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부인에도 애플에 기대는 개미..개인들 연일 '사자'
한 달간 개미(개인 투자자)를 들뜨게 한 현대·기아차의 ‘애플카(아이카) 협력설’은 협의 중단 사실이 공시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개미들은 오히려 현대차그룹 종목을 추가 매수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여기에 주요 외신이 애플이 상반기 중 발표할 애플카 공식 협력사에 현대차가 유력 후보로 꼽힌다는 소식을 전하자, 개미들은 ‘애플몽(夢)’을 다시 키우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10일 기아차는 개인의 순매수 종목 2위에 올랐다. 개인은 기아차를 2791억8700만원(336만9000주)어치 쓸어 담았다. 현대모비스는 3위로 1898억3800만원(58만6800주)어치 순매수했다. 개인은 현대글로비스도 658억3900만원(32만4900주·6위)어치 사들였다.
지난 8일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공시를 통해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날 공시가 나오고 현대차그룹의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13조4000억원가량 증발했다. 당시 현대차(-6.2%)·기아차(-14.9%)·현대모비스(-8.6%)·현대위아(-11.9%)·현대글로비스(-9.5%)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가는 동반 급락했다.
그러나 급락은 짧았다. 현대차는 지난 9일에 이어 10일도 상승했다. 기아차도 10일 상승했다. 개미는 주가 조정을 오히려 싼 값에 주식을 살 기회로 삼고 추가 매수에 나섰다.
개미의 애플몽은 현재진행형이다. 시장 안팎에선 협력설이 잠잠해지면 다시 현대차그룹과 애플이 물밑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공시 내용을 두고 긍정적인 해석도 제기됐다. 이들이 자율주행차량 개발 협의를 하지 않는 것이지 애플이 추후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만 활용하거나 단순 전기차 생산에 초점을 맞춰 협력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관련 자동차와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이런 말장난을 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외신에서도 현대차가 아직 애플의 유력 협력사라는 보도가 있었다. 지난 9일(현지 시각) 애플인사이더는 투자은행 웨드부시 보고서를 인용해 애플이 상반기 중 애플 아이카(i-car) 제조 파트너를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전하면서 현대차 아니면 폭스바겐이 협력사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애플과 현대차와의 협상은 잠정 중단됐지만, 현대차의 전기차 플랫폼 E-GMP는 여전히 애플에 좋은 선택지라고 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E-GMP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관련 기술력이 집약된 설계 플랫폼"이라며 "현재 글로벌 OEM 업체 중 자체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해 양산 적용한 기업은 소수이며 막대한 개발 비용으로 인해 후발 주자들에게 상당한 진입 장벽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애플카 이슈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위상이 확대됐는데, 이는 애플카 논의가 중단돼도 유지될 전망"이라면서 "현대차그룹이 미래차 경쟁력 강화를 통해 멀티플을 하나씩 높여가는 와중에 애플카가 기폭제가 돼서 그 시점이 앞당겨졌다"고 설명했다. 멀티플이란 기업의 미래가치에 대해 투자자가 부여하는 가중치로 통상적으로 주가수익비율(PER) 지표를 말한다. 김 연구원은 "실제로 애플도 현대차·기아의 품질과 기술을 문제 삼은 건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일본 자동차 업체와 협력하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다만 현재 일본차는 전기차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1~3분기 기준으로 일본 전기차 톱3로 불리는 닛산과 도요타, 미쓰비시는 자동차 브랜드별 세계 전기차 판매량 톱10 진입에 실패했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합산 기준 톱4(현대차 9위·기아차 10위)를 기록했다.
개인투자자들의 현대차그룹주 추격 매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애플카에 기대서 주가가 단기간 높아진 경향이 있다"면서 "애플카 만이 아닌 전체적인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대한 미래를 보고 합리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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