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선박·위성..민간영역 발뻗는 방산업체 '이유있는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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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위산업 기업 레이티온.
군용 레이더를 연구하다가 '극초단파 오븐', 지금의 전자레인지를 개발한 회사다.
기동헬기(KUH) '수리온' 제작에 참여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민간 위성시장 선점에 나서는가 하면, 방산전자 기업으로 출발한 한화시스템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엔 이노와이어리스를 인수해 방산과 민간이 두루 쓸 첨단 무선통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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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민간서 미래 성장동력 찾기
미국 방위산업 기업 레이티온. 군용 레이더를 연구하다가 ‘극초단파 오븐’, 지금의 전자레인지를 개발한 회사다. 초기엔 ‘레이더레인지’로 불렸다. 보잉사가 만든 ‘보잉 707’ 여객기는 방산 영역에서 군용수송기 시(C)-135 스트라토리프터로 변신했다. 최근 들어 방산 장비가 민간 산업 영역으로 넘어오는 ‘스핀오프’와 민간 장비가 방산에서 활용되는 ‘스핀온’ 추세에 속도가 붙고 있다.
10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방산기업인 한화디펜스는 지난달 선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을 위해 에너지효율 솔루션 기업 댄포스코리아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3000톤급 잠수함 ‘장보고-3’ 추진용 리튬전지 기술을 손봐 원양 또는 원근해 선박의 추진시스템에 활용하려는 것이다. 정부가 ‘그린십 케이(K)’ 정책의 하나로 우선 2030년까지 민·관 선박 500여척을 친환경 추진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인 터라 시장성도 있다는 평가다.
이뿐 아니다. 기동헬기(KUH) ‘수리온’ 제작에 참여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민간 위성시장 선점에 나서는가 하면, 방산전자 기업으로 출발한 한화시스템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화디펜스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에너지저장장치의 선박 적용은 시장 반응이 좋으면 본격 생산과 함께 수출도 검토해볼 만하다”며 “방산기술 가운데 일상에 접목할 만한 것들이 꽤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5일 엘아이지(LIG)넥스원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카이스트와 인공위성 개발, 이노와이어리스(5G 통신) 인수, 엘지전자와 드론개발 등 우주·민수사업에서 성장이 기대된다”고 했다. 정밀유도무기와 소형 무인헬기 기술에 강점을 가진 엘아이지넥스원은 지난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광주광역시 등과 화물수송용 무인 드론(카고 드론·탑재중량 200㎏) 개발 업무협약을 맺었다. ‘드론카’ 분야 진출이 목표다. 지난해엔 이노와이어리스를 인수해 방산과 민간이 두루 쓸 첨단 무선통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전투항공기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민간 우주산업 태스크포스를 꾸렸고, 현대로템은 케이투(K2) 전차 기술을 앞세워 이미 터키 등에 대중교통용 무인전동차를 수출한바 있다.
방산업계에선 민간산업에서 활용가능성이 충분한 첨단 기술을 보유했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가 정해둔 매출이 국방 예산 테두리를 벗어나기 어려운 군사산업 특성상, 민간 부문 진출을 추가 성장동력으로 삼는 것이다. 전투 공간이 우주 공간으로 확대되고, 네트워크를 활용한 사이버전 등 민간분야 기술과 겹치는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현실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방부가 공동주재한 국방산업발전협의회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은 “군이 첨단기술의 시험장이 되어 민간 우수기술을 국방분야에 적용(스핀온)하고, 파급력있는 기술을 다시 민간에 이전(스핀오프)해 산업경쟁력과 국방력을 동시에 강화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산기술은 대개 군에서 실전에 쓰이는 것들이라 민간에서도 ‘즉시 전력감’ 기술인 경우가 많다”며 “기업들도 민간분야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는 시도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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