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①] 올해는 소랑 신나게 놀아볼까

강경록 2021. 2.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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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 체험 목장, 충남 예산 아그로랜드 태신목장
자료=한국관광공사
충남 예산 아그로랜드에서 젓소의 우유짜는 법을 배우는 아이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산업화 초기까지 소는 농가의 재산목록 1호였다. 소를 팔아 자식 학자금을 댄다고 대학을 우골탑이라 한 시절도 있었다. 이제 논밭을 갈던 소는 사라지고, 대부분 고기와 우유를 생산할 목적으로 기른다. 그렇게 일상에서 멀어진 듯하던 소가 관광 상품으로 등장했다. 충남 예산에 자리한 아그로랜드 태신목장(이하 아그로랜드)은 국내 첫 낙농 체험 목장이다.

아그로랜드에서 건초주기 체험 중인 아이들

국내 첫 낙동 체험 목장 ‘아그로랜드 태신목장’

아그로랜드는 1968년 경기도 평택에서 평택농장으로 시작했다. 1978년 지금의 위치로 옮기면서 태신목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낙농 선진화를 위한 연구 개발에 동참하며 한국 낙농업의 역사와 함께했다. 2004년 낙농진흥회가 낙농 체험 목장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목장을 일반에 개방하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낙농업의 활로를 찾아보려는 의도였다. 그렇게 국내 1호 낙농 체험 목장 아그로랜드가 탄생했다.

그로랜드의 대표 체험 프로그램은 소젖 짜기와 송아지 우유 먹이기, 건초 주기를 묶은 목장 체험이다. 정해진 시간에 체험장으로 향하면 소젖 짜기부터 시작한다. 직원의 설명에 따라 엄지와 검지로 젖꼭지 윗부분을 잡고 중지와 약지를 이용해 잡아당기듯 눌러주면 하얀 우유가 힘차게 나온다. 바닥에 버려지는 우유가 아깝지만, 젖소 한 마리가 하루에 생산하는 우유가 평균 27kg이라니 체험용으로 짜는 우유는 미미한 양이다. 안전을 위해 젖을 짤 때 얼굴을 너무 가까이 넣지 않도록 주의한다. 4세 미만 아이는 무리하게 체험을 강요하기보다 젖꼭지를 만져보며 친근감이 들도록 유도하는 게 좋다.

소젖 짜기 체험이 끝나면 건초가 가득 담긴 바구니를 들고 염소와 양이 있는 축사로 이동한다. 건초를 손바닥에 올리고 입 가까이 대면 혓바닥으로 핥아 먹는다. 염소와 양은 앞니가 아래쪽에만 있어 물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들은 뜨겁고 부드러운 혓바닥의 촉감이 신기한지 연신 웃음을 터뜨린다. 이어 우유가 담긴 젖병을 송아지에게 물리는데, 빨아들이는 힘이 얼마나 강한지 젖병을 빼앗기거나 떨어뜨리기 일쑤다. 어린아이들이 체험할 때는 부모님이 함께 젖병을 잡아주는 게 안전하다.

아그로랜드의 평화로운 풍경

사계절 동화같은 모습에 ‘인생사진 성지’로 떠올라

치즈와 아이스크림 만들기 체험도 운영하지만, 현재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 방지를 위해 중단한 상태다. 야외에서 진행하는 승마 체험과 트랙터열차는 정상 운영한다. 트랙터열차를 타고 드넓은 목장을 한 바퀴 돌아보는 데 15분 정도 걸린다. 아그로랜드는 전체 부지 100ha에 초지만 13ha가 넘어, 트랙터열차로 전체 규모를 파악하고 동선을 정하는 게 효율적이다. 왼쪽 좌석에 앉아야 주요 전망을 감상하기에 유리하다.

아그로랜드는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푸른 초원에서 소와 양이 여유롭게 노니는 목가적인 풍경 외에도 계절마다 로맨틱한 꽃밭이 펼쳐진다. 봄에는 연둣빛 청보리밭 옆으로 벚꽃이 만개하고, 여름에는 신비로운 보랏빛 수레국화가 눈과 마음을 빼앗는다. 바람에 흔들리는 분홍빛 코스모스가 가을의 정취를 더하고, 겨울이면 광활한 초지에 흰 눈이 내려 동화처럼 순수한 설경을 선사한다. 곳곳에 노란 문, 무지개 의자 등 다양한 포토 존이 있어 ‘인생 사진의 성지’로 불린다.

소를 주제로 한 볼거리도 많다. 매표소 입구부터 알록달록 색깔을 칠한 소 조형물이 반기고, 산책로엔 예술가들이 소를 소재로 작품을 만드는 ‘카우퍼레이드’에서 영감을 받은 다양한 품종의 소 모형이 설치됐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노는 나무놀이터에는 거대한 소 모양 미끄럼틀이 인기다. 갤러리 y에도 소를 그린 작품이 다수 전시된다. 아그로랜드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명절 전날·당일 휴무), 입장료는 주말·공휴일 기준 어른 1만 2000원, 청소년·어린이 9000원(트랙터열차 포함, 그 외 체험료 별도)이다.

추사고택에서 볼수 있는 선비 얼굴을 닮은 추사의 글씨

추사고택에 출렁다리까지, 볼거리 넘치는 예산

아그로랜드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김정희선생유적(충남기념물 24호)이 있다. 조선 최고 명필로 꼽히는 추사 김정희가 태어나고 자란 집으로, 오랜 세월 낡고 허물어진 것을 1976년에 복원했다. 사랑채와 안채 기둥에 추사의 글씨를 달아, 익히 알려진 추사체 외에도 다양한 멋과 기교를 부린 글씨체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사랑채 뒤쪽에 ‘춘풍대아능용물(春風大雅能容物)’이라고 적힌 주련은 ‘얼굴 용’ 자가 수염 난 선비의 얼굴을 떠올리게 해, 과연 명필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추사고택 오른쪽에는 그의 증조부모인 김한신과 화순옹주의 합장묘가 자리한다. 영조의 딸 화순옹주는 남편이 죽자, 그 슬픔에 곡기를 끊어 14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조선 왕실의 유일한 열녀다. 영조가 쓴 비문과 정조가 내린 열녀문이 있어 놓치면 안 될 볼거리다.

2019년 개통한 예당호출렁다리와 지난해 문을 연 내포보부상촌도 함께 둘러보기 좋다. 예당호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는 높이 64m 주탑이 길이 402m 현수교와 이어지며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그 옆으로 음악분수가 있어 낮에는 시원스런 물줄기를, 밤에는 형형색색 레이저 빔 프로젝터로 화려한 빛의 쇼를 선보인다.

내포보부상촌에선 삼국시대부터 해상 교역의 중심지로 꼽힌 내포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한 보부상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보부상은 시장을 돌며 물건을 사고파는 것 외에도 임진왜란 때 피란하는 임금을 돕는 등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담당했다. 저잣거리와 공방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맛보고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예당호 출렁다리와 음악분수

강경록 (roc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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