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키스' 남성 혀 깨문 여성.. "정당방위"

이보람 2021. 2. 1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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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에 저항하다 남성의 혀를 깨물어 절단한 여성의 행동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검찰이 판단했다.

57년 전 '강제키스 혀 절단사건'과 비슷하지만, 다른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은 지난해 7월 일어난 '황령산 혀 절단' 사건의 피해자 A씨를 정당방위로 불기소 처분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19일 오전 9시25분쯤 부산 남구 황령산 산길에 주차한 차량에서 여성 A씨가 남성 B씨의 혀를 깨물어 혀끝 3㎝가량을 절단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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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황령산 혀 절단 사건' 불기소 처분
警 "과잉방어지만 면책행위" 판단
'합의 주장' 남성은 강간혐의 구속
57년 전 같은 중상해 혐의 옥살이
70대 여성은 재심 청구.. 진행 중
여성단체들 "같은 사건 계속 반복
성폭력 범죄 인식 빨리 바뀌어야"
사진=뉴스1
성폭력에 저항하다 남성의 혀를 깨물어 절단한 여성의 행동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검찰이 판단했다. 57년 전 ‘강제키스 혀 절단사건’과 비슷하지만, 다른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은 지난해 7월 일어난 ‘황령산 혀 절단’ 사건의 피해자 A씨를 정당방위로 불기소 처분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19일 오전 9시25분쯤 부산 남구 황령산 산길에 주차한 차량에서 여성 A씨가 남성 B씨의 혀를 깨물어 혀끝 3㎝가량을 절단한 사건이다. A씨는 B씨의 성폭력에 저항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고, B씨는 합의에 의한 행위였다며 A씨를 중상해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차량 블랙박스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하는 등 해당 사건을 수사한 결과 B씨의 성폭력 사실을 확인했다. A씨에 대해선 정당방위심사위원회를 개최해 혀 절단은 정당방위를 넘은 ‘과잉방위’이기는 하지만, 형법 21조 3항에 따라 면책되는 행위로 판단했다.

해당 조문은 ‘방어행위가 정도를 초과한 경우라도, 그 행위가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면책적 과잉방위’라고 부른다.

검찰은 A씨가 혀를 깨문 것은 피해자의 신체와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벗어나기 위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B씨는 강간치상, 감금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 사건은 성범죄에 대한 여성의 방위 범위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부산에서는 57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를 입힌 죄로 옥살이를 했던 70대 여성이 청구한 재심이 진행 중이다.

최모(75)씨는 18살이던 1964년 5월 6일 저녁 성폭행을 시도하던 당시 21세 노모씨의 혀를 깨물어 1.5㎝가량 자른 혐의(중상해죄)로 이듬해 1월 부산지법 형사부로부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6개월간 옥살이를 했다.

최씨는 당시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를 견디며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검찰은 노씨에게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으며 특수주거침입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이 사건은 법원행정처가 법원 100년사를 정리하며 1995년 발간한 ‘법원사’에도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으로 소개됐다.

최씨는 2018년 성폭행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 캠페인에 용기를 내 지난해 5월 6일 정당방위 인정을 요구하며 부산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지난 2020년 5월 6일 부산지법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피해 여성. 연합뉴스
여성단체들은 이번 불기소 처분을 환영하고 나섰다. 박동주 울산여성의전화 대표는 “당연히 정당방위가 인정돼야 하며, 이 사건이라도 제대로 처리가 된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비슷한 사건이 50년 전에도, 30년 전에도,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건 사법기관에서 제대로 처리가 안 된 때문”이라며 “그동안 진행된 많은 교육이 하루라도 빨리 효과를 발휘해 성폭력 범죄를 바라보는 인식과 행동이 변화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부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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