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4 대책 일주일.. 빌라 문의 '뚝', 아파트는 '꼿꼿'
"2·4 대책 이후에 재개발 빌라를 사려는 사람이 없어졌습니다. 이틀간 문의 전화 딱 한 통 받았어요. 공산주의 국가도 아니고, 현금청산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데 누가 사겠습니까." (서울 용산구 원효로1가 A공인 관계자)
"2·4 대책이요? 대책 나온 것 같지도 않은데요. 호가는 그대로 높고 대기수요도 여전히 많아 별로 영향이 없어요. 대책 발표날이면 집주인들이 ‘팔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물어왔는데 이번엔 그런 문의조차 없네요." (개포래미안포레스트 인근 서울 강남구 B공인 관계자)
정부가 발표한 2·4 공급대책의 영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들썩이던 빌라 시장은 ‘현금청산 리스크’가 부각하며 매수세가 확 꺾였다. 빌라를 매입했다가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이나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구역으로 지정되면 새 아파트를 분양받지 못하고 청산되기 때문이다. 반면 아파트 시장은 2·4 대책의 타격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분위기다.
◇빌라촌 "2·4 대책 나오자 매수 문의 뚝 끊겨"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주 내놓은 2·4 대책에서 공공이 주도하는 정비사업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다시 밝혔다.
주요 공급방안으로 거론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도입하는 지역에서는 발표 당일인 4일 이후 집을 산 사람의 경우 입주권을 받지 못한다. 예를 들어 지금 집을 사는 사람의 경우 미래에 해당 집이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구역으로 지정되면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만 받은 채 이주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받게 되는 현금이 매입 가격보다 높다는 보장도 없다.
지난 9일 찾은 용산구 원효로1가 근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2·4 대책 직후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고 입을 모았다. 이곳은 2차 공공재개발 후보지 선정을 목표로 삼던 곳이다. 원효로1가 C공인 관계자는 "대책 전까지만 해도 ‘공공재개발 가능성이 있느냐’는 문의도 많이 오고 거래도 활발했는데 지금은 전화 조차 전혀 없다"면서 "기존 소유주들 역시 후보지 선정도 무산될 것 같다며 기대를 접고 있다"고 했다. 인근 A공인 관계자도 "중개인 입장에서도 현금청산 가능성이 있는 빌라 매수를 권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면서 "매수자가 나타난다 해도 돌려보낼 것 같다"고 했다.
올해 초만 해도 재개발 호재가 있는 빌라 밀집지 인근 공인중개업소에는 주말에도 손님이 몰려올 정도로 붐볐다.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금으로 입주권을 얻은 다음 개발이 완료되면 신축 아파트에 살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진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4 대책에서 언급된 현금청산이 찬물을 끼얹었다.
마찬가지로 공공재개발을 목표로 추진하던 서울 성북구 장위동 D공인 관계자는 "잘못 사면 ‘물딱지(입주권 없는 현금청산 대상)’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그야말로 적막 그 자체"라면서 "기존 매수자 중에 계약을 파기하고 싶다는 이들도 나타나는 등 지난달까지의 상황과 완전히 딴판"이라고 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재개발 부동산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김제경 투미부동산 소장도 "거래가 급감한 수준이 아닌 ‘올 스톱’한 상황"이라면서 "조합설립인가를 이미 받아 공공 개입으로 인한 현금청산 위험이 없는 재개발 물건들만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타격 없는 아파트… "신축 호가는 더 뛴다"
반면 아파트 시장은 2·4 대책 영향을 크지 받지 않은 분위기다. 소유주들은 정부의 ‘83만가구 공급’ 공언에 긴장해 호가를 떨어뜨리기는커녕 콧방귀를 뀌고 있다고 한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이나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이 정부 계획처럼 흥행하지 못하고 공급량이 예상보다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서다. 서울 내 신규 공공택지 지정도 없어 여전히 우상향론이 우세하다.
지난 9일 서울 개포동에서 만난 E공인 관계자는 "래미안블레스티지 2단지 전용 49㎡ 호가를 17억원에 내놨던 집주인이 2·4 대책 이후 호가를 18억원으로 올렸다"면서 "강남권에선 공급대책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으며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고 했다. 이어 "매수 문의는 대책 이전과 비슷하다"면서 "추격매수가 거세진 않지만, 몇천만원이라도 호가가 떨어지면 사겠다는 대기수요는 제법 많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F공인 관계자도 "2·4 대책 영향이 하나도 없다"면서 "집주인들이 콧방귀만 뀌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내 주머니’에만 돈이 없을 뿐이지, 현금 많은 매수자가 참 많더라"면서 "대책 발표 전과 마찬가지로 호가는 변동이 없거나 조금씩 올라가고, 매수자도 늘 어느 정도 있어 집값은 또 오르는 분위기"라고 했다.
신축 아파트의 경우 호가 상승세가 좀 더 가파르게 느껴진다. 2·4 대책의 풍선효과로 오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 마포구 마포프레스티지자이(마프자) 인근 대흥동 G공인 관계자는 "마프자 전용 84㎡ 호가가 20억원 안팎이었는데, 대책 이후 26억원까지 치솟았다"면서 "2·4 대책이 집값을 내리는 쪽의 역할은 전혀 못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단지의 전용 59㎡ 매물도 2·4 대책 이전에 호가가 16억원대였지만, 대책 이후 17억원대로 뛰었다고 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자칫 빌라를 샀다가 현금청산만 받고 쫓겨날 수도 있는데 어느 수요자가 빌라를 사려고 하겠느냐"면서 "빌라 시장은 위축되고 신축 아파트값은 계속 오르는 양극화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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