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157만' 고용한파에.. "그냥 쉴래요" 구직 포기자 급증

우상규 2021. 2. 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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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 98만명 ↓.. 최악 고용 쇼크
외환위기 이후 최대 감소폭 기록
청년 취업자 31만명 줄어 직격타
사진=뉴스1
A(27·여)씨는 지난해 말 어렵게 구한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한 달 만에 그만두게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손님이 급감한 탓이다. 사정을 모르지 않기에 음식점 사장을 원망할 수도 없었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해 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1년을 통째로 날리고 나니 20대 후반이 됐다”며 “경기가 좋아진다고 해도 졸업한 지 오래됐고 나이가 많아 취업이 잘 되리란 보장이 없어 두렵다”고 말했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100만명 가까이 줄며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청년 취업자가 30만명 넘게 줄었다. 실업자 수는 사상 처음으로 150만명을 돌파했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581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98만2000명 감소했다.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2월(-128만3000명)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지난해 3월(-19만5000명)부터 취업자 수는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고용 쇼크’는 지난해 12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대면서비스업의 고용이 악화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숙박·음식(-36만7000명)과 도·소매업(-21만8000명) 등 서비스업의 취업자가 89만8000명이나 줄었다. 연령대별로는 청년층(15∼29세) 취업자가 31만4000명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60세 이상(-1만5000명)도 2010년 2월(-4만명) 이후 처음 감소하면서 모든 연령층에서 취업자가 줄었다.
실업자는 157만명으로 41만7000명 늘었다. 실업 통계가 개편된 1999년 6월 이래 실업자가 150만명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재정일자리가 단기적으로 고용시장 충격 완화에 상당 부분 기여했지만 중장기적으로 젊은 층의 피해에 충분한 대응이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젊은이들이 노동시장에 들어가지 못해 나타나는 인적자원 훼손을 막아야 한다”며 “재정일자리와 연계해서 인턴을 하게 해주든지, 직업훈련이나 창업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탓 대면서비스업 ‘직격탄’… 구직 포기 ‘그냥 쉼’ 급증

새해 첫 달 고용시장에 역대급 한파가 몰아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지난해 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하면서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급격히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일자리 상황이 나빠 구직을 단념하거나 구직에 나서지 않고 ‘그냥 쉰’ 사람도 급증했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 주역’이 될 청년층이 신규 채용 축소와 선호 업종 부진으로 일자리에서 많이 밀려나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정부가 고령층 위주의 단기 재정일자리로 ‘응급조치’에 나섰지만 청년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등 ‘약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 전문가들은 “민간 일자리 창출 여건을 마련하고, 젊은층을 위한 직업훈련 등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대면서비스업 직격탄… 구직단념·쉬었음 인구 급증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것은 대면서비스업이다. 지난해 12월8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으로 숙박·음식업(-36만7000명)과 도·소매업(-21만8000명), 개인서비스업(-10만3000명), 예술·스포츠업(-8만1000명) 등의 타격이 컸다. 서비스업 취업자 감소폭(89만8000명)이 전체 취업자 감소폭(98만2000명)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다.

아울러 폭설과 강추위 등 계절적 요인, 연말·연초 재정일자리 사업 종료·재개 과정에서의 취업자 감소, 지난해 1월 고용 호조(56만8000명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 등도 영향을 미쳤다. 상용직 근로자는 3만6000명 증가한 반면 임시직(-56만3000명)과 일용직(-23만2000명)은 80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통계상 취업자로 분류되지만 실제로 일하지 않은 일시휴직자는 89만2000명으로 34만6000명 늘었다. 일시휴직자는 직업이나 사업체를 가지고 있지만 일시적인 병, 사고, 연가, 교육, 노사분규 등의 사유로 일하지 못한 사람이다.

고용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구직에 나서지 않은 사람도 급증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단념자’는 지난달 77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3만3000명이나 증가했다. 증가폭은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확대 추세다. 구직단념자는 취업을 희망하고 취업이 가능했지만 노동시장의 사유로 일자리를 구하지 않은 사람 중 지난 1년 내 구직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구직활동 계획 없이 그냥 쉰 ‘쉬었음’ 인구도 지난달 271만5000명으로 37만9000명이나 늘었다. 통계를 작성한 2003년 1월 이래 최다 기록이다.

◆청년 고용 사정 악화

우리 경제의 미래 주역이 될 청년층(15∼29세)의 고용 상황도 심각하다. 지난달 15∼29세 취업자는 364만2000명으로 31만4000명 줄어 감소폭이 다른 연령대보다 컸다. 모든 연령층에서 취업자가 줄었는데 증감폭은 15∼19세가 -5만9000명, 20대가 -25만5000명, 30대가 -27만3000명, 40대가 -21만명, 50대가 -17만명, 60세 이상이 -1만5000명이었다.

청년층 취업자가 급감한 것은 청년인구 감소(-13만2000명), 숙박·음식 등 청년 고용 비중이 큰 업종의 둔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아울러 신규채용 위축 등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초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상장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기업의 신입 채용확정 비율은 지난해 71.7%에서 올해 56.2%로, 중견기업은 46.8%에서 43.4%로, 중소기업은 30.8%에서 32.7%로 모두 하락했다.

취업자 감소 영향으로 청년층 고용률은 41.1%로 전년 동월 대비 2.9%포인트 하락했다. 청년 실업률은 9.5%로 1.8%포인트 상승했다. 청년 확장실업률은 27.2%로 5.8%포인트나 올랐다. 확장실업률은 실업자뿐만 아니라 시간 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 잠재 경제활동인구 등을 포함하는 실업률 보조지표다.
◆“민간 일자리 늘리고, 시대에 적합한 직업훈련 늘려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는 현재 고용상황의 심각성을 매우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민생 어려움 경감과 빠른 고용회복에 두고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1분기 중 90만개 이상의 중앙정부·지자체 직접일자리를 공급한다. 1분기 안에 청년·여성 맞춤형 일자리 대책도 마련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직접일자리 공급 계획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최선인 듯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방역이 완화되지 않으면 피해구제를 우선 하고, 방역이 완화되면 소비진작과 재정일자리 공급을 같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노인층 중심 단기 재정일자리 공급은 ‘약발’에 한계가 있다. 당장 고용지표에는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코로나19가 안정되더라도 비대면 소비로 트렌드가 바뀌는데 그에 적합한 인력 양성을 위한 직업훈련이 중요하다”며 “아울러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규제 개선 등)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고령층이나 비정규직은 정부가 일자리를 늘릴 수 있지만 청년층이나 정규직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투자를 통해 늘려야 한다”며 “기업이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고 있는데, 그런 기업의 투자환경을 개선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김희원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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