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마다 다른 차례상 수산물..우리 고향에서는 어떤 생선이
꽁치·갈치 등 '치'가 들어간 생선은 삼가..어리석음 뜻 한자어와 동음어
(세종=뉴스1) 백승철 기자 = 음력 1월 1일로 새해 첫 날을 기리는 명절인 설날이 언제부터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이 되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삼국사기>에는 261년 백제에서 설맞이 행사를 했고, 651년 신라에서 정월 초하룻날 왕이 신하들과 함께 새해 아침에 잔치를 열었다고 전해 오고 있다.
설날은 대한제국 시절인 1895년 양력이 채택되면서 신정과 구정으로 구분됐다. 1985년~1988년에는 음력설을 '민속의 날'로, 1989년에 오늘날과 같이 '설날'로 명칭이 바뀌었다.
설 명절에는 조상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차례를 지낸다. 차례상을 차리는 방법은 지역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인 원칙은 같다. 하지만 차례상에 올라가는 수산물은 지역마다 제 각각이다. 이는 지역마다 수온 등 서식 환경이 달라 잡히는 수산물도 다르기 때문이다.
11일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먼저 서해안 지방에서는 우럭포가 설 차례상에 올라간다. 보통 명태포를 차례상에 올리지만 서산이나 태안, 홍성 등의 서해안 지방에서는 사계절 내내 잡히는 우럭을 사용한다. 우럭은 겨울에 살과 지방이 두툼해져 맛이 좋아진다. 그래서 겨울 상품을 최상품으로 꼽는다.
우럭포는 갓 잡은 우럭을 잘 씻어 소금을 살짝 뿌린 뒤 2~3일간 햇볕에 말리면 된다. 우럭포는 단시간에 완성되지만 조상님께 겨울철 수산물 중 최상품을 올리고픈 서해안 지방 사람들의 정성이 담긴 특색 있는 음식이다.
전라남도에서는 알이 꽉 찬 병어를 올린다. 원래 병어의 산란 직전인 6월에 잡히는 것이 살과 알이 꽉 차있어 맛이 좋다. 전남에서는 병어를 6월에 구매해 냉동 보관했다가 설 명절에 올린다.
전남 지역에는 설 차례상에 수산물이 많이 올라가지만, 그 중에서 병어는 명절 차례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간다.
병어는 요리법이 아주 간단한 생선이다. 명절 차례상에는 구이로 많이 올라가지만 평소에는 회, 조림, 찌개 등에 사용된다. 병어를 구입할 때는 살이 단단하고 표면이 매끄러우며, 윤기가 흐르는 것이 좋다.
경상남도에서는 해삼 통지짐이 올라간다. 해삼 통지짐은 쇠고기와 조갯살, 두부를 곱게 다져 속을 만든 다음 통째로 데친 해삼 속에 채워 놓고 밀가루를 묻혀 지진 음식이다.
해삼 통지짐은 선조 37년부터 고종 32년까지 약 293년간 내려온 음식으로 경상남도, 전라남도, 충청도의 삼도수군영을 지휘하던 통제사와 장수들에게 올렸던 통제영 상차림 중 하나로 귀한 음식이다. 통제영 상에는 해삼 통지짐을 비롯해 남해안의 해산물을 재료로 한 전복김치, 꽃게 살찜, 개조개 유과, 도미찜 등이 올라왔다고 전해진다.
경상북도 차례상에는 돔배기가 올라간다. 돔배기는 토막고기의 경상도 방언으로 동해 연안에서 주로 잡히는 상어를 토막 낸 뒤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음식이다. 현재는 동해 연안의 상어가 거의 사라지면서 원양산을 염장해 만든다.
돔배기는 설 명절 때 50톤 정도가 소비될 정도로 인기 있는 음식으로, 보통 차례상에는 산적으로 올라간다.
돔배기는 조리법에 따라 그 맛이 다양하다. 또 염장 방법, 숙성시간, 온도처리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최근에는 건강식품으로 자리매김하며 채소무침, 돈가스 등 다양한 조리법이 개발됐다. 또 고유전통 음식으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 활동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지역 특색이 있는 수산물이 올라가는 반면 차례상에 올리면 안 되는 음식이 있다. 삼치, 꽁치, 갈치, 멸치, 등 끝에 '치'자가 들어가는 수산물이다. 예로부터 '치'로 끝나는 생선은 대부분 살이 붉고 비린내가 난다고 해, 비린내가 덜 나고 살이 흰 '어', '기'로 끝나는 생선을 차례상에 올렸다. 또 '치'자가 부끄러움, 어리석음을 뜻하는 한자어와 동음어이기 때문이다.
'치'자가 들어간 생선과 함께 복숭아 또한 차례상에 올리지 않는다. 그 이유는 복숭아가 귀신을 쫓는다는 의미로 알려져, 조상이 집안으로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올리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또 차례상에는 고춧가루와 마늘 양념을 사용하지 않고 잡귀를 물리친다는 의미가 있는 붉은 팥 대신 흰 고물을 사용한다.
bsc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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