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유가·집값 '新3고 경제'..'포스트 코로나' 경기회복 발목잡나
금리·집값·유가, 일제히 상승… 소비 회복에 걸림돌
금리 상승 대출이자 늘고… 장바구니 물가도 불안
집값은 오름세… 부동산 세금 늘어 가계부 ‘주름살’
전문직 김모(40)씨는 지난해 6월 주거래은행에서 2억원에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했다. 당시 적용됐던 금리는 연 2.2%로, 월 납입이자는 37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이달 통장에서 빠져나간 이자는 43만원 남짓.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금리가 연 2.6%까지 상승해서다. 김씨는 "몇 만원 수준의 이자가 당장 부담이 되는 건 아니지만,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0.5%인데, 대출금리가 오르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상황은 녹록치가 않다. 수출, 투자는 회복기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되는 반면 소비 등 내수경기는 올 한해에도 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신(新)3고' 현상이 일어나면서 소비자들이 더욱 허리띠를 졸라메게 됐다. 국채금리를 필두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이자납입액이 커지고 있는데다가, 국제유가·곡물가격이 오르면서 전반적인 물가부담도 증폭되고 있다. 정부가 '공급쇼크'를 장담하며 내놓은 대책에도 주택 매매·전월세 가격 상승세는 천정을 뚫을 기세다.
◇'껑충' 뛴 대출금리… 추경發 국채금리 급등에 더 오르나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치인 연 0.50%로 9개월째 유지되고 있지만 대출금리 만큼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해 12월 2.79%로 지난해 8월 이후 넉 달 연속 올랐다. 특히 일반신용대출 금리가 3.50%로 한 달 새 0.49%포인트(p)나 올라 2012년 9월(0.66%포인트) 이후 8년 3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대출금리가 오른 가장 큰 배경은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관리로 지목됐다. 지난해 11월 정부의 규제안이 나온 뒤 은행권은 앞다퉈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우대금리를 없애는 등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대출금리를 끌어올리는 건 규제 뿐만이 아니다. 국채금리 상승으로 시장금리가 오르는 상황 역시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3차례 걸친 추가경정예산 편성부터 오르기 시작한 국채금리는 올해 정부가 자영업자 손실보상제를 꺼내든데 이어 4차 재난지원급 지급을 언급하자 더욱 오르는 분위기다.
이달 들어 국고채 금리는 장기금리를 중심으로 일제히 연고점을 넘어섰다. 지난 10일 기준 우리나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1.831%로 전거래일대비 0.018%포인트(p) 상승했다. 2019년 11월 12일(1.842%) 이후 약 15개월 만에 최고치다. 20년물과 30년물은 지난 8일 1.980%, 30년물은 1.985%을 기록해 2019년 3월 20일(2.008%, 2.003%)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가 올라가는 건 소비와 투자 둘 다에 마이너스 영향을 주게 된다"며 "올해 인플레이션과 함께 국고채 공급이 얼마나 이뤄질 지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가 60달러 돌파에 곡물가격도 올라… 물가부담 커지나
코로나19 발생 직후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가 60달러를 넘어서면서 이제는 유가 급등의 여파를 우려하게 됐다. 3대 유종 중 하나인 브렌트 유는 8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60달러를 넘어 거래됐다. 같은 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약 58달러에 마감했다. 국제유가가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이다.
원유를 전량 수입해 사용하는 우리나라는 국제유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보이자 가장 먼저 반응한건 수입물가였다. 지난해 12월 수입물가는 1.8% 올라 6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국제유가를 반영한 광산품(7.8%), 석탄 및 석유제품(9.9%) 등이 크게 오른 영향이 컸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1.5원 오른 리터(ℓ)당 1452원을 기록, 11주 연속 상승세다.
글로벌 시장에서 곡물가격의 오름세가 요동치고 있는 것 역시 향후 물가를 높일 수 있는 요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를 보면 1월까지 8개월 연속 상승했다. 특히 옥수수와 밀 등 곡물 가격지수가 전월대비 7.2% 올랐다.
물가안정을 주요 책무 중 하나로 두고 있는 한은도 이같은 원유, 농산물 등 원자재 가격의 급등세를 주목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발표한 한 보고서에서 "미국 월가에선 2000년대 초반부터 10년간 이어졌던 원자재 가격 랠리가 재현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 반등 시점, 회복 속도가 모두 빠르게 진행 중"이라고 했다.
◇정부 '공급쇼크'라 했지만… 집값은 다시 '꿈틀'
집값 고공행진은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2·4대책에도 멈추지 않는 분위기다. 공공이 직접 개발하고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2025년까지 83만6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민간 토지 여부가 불분명한데다 최소 5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는 전망에 당장의 수요를 지연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책발표 후 개발 후보지 주택을 매입할 경우 '현금청산'을 하겠다고 해 시장에서는 오히려 '신축'을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분위기다. 자칫 구축이나 빌라를 샀다가 해당 지역이 개발 후보지로 지정될 경우 현금청산을 당할수도 있어 내집 마련 수요자 입장에서는 신축 아니면 전세로 선택지가 좁아진 셈이다.
정부가 반시장적이고 구체화되지 않은 정책으로 오히려 '시장 안정'이라는 목표와 엇나가는 결과를 낳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 정부 출범후 지난해까지 총 24번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부동산 가격은 오르기만 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5.36% 올라 2011년(6.14%)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임대차법 개정안을 시행한 이후에는 전세 가격도 급등했다. 지난해 전국 주택 전세가격은 4.61% 상승해, 2015년(4.85%) 이후 최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집값은 물가지표 산정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소비자들의 체감적인 비용부담 만큼은 가장 크다고 해도 무방하다. 올해도 집값이 더욱 오를 것으로 보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아 거주비 상승이 소비를 제약할 가능성도 여전히 높다. 주택구매를 대기 중이 무주택자들 중심으로는 저축 혹은 대출을 최대로 증가해 이 역시 소비를 제약할 수도 있다.
통상 기존 주택소유자들은 이른바 ‘자산효과’로 소비를 늘릴 가능성도 있지만, 최근에는 종부세를 포함한 세금납부액이 급증하면서 이마저도 소비에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국세수입은 285조5000억원으로 2년 연속 감소한 가운데 양도소득세(23조6558억원)와 종합부동산세(3조6006억원)는 각각 46.9%, 34.8%나 늘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무주택자들과 비교하면 유주택자들의 사정이 조금 낫다고 볼수 있지만 세금부담이 급증해 소비 증대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세수 증대가 전체적인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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