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對北사업자'로 지정해달라는 교육청들
코로나·말라리아 공동대응 명분
학생·학부모 의견은 수렴 안해..
野 "공무원피살 잊고 퍼줄 궁리"
경기·인천·강원 교육청이 최근 통일부에 “교육감을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자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현재 통일부의 ‘인도적 대북지원사업 및 협력사업 처리에 관한 규정'은 대북지원사업자를 법인·단체·지자체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를 교육청까지 확대해 달라는 것이다. 교육청이 직접 대북지원 사업을 벌이겠다는 의미다. 야당은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우리 공무원을 총살하는데 왜 교육감까지 대북지원사업자가 돼야 하느냐”고 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실이 통일부로부터 입수한 공문(公文)에 따르면 경기·인천·강원교육감은 지난달 “교육청도 대북지원사업자로 지정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강력한 필요성이 있다”고 촉구했다. “민간단체·지자체에 교육청이 간접 지원하는 방식은 남북 협력을 확대하려는 정부 철학과도 맞지 않다”고도 했다. 남북 협력 확대라는 정부 철학에 맞춰서 교육청도 북한과 직접 교류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북한과 직접 교류해야 하는 이유로 코로나 사태, 말라리아 방역 등을 들었다. 경기·인천·강원교육감은 통일부에 보낸 공동건의문에서 “그간 남북 교육 교류는 주로 남측의 교원단체(전교조)와 중심이었지만 전 세계적인 감염병 확산과 기후 위기 등에서 북한 보통교육성과 공동 대응할 사안이 커지고 있다”며 “남측만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위험 요소들을 남북이 공동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통일장관, 도성훈 인천교육감·민병희 강원교육감은 전교조 출신이다.
접경지 3개 교육청은 북한과 함께할 구체적 사업으로 방역, 헌혈, 학교 차원의 나무 심기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교육청 측은 “북측에서 넘어오는 말라리아 모기 방역을 위해서라도 북한과 함께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대북 교류 권한이 없어 발생하는 문제점으로 “과학기술교육 교류를 포함해 교사·학생들의 직접적 교류를 위한 신뢰 관계 형성이 불가하다”는 점을 들었다. 교육감에게 북한과 접촉할 권한이 주어지면 교사·학생의 직접 교류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들은 지난달 통일부에 ‘대북교류 공동건의문’을 보내면서 학생·학부모·교사의 의견 수렴 절차는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통일부는 외부 자문에 착수하면서 접경지 교육감들의 ‘대북 직접교류’ 요청을 검토하는 단계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적극적으로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접경지 교육감들은 대북 인도사업자 지정을 자신하고 있다.
야당은 “교육감들이 독단적으로 ‘대북 교류’를 추진하는 자체가 월권(越權)”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이 지난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해양수산부 공무원까지 총살하면서 남북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교육청이 ‘남북 교류’ 추진에 나선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정진석 의원은 “교육감 여럿이 모여서 온통 북한에 퍼 줄 궁리만 하니 공교육이 붕괴되었다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니냐”면서 “북한의 끔찍한 만행을 지켜보고도 ‘학생 교류’ 운운하는 교육감 앞에서 할 말을 잃게 된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