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157만' 고용한파에.. "그냥 쉴래요" 구직 포기자 급증
외환위기 이후 최대 감소폭 기록
청년 취업자 31만명 줄어 직격타
지난달 취업자 수가 100만명 가까이 줄며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청년 취업자가 30만명 넘게 줄었다. 실업자 수는 사상 처음으로 150만명을 돌파했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581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98만2000명 감소했다.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2월(-128만3000명)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재정일자리가 단기적으로 고용시장 충격 완화에 상당 부분 기여했지만 중장기적으로 젊은 층의 피해에 충분한 대응이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젊은이들이 노동시장에 들어가지 못해 나타나는 인적자원 훼손을 막아야 한다”며 “재정일자리와 연계해서 인턴을 하게 해주든지, 직업훈련이나 창업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탓 대면서비스업 ‘직격탄’… 구직 포기 ‘그냥 쉼’ 급증
새해 첫 달 고용시장에 역대급 한파가 몰아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지난해 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하면서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급격히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일자리 상황이 나빠 구직을 단념하거나 구직에 나서지 않고 ‘그냥 쉰’ 사람도 급증했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 주역’이 될 청년층이 신규 채용 축소와 선호 업종 부진으로 일자리에서 많이 밀려나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정부가 고령층 위주의 단기 재정일자리로 ‘응급조치’에 나섰지만 청년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등 ‘약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 전문가들은 “민간 일자리 창출 여건을 마련하고, 젊은층을 위한 직업훈련 등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대면서비스업 직격탄… 구직단념·쉬었음 인구 급증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것은 대면서비스업이다. 지난해 12월8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으로 숙박·음식업(-36만7000명)과 도·소매업(-21만8000명), 개인서비스업(-10만3000명), 예술·스포츠업(-8만1000명) 등의 타격이 컸다. 서비스업 취업자 감소폭(89만8000명)이 전체 취업자 감소폭(98만2000명)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다.
고용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구직에 나서지 않은 사람도 급증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단념자’는 지난달 77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3만3000명이나 증가했다. 증가폭은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확대 추세다. 구직단념자는 취업을 희망하고 취업이 가능했지만 노동시장의 사유로 일자리를 구하지 않은 사람 중 지난 1년 내 구직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구직활동 계획 없이 그냥 쉰 ‘쉬었음’ 인구도 지난달 271만5000명으로 37만9000명이나 늘었다. 통계를 작성한 2003년 1월 이래 최다 기록이다.
◆청년 고용 사정 악화
우리 경제의 미래 주역이 될 청년층(15∼29세)의 고용 상황도 심각하다. 지난달 15∼29세 취업자는 364만2000명으로 31만4000명 줄어 감소폭이 다른 연령대보다 컸다. 모든 연령층에서 취업자가 줄었는데 증감폭은 15∼19세가 -5만9000명, 20대가 -25만5000명, 30대가 -27만3000명, 40대가 -21만명, 50대가 -17만명, 60세 이상이 -1만5000명이었다.
청년층 취업자가 급감한 것은 청년인구 감소(-13만2000명), 숙박·음식 등 청년 고용 비중이 큰 업종의 둔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아울러 신규채용 위축 등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초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상장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기업의 신입 채용확정 비율은 지난해 71.7%에서 올해 56.2%로, 중견기업은 46.8%에서 43.4%로, 중소기업은 30.8%에서 32.7%로 모두 하락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는 현재 고용상황의 심각성을 매우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민생 어려움 경감과 빠른 고용회복에 두고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1분기 중 90만개 이상의 중앙정부·지자체 직접일자리를 공급한다. 1분기 안에 청년·여성 맞춤형 일자리 대책도 마련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직접일자리 공급 계획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최선인 듯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방역이 완화되지 않으면 피해구제를 우선 하고, 방역이 완화되면 소비진작과 재정일자리 공급을 같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노인층 중심 단기 재정일자리 공급은 ‘약발’에 한계가 있다. 당장 고용지표에는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코로나19가 안정되더라도 비대면 소비로 트렌드가 바뀌는데 그에 적합한 인력 양성을 위한 직업훈련이 중요하다”며 “아울러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규제 개선 등)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고령층이나 비정규직은 정부가 일자리를 늘릴 수 있지만 청년층이나 정규직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투자를 통해 늘려야 한다”며 “기업이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고 있는데, 그런 기업의 투자환경을 개선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김희원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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