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결혼해야만 가족인가요?"..비혼·동거 가족의 설 명절

홍민기 2021. 2. 11.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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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스트레스'는 없지만..일상 곳곳 불편 가득
보험 가입부터 주택 청약까지..'부부 우선'
가족 아닌 '동반자'는 수술동의서 서명 불가
"결혼으로 인한 의무 부담스러워"..'비혼 결심

[앵커]

YTN은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을 맞아 우리 사회 다양한 가족의 현실을 들여다보는 순서를 준비했습니다.

1인 또는 비혼 가족이 늘고 있지만,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해 법적·제도적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 밖에 놓인 이들을 홍민기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서울 불광동에 사는 46살 문미정 씨.

6살 아래 남자친구와 10년째 함께 살고 있습니다.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함께 사는, 이른바 '비혼 동거' 가족입니다.

[문미정 / 비혼 동거 가구 : 결혼을 하면 각자 가족에 대해서 서로 책임져야 하는 게 저에겐 가장 큰 어려움이었던 것 같아요. (결혼이)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숙제가 많이 쌓이는 느낌이었던 것 같아서 싫었던 것 같아요. 그런 것 생각하지 말고 둘이 좋으면 같이 살면 되지….]

'명절 스트레스', 고부 갈등도 문 씨에겐 먼 나라 일입니다.

명절 당일 각자 부모님만 찾아뵙고 동반자, 친구들과 함께 연휴를 보냅니다.

코로나19가 덮친 올해 설도 지난해처럼 친구들과 작은 파티를 벌일 계획입니다.

[문미정 / 비혼 동거 가구 : 명절을 따로 보내지 않는 사람들과 명절 모임을 해요. 명절 당일 저녁에는 모여서 설에는 떡국도 끓여 먹고…. 저에게 명절은 힘든 시간이라기보다는 제 짧은 휴가인 것 같아요.]

하지만 비혼을 선택한 뒤 일상 곳곳에서 겪는 불편함은 외면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간단한 보험 가입부터 과태료까지, 동거인은 법적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는 제도 때문입니다.

[문미정 / 서울 불광동 : 부부로 신고되지 않은 사람들은 그런 (보험) 할인 조건이 전혀 없고,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을 하게 되면 엄청 비싸져서…. 살지 않는 다른 주소에 등록했는데 주차 위반 스티커가 나왔는데 한참 뒤에 알아서 추가 요금을 낸다든지….]

주택 청약도, 전세 대출 지원금도 모두 '자녀를 가진 부부'가 우선입니다.

[문미정 / 서울 불광동 : 실제로 SH나 LH에서 주는 지원을 받으려면, 부부인 사람들, 좀 더 가능성을 높이려면 부부인데 아이가 있는 사람들인 경우에 가능하고….]

4년 전,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갔을 때는 더욱 아찔했습니다.

수술을 앞둔 문 씨 앞에서, 가족이 아닌 남자친구는 수술 동의서조차 쓸 수 없었습니다.

[문미정 / 서울 불광동 : (남자친구가) 본인이 사인을 하려고 했더니, 가족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그나마 싸인을 할 수 있었기에 망정이지 의식이 없던 상태였으면 저는 수술이 불가능한….]

법적, 제도적 불편함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문 씨는 비혼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문미정 / 서울 불광동 : 결혼도 중요한 선택이고, 결혼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선택이고, 다만 선택의 문제인 것이고…. 결혼 선택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제도적으로 보장하도록 바뀌어야….]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는 황두영 씨도 이번 설엔 조용히 홀로 시간을 보낼 계획입니다.

평생 함께할 배우자를 찾는 것부터 상견례, 육아에 재산 상속까지.

결혼이 가져다주는 여러 의무가 부담스러웠던 황 씨는 '비혼 1인 가구'를 택했습니다.

[황두영 / 비혼 1인 가구 : 우리 사회 가족을 이루는 것, 결혼한다든가 자녀를 갖는 부담이 너무 큰 것 같아요. 우리 사회는 그것에 대한 불안이 너무 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가족 구성을 회피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함께 사는 친구나 연인, 보호자를 '생활동반자'로 묶어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법안이 발의되는 데 앞장섰지만,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황두영 / 비혼 1인 가구 : 생활동반자법이 동성애 혐오 때문에 진도를 못 나가고 있었는데, 동성애자들만을 위한 법이 아니라 정말 많은 위한 법이라고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충분한 기회를 갖지 못했어요.]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삶을 택했지만 법과 제도 밖에 놓인 가족들.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 신고 서류에 서명해야만 '가족'이 될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황두영 / 비혼 1인 가구 : 같이 살 때 즐겁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게 가족이어야 한다고…. 내가 정말 이 사람과 함께 살 때 어떤 도움이 되고 어떤 즐거움을 가질 수 있는가 하는 답을 우리 사회가 같이 찾아야….]

YTN 홍민기[hongmg1227@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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