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방문 순번까지 짰어요"..설 귀성객 50% 뚝 떨어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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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여파로 예년과 다른 설 풍경이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지난해 1월 국내에서 본격 확산된 후 이번이 세 번째 맞는 명절이지만 5인 이상 모임 금지가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이색 풍경이 예상된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로 귀향을 아예 포기하는 사람도 늘면서 이번 설 연휴에 고향을 찾는 귀성객은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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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이상 모임 금지에 시간차 방문..'4인 차례·4인 성묘' 진풍경도
비대면 가족 만남 인기..고속터미널 약사 "이렇게 사람 없기는 처음" 코로나시대>
# 직장인 이 모(29) 씨 가족은 친척들과 설 연휴 동안 언제 할머니 댁을 방문할지 순번을 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가 설 연휴가 끝나는 14일까지 시행되면서 친척들이 할머니 댁에 한꺼번에 모일 수 없어서다. 논의 끝에 설 당일 아침은 이 씨 큰아버지 가족, 오후에는 이 씨 가족이 할머니 댁을 찾기로 했다. 이 씨는 “방역 수칙을 어길까 고민도 했지만 코로나19에 걸리면 회사나 학교에서 불이익을 입을까봐 결국 순번을 짜게 됐다”고 말했다.
설 연휴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여파로 예년과 다른 설 풍경이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지난해 1월 국내에서 본격 확산된 후 이번이 세 번째 맞는 명절이지만 5인 이상 모임 금지가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이색 풍경이 예상된다.
‘4인 차례, 4인 성묘’가 대표적이다. A(55) 씨 가족은 차례 상을 준비하기 위해 그를 포함해 형·누나·어머니까지 딱 4명만 모이기로 했다. 해외 출장 때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명절 때 빠진 적이 없는 A 씨는 4명만 모여야 하는 상황이 어색하기만 하다. A 씨는 “방문하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아 음식도 간소하게 준비하기로 했다”며 “무엇보다 어머니 건강이 염려돼 사람들과의 접촉은 최소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B(39) 씨는 사촌형과 논의 끝에 각자 자녀 1명만 데리고 조부모 성묘를 다녀오기로 했다. 평소 명절에는 B 씨 가족 4명과 사촌형 가족, 큰아버지까지 10명 내외가 성묘를 했는데 이번에는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4명만 가기로 했다. 대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차례나 성묘 사진·영상 등을 가족들과 공유하기로 했다. 납골당을 운영하는 주요 지차제들도 방문자 숫자를 ‘1가족 4명 이내’로 제한한다고 고지하고 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로 귀향을 아예 포기하는 사람도 늘면서 이번 설 연휴에 고향을 찾는 귀성객은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 따르면 지난해 설 연휴 3일 동안 25만 9,000 명이 터미널을 찾았지만 올해에는 12만 7,000명으로 50%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서울역과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안팎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안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박 모 씨는 “터미널을 찾은 승객들이 지난해에 비해 절반에 불과한 것 같다”며 “8년 운영하면서 명절에 사람이 이렇게 없기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귀향을 포기하는 대신 비대면 온라인 화상 프로그램으로 가족들을 만나는 가정도 적지 않다. 전 모(89) 씨는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zoom)으로 아들 내외, 손주들과의 만남을 대신하기로 했다. 전 씨의 손녀 D 씨는 “할아버지를 직접 못만나는 것은 아쉽지만 건강하게 계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 씨 가족은 각자 준비한 영상 편지를 함께 보는 등의 이벤트도 계획하고 있다.
설 차례 상 상차림 부담에서 벗어난 며느리들은 크게 반기는 눈치다. 명절에 선물만 보내거나 시댁에 가더라도 일찍 돌아올 계획을 잡는 사람이 다수다. 매년 명절마다 시댁에 가서 차례 음식을 준비했던 맏며느리 안 모(61) 씨는 “시댁 식구들과 상의해 올해는 36년 만에 각자의 집에서 설날을 보내기로 했다”며 “하늘이 수십년 만에 주신 휴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준생이나 결혼 적령기 미혼 남녀들도 한숨을 돌렸다. 취업 준비생 김 모(28) 씨는 이번 설 연휴에 대한 부담이 적다고 했다.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만큼 ‘취업 잔소리’를 예년보다 적게 들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김 씨는 “시험 준비 등 준비할 것이 많아 설 연휴를 전부 쉬는 것도 부담스러웠던 차라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 강동헌 kaaangs10@sedaily.com, 이덕연 grav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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