임에도 사람이 많이 모이는 기차역이나 터미널, 시장에 가는 것은 후보들에게 부담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설을 맞아 역이나 터미널 같은 곳을 가고는 싶지만 가기 어렵다"며 "유례를 찾기 힘든 선거라 온라인 행사가 잘 전달될지 항상 캠프에서는 불안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오 전 시장은 지난달 30일 온라인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30명의 학부모와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화상 간담회 등 궁여지책…전략적 활용 후보도

코로나19로 다중이 모이기 힘든 상황에서의 궁여지책(窮餘之策)이지만 오히려 이동에 필요한 시간을 절약하고 공간 제약 없이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지난 8일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서울시 기초의회 의원 89명과 화상으로 간담회를 진행했다. 박 후보측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에서 대면 접촉을 하기 어려우니까 비대면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상황에 맞춰서 잘 해내고 코로나 이후 일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에 맞는 선거운동 방식을 개발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금태섭 전 의원은 지난 3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자신의 제3지대 단일화 제안을 수용한 직후 긴급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공지 후 실제 기자간담회까지 1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화상으로 참여한 기자들과 질의응답까지 문제 없이 마무리됐다.

전략적인 홍보 수단으로 삼는 후보들도 있다.

오신환 전 의원은 국민의힘 초선인 김웅, 허은아 의원의 유튜브 채널에서 연달아 만나 대담을 진행했다. 같은 70년대생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청년들의 가교 역할을 하고 개혁적인 성향이라는 점을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오 전 의원 측은 설명했다.

나경원 전 의원측은 공개 일정 뒤 자체 홍보팀에서 영상을 편집해 유튜브로 업로드하고 있다. '세수 후 NA의 1분 30초'라는 영상을 꾸준히 연재해 일상적인 모습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아내의 맛' 출연도 비슷한 맥락이다.

민주당 우상호 후보는 서울시의원들의 릴레이 응원 메시지를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가족과 함께 출연해 아이돌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등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우 후보측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페이스북 등 사회 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메시지 정치도 더욱 활발해졌다.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예비경선을 통과한 오신환(왼쪽부터)-오세훈-나경원-조은희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시장 선거 본경선 미디어데이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있다. 2021.02.08. photo@newsis.com

조은희 서초구청장 관계자는 "현장에서 우르르 몰려다니는 건 걱정이 많아서 저희는 메시지 발표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다닌 현장에서 마련한 구상을 매일 페이스북으로 발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예비경선에서 탈락했지만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기자회견을 따로 하지 않고 페이스북에 출마선언문을 올리는 것으로 선언을 대체했다. 김 교수는 당시 "코로나 언택트 시기인 만큼 기자회견을 생략하고 페이스북에 출마선언문을 올리는 방식으로 대체하고자 하오니 널리 양해해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후보들은 이외에도 TV, 라디오, 언론 인터뷰 등 다양한 미디어를 통한 홍보에 매진하고 있다.

안철수 대표도 금 전 의원과 TV토론을 진행하기로 했다. 양측은 첫 토론 주제를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서울 시정에 대한 평가'로, 두 번째 주제는 '정책 및 서울 미래 비전에 대한 제시'로 정했다.

◇민주당, 예능 형식 프로그램…국민의힘, 맞수토론 기획

각 정당도 온라인 매체를 홍보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예능 형식 도입 등을 통한 선거 흥행까지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선 면접을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하고 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간담회를 화상 참여 방식을 동원해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언택트 선거전에 나섰다.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소수의 심사위원만 참여해 비공개로 진행됐던 방식을 과감히 탈피한 온라인 국민면접을 당 유튜브 채널을 통해 중계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일 민주당 서울·부산시장 후보들은 민주당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된 온라인 국민면접에 출연해 사전에 취합된 질문에 공개적으로 답했다.

지난 8일에는 박영선·우상호 서울시장 후보가 화상으로 청년시민 정책간담회에 참여했다. 이 간담회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향후 민주당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예능 형식의 프로그램도 선보일 예정이다.

민주당 4·7 재보선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5일 "후보자 특별프로그램을 기획하기로 의결했다"며 "서울, 부산 광역단체장 예비후보자를 대상으로 예능 형식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진행 방향은 비대면 언택트 경선 상황에서 온라인을 통해 우리 후보들의 공약과 비전을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특별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선우 대변인이 전했다.

국민의힘도 경선 시작 전부터 언택트 선거전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서울=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유튜브채널 '안철수'를 통해 공개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의 대담 영상의 한 장면.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13일 오전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를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지금은 코로나 국면이기 때문에 실내체육관에 인원을 모아하는 집회들을 할 수가 없다"며 "모든 것을 언택트 비대면 온라인 캠페인으로 할 수밖에 없다. 이런 특수한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29일 양일에 걸쳐 진행된 '서울, 부산시장 후보 비전스토리텔링 프레젠테이션' 역시 언택트 선거전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다. 후보를 비롯한 최소한의 당직자와 언론이 참여한 이 행사는 소개 영상과 프레젠테이션을 온라인에 실시간 중계했다. 투표권이 있는 당원들 역시 화상으로 참여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비전 PT와 본경선에서 진행될 리그 방식 스탠딩 끝장토론은 정당 경선사상 한 번도 시도한 적이 없다"며 "코로나 상황으로 랜선을 이용한 온라인 홍보만 채택할 수밖에 없어서 이런 방식을 시험했는데 의외로 상당한 반향과 호평이 이어진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대면 접촉의 한계로 미디어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인기를 끈 오디션 예능프로그램인 '미스터트롯'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스포츠 리그 개막 전 각오를 밝히는 행사인 '미디어데이'를 국민의힘 경선에 도입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지난 7일과 8일 국민의힘 보궐선거 후보들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기호를 추첨하고 경선에 임하는 다짐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설 직후인 오는 15일부터 3차례에 걸친 후보별 1대1 맞수토론과 최종 4인 합동토론도 진행할 예정이다.

◇언택트 선거전, 인지도 싸움 귀결 예상도

다만 언택트 선거전 양상에 대해 결국은 인지도 싸움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달 19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언택트 선거는 대면 접촉이 힘드니 인지도를 올리기 힘들다"며 "대표적 선거가 작년 총선이다. 작년 총선 때 다선 의원들이 지역구를 옮겨서 공천 받았는데 전부 낙선했다. 언택트 선거 상태니까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자기 지역구가 아니면 인지도를 올리기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oonli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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