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부족에 환자들 치료시기 놓쳐.. 공공병원 확충 서둘러야 [연중기획-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진경 2021. 2. 1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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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점 드러낸 K방역·의료체계
사회적 거리두기 중심 발생 억제 총력
중앙정부·지자체 유기적 협력 시너지
단계별 행동 제한 등 세부대책도 실효
결정 전 정책 유출 등 보안유지는 숙제
감염병 대응 시스템 메르스때 머물러
권역별 전담병원 작년 겨우 1곳 추가
2020년 3∼4월 공공병원이 환자 80% 담당
의료계 "민간 동원 시스템 등 대책 시급"
사진=연합뉴스
#1. 지난해 2월28일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70대 남성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졌다. 집에서 병상 배정을 기다리던 중 갑자기 상태가 나빠졌다. 긴급하게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70대 남성 이후로도 자택 대기 중 사망이 잇따랐다. 당시 대구에선 확진 후 바로 입원을 하지 못한 사람이 하루 2000여명에 달했다. 대구의료원 442개 외에 신축 공사 후 개원 전으로 비어 있던 동산병원 1000여개 병상, 생활치료센터 등 겨우 의료체계 붕괴를 막은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2. 서울·인천·경기는 12월23일 0시부터 5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확산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친목모임은 일절 금지되고, 직계가족이 돌봄을 위해 만나는 등 예외적인 경우만 인정했다. 수도권이 먼저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은 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12월24일부터 시행하는 연말연시 특별방역대책에 5인 이상 집합금지를 포함했다. 지자체가 방역을 주도하고, 중앙정부가 따라간 사례다.
 
1년을 넘긴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K방역’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국민의 방역수칙 준수와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바탕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유기적 협력과 대응이 시너지를 냈다. 그러나 1∼3차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병상이 부족해지고, 병원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등 의료체계는 미흡한 부분을 드러냈다. 코로나19 이후 찾아올 감염병 등 국가재난에 대비해 긍정적 성과를 낸 시스템은 공고히 하고, 부족한 점은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중앙·지자체 공동 대응 성과…거리두기는 개편 필요

코로나19 K방역은 3T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확진자 발생 억제, 대규모 환자 발생 시 피해 최소화를 전략으로 한다. 3T란 검사(Test), 조사·추적(Trace), 격리·치료(Treat)를 말한다.
정세균 국무총리(가운데)가 지난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시행하는 데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공조가 큰 역할을 했다. 매일 오전 8시30분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화상 회의에는 관계부처와 각 지자체 관계자 100∼200명이 참석한다. 각 지역 방역 대응 경험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눈다.

대규모 집단감염을 제외하고 지역 코로나19 확진자 1차 역학조사는 지자체가 맡았다. 사랑제일교회와 IM선교회 등 전국적인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 각 지역 내 상황이 빠르게 파악됐다. 다중이용시설이 방역수칙을 지키는지 점검도 지자체의 몫이었다. 거리두기는 확진자 규모에 따른 단계를 마련하고, 단계별 행동 제한과 다중이용시설 운영제한 수준을 세세하게 마련했다. 지역 현장의 의견도 반영됐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대본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지자체는 지금까지 K방역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큰 조직체였다”며 “계속 평가하고 보완하며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게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많은 사람이 논의에 참여하다 보니 보안이 유지되지 않은 점은 개선할 점이다. 지난 1월 수도권 거리두기 조정 문건 등 여러 차례 결정되기 전인 정책 내용이 유출돼 혼선을 빚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다중이용시설 집합제한 조치로 자영업자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했다는 점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정부 방역수칙을 지켰을 경우 발생하는 보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기본 체계가 논의돼야 한다.

◆재난상황 시 의료·병상 동원 시스템 정비해야

감염병 대응 의료시스템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고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동안 공공병원에 대한 투자가 없었던 것이 약점이 됐다. 권역별 감염병 전담병원은 2015년부터 필요성이 논의됐지만, 수년간 진전이 없다가 지난해 7월에야 영남권에 한 곳이 추가됐다. 또 400병상 규모의 지방의료원 등을 2025년까지 20개 내외 신·증축하고, 5000여병상을 늘린다는 공공의료 확충 계획도 지난해 11월 내놓았다.

이렇다 보니 환자가 폭증한 지역에서는 제대로 된 치료가 제공되지 못했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3~4월 코로나19 환자는 공공병원이 80.1%를 담당했다. 문제는 환자를 맡은 공공병원 상당수가 300병상 이하로, 중환자 진료능력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중등도 환자 31.8%가 일반병동에 입원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서 임시 격리시설로 가는 해외 입국자들이 경찰과 육군 현장지원팀의 안내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가톨릭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정혜선 교수는 “공공병원이 단기적으로는 효율이 떨어져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오히려 비용 면에서도 효율적”이라며 공공병원 확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19에서 공공병원이 감염병 체제로 전환하는 등 대응에 미흡했다”며 “메르스로 음압병동의 필요성이 제기됐듯 이번 사태로 공공병원의 감염병 대응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 나타났고 이를 수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재난상황 시 민간 병상 동원 시스템도 정비가 필요하다. 지난해 11∼12월 코로나19 3차 유행이 정점을 찍던 당시 즉시 가용 가능한 전국 중환자 병상은 한자릿수까지 떨어졌다. 민간병원 병상 동원 행정명령까지 내렸지만, 기존 환자들을 전원시키는 등 시간이 필요해 병상 부족이 해소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연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박은철 교수는 “필요한 것은 일반 병원 내의 감염병 전문센터”라며 “공공병원 추가 대신 현재 공공병원 활용의 효율을 높이면서 ‘전시동원계획’처럼 신종감염병 민간 동원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경·정진수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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