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백신 고령자 접종 '의사 판단'에 맡겨.. 책임 회피 논란
65세 이상 고령자만 "신중히 결정"
고령자 7500여명 포함 3상 결과
4월 말까지 제출 조건으로 달아
의료계 "접종 보류 현실적" 반발
식약처 최종점검위원회는 이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성은 양호하다고 결론지었다. 주사부위 통증과 멍 등 일반적인 이상 사례만 있었고, 백신 투여 후 과민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는 아나필락시스 반응이나 코로나19 증상 악화 등 중대한 이상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백신의 코로나19 예방 효과는 62%로, 세계보건기구(WHO) 기준(50%)을 만족한다.
식약처가 모든 성인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해도 된다고 허가한 배경이다. 식약처는 다만 ‘사용상 주의사항’으로 만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접종할 때는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했다. 고령자에 대한 효과성을 판단할 자료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식약처가 아스트라제네카사에 미국 등에서 고령자 7500여명을 포함해 진행 중인 임상 3상의 중간 결과를 오는 4월 말까지 제출하도록 조건을 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강립 식약처장은 “안전성과 효과성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허가 자체를 제한하거나 고연령층에 대해서 배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라며 “의사가 대상자의 상태에 따라 백신 접종으로 인한 유익성을 충분히 판단해 결정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오일환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은 “감염이 가져오게 될 위험성과 감염 확률 등이 임상 현장에서 복합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하 의협 대변인은 “접종이 시작된 후 65세 이상에서 이상반응이 보고되면 접종을 결정한 의사가 책임지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며 “어떤 의사도 ‘지금 접종하라’고 자신 있게 권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김 대변인은 “두 달 뒤에 추가 (임상) 데이터가 나올 때까지는 65세 이상 접종에 대해 보류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도 “국가기관이 ‘된다’거나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주의를 요구한다’고 해 버리면 국민 입장에선 어떤 것을 주의해야 하는지 모른다”며 ‘추가 자료를 받을 때까지는 접종을 보류한다’고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추가적인 자료가 더 나올 것이기 때문에 이에 따라 접종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다음주 중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국가출하승인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생산된 백신의 품질을 검증하는 과정이다. 정부는 오는 24∼28일 제조사로부터 백신 75만명분(150만도스)을 순차적으로 받는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경북 안동 공장에서 위탁 생산한 제품이다. 26일 요양병원·시설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첫 접종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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