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는 '도박꾼' 아닌 '사기꾼'.. 명절 사기도박 당해도 돈 돌려받는 이유는?
A씨와 B씨는 서로 공모해 피해자 C씨를 상대로 60차례에 걸친 사기 도박을 벌였다. 2년 넘게 도박을 한 C씨가 잃은 돈만 16억원이 넘었다. C씨는 부산에서 기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으로 상당한 자금력이 있는 인물이었고, 노름판 ‘타짜(노름판에서 남을 잘 속이는 재주를 가진 사람)’들의 표적이 됐다.
A씨와 B씨의 사기 수법과 기술은 영화와 같았다. 카드 바꿔치기와 밑장빼기는 기본이었고, 자신들만의 신호전달 수법 등을 통해 C씨를 속였다. ‘탄작업(특별한 순서로 카드 패가 나가도록 만들어 둔 것)’에 놀아난 C씨는 이들을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 그런데 A, B씨는 도박죄는 빠진 채 사기죄로만 기소됐고, 징역 5년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우리 형법은 일반인에 대해서는 돈을 걸고 카드나 고스톱 게임을 할 경우 도박죄를 적용해 초범은 벌금 1000만원 이하, 상습범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그러나 전문 도박꾼인 타짜들은 도박죄를 적용하지 않는다.
형법 조문과 판결례들에 따르면 도박은 두 명 이상이 서로간에 재물을 걸고 우연에 의해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즉 도박죄가 성립하려면 ‘우연성’이 필수 조건이라는 말이다. 여기서 우연성이란 말은 도박의 승패가 순전히 ‘운’에 달렸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승패를 자기 마음대로 조작 가능한 타짜와의 대결은 도박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타짜는 주로 사기죄로 처벌을 한다. 타인을 속이는 기망 행위를 통해 재산상 이익을 취했다는 점에서 사기죄의 성립요건(구성요건)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타짜를 붙잡는 경우 경찰이 도박죄 대신 사기죄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런데 이처럼 타짜에게 도박죄를 적용하지 않는 것은 일반인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적 배려’라는 해석도 많다. 타짜에게 도박죄를 적용하면 같이 도박을 해 돈을 잃은 피해자도 도박죄로 함께 기소해야 하기 때문에, 돈을 잃은 피해자가 선뜻 경찰에 도박 피해를 신고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기죄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타짜에게 돈을 잃은 피해자는 설령 함께 도박을 했을지라도, 해당 행위는 이미 타짜가 의도한 대로 조작된 것이라 운에 의존한 결과로 볼 수 없어 도박죄 성립이 안된다"면서 "타짜에게 당한 경우 망설일 필요없이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했다.
간혹 도박꾼들이 이러한 정책적 배려를 역이용 하는 경우도 있다. 도박을 벌이다 경찰에 덜미를 잡힌 경우 "상대방이 타짜고,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면서 도박 단속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또 피해자가 여러 차례 도박죄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경우 타짜에게 당해도 역시 도박죄가 적용될 수 있다.
일반인끼리 도박을 하다 돈을 잃은 경우에는 돈을 딴 상대방에게 도박의 불법성을 근거로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그러나 상대방이 타짜라는 점이 입증된 경우에는 피해액을 돌려받을 길이 열린다.
민법(제746조)은 도박 같은 불법행위를 한 사람이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재물을 넘겨준 경우, 불법성을 이유로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줄여서 법률가들은 ‘불법원인급여’는 반환청구가 불가하다고 말한다. 불법원인급여는 불법에 해당하는 원인으로 인해 생긴 재산을 의미한다.
조기현 변호사는 "타짜에게 당한 경우에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아 피해금액 반환을 법적으로 청구할 수 있다"며 "다만, 피해자라고 해도 상습범이거나 불법성이 큰 경우에는 50%만 돌려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명절에 가족들과 친척들이 삼삼오오 모여 일정액의 돈을 걸고 고스톱이나 카드를 치는 것 역시 원칙적으로는 도박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다만, 형법 조문에서 '일시오락성'에 그칠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는 규정이 있어 실제 도박죄로 처벌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판례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명절에 가족끼리 돈을 걸고 하는 카드나 고스톱은 일시오락성이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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