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다 찾아오는 '얼굴 없는 천사들'

이보람 2021. 2. 1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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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모아놓은 곳에 쌀 뒀으니 가져가라."

울산시 중구 태화동의 정인숙 통장은 최근 동네에서 폐지를 수집하던 한 80대 어르신의 전화를 받았다.

어르신은 별다른 말 없이 본인이 폐지를 수거하던 곳에 쌀을 놔뒀으니 태화동 행정복지센터로 가져가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라고 했다.

태화동 행정복지센터가 통장과 이웃 등에게 확인한 결과, 이 어르신은 20년가량 폐지를 수집했고 수익금으로 매년 쌀 60포 정도를 구입해 교회 등을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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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태화동 80대 어르신
폐지 모아 20년째 쌀 나눔
부산에선 7년째 익명 기부
아산 60대 이민식씨 부부
20년째 쌀·떡국 베풂 실천
울산 중구 태화동 행정복지센터에 전달된 쌀. 울산 중구 제공
“폐지 모아놓은 곳에 쌀 뒀으니 가져가라.”

울산시 중구 태화동의 정인숙 통장은 최근 동네에서 폐지를 수집하던 한 80대 어르신의 전화를 받았다. 어르신은 별다른 말 없이 본인이 폐지를 수거하던 곳에 쌀을 놔뒀으니 태화동 행정복지센터로 가져가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라고 했다.

정 통장은 10일 “어르신께선 매년 교회 등을 통해 전달했는데 이번엔 제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백미를 맡긴다고 하셨다“며 “좋은 일인 만큼 사진 촬영을 함꼐 하자고 부탁했지만 자신의 인적사항을 절대 밝히지 말아달라고 당부하시곤 전화를 끊었다”고 전했다.

태화동 행정복지센터가 통장과 이웃 등에게 확인한 결과, 이 어르신은 20년가량 폐지를 수집했고 수익금으로 매년 쌀 60포 정도를 구입해 교회 등을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 왔다.

명절인 설을 앞두고 올해도 어김없이 익명의 기부 천사들이 등장해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부산 남구 용호4동 행정복지센터에도 7년째 익명의 기부 천사가 방문했다. 이 기부천사는 지난 3일 센터를 찾아 봉투 4개에 250만원씩 모두 1000만원을 넣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직원에게 건네고 홀연히 사라졌다. 2015년부터 설 무렵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이 기부천사는 7년간 5800만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전달했다.
충남 아산시에도 20년째 쌀과 떡국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가족이 있다. 아산시 온양3동에 거주하는 이민식(62)·이숙희(54)씨 부부는 설 명절을 앞둔 9일 아산시청에 사회복지시설에 보내 달라며 1800만원 상당의 떡국떡 600g들이 3000세트를 전달했다. 이씨 가족은 앞서 지난 4일 취약계층 가정에 전달해 달라며 아산시청에 1600만원 상당의 3.5㎏들이 떡국떡 510상자를 기부했다.
이민식씨는 20년 전부터 해마다 쌀 기부를 해 왔다. 쌀유통업을 시작하면서 식량이 부족한 이웃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자고 시작한 기부가 이제는 연간 6000만원 이상으로 커졌다. 이씨는 “형편이 허락되면 기부 규모를 더 늘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새벽 광주 광산구 하남동 행정복지센터에는 얼굴 없는 기부천사로 알려진 한 독지가가 사과 50상자와 2㎏짜리 떡국떡 50봉지를 두고 갔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센터를 다녀가는 이 독지가의 선행은 2011년부터 설 명절을 앞두고 계속되고 있다. 11년째 이어진 그가 19차례에 걸쳐 기부한 것은 쌀 700㎏, 떡국떡 396㎏, 과일 864상자에 달한다.

울산·아산=이보람·김정모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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