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경제성 낮춰라" 압박받은 회계법인도 막판까지 버텼지만..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를 담당한 삼덕회계법인은 산업부 관료들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직원들의 ‘수치 조작’ 압박에 버텼으나 결국 막판에 원전 이용률 수치를 낮추며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회계법인을 압박했던 실무진과 윗선에 직권 남용 혐의 적용이 가능한 사안”이라고 했다.
당시 경제성 평가 용역을 맡은 삼덕회계법인은 2018년 5월 7일 내놓은 보고서 초안에선 원전 이용률 70%를 적용해 ‘계속 가동’이 1778억원 이득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그러나 나흘 뒤인 11일 산업부와 한수원, 삼덕회계법인은 검토 회의를 열고 원전 이용률을 70%에서 60%로 낮추기로 했다. 그 결과 그해 6월 11일 최종 보고서에서 계속 가동 이득은 22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감사원 등에 따르면 산업부는 그해 4~5월 회계법인과의 수차례 면담에서 판매 단가와 이용률 등을 낮추라고 압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덕회계법인 관계자 A씨는 감사원 감사에서 “산업부 원전 담당 과장이 월성 1호기의 이용률이 30~40% 정도 될 것이라고 아주 비관적으로 이야기했다”며 “탈원전이 정책 기조인데, 우리(산업부)가 막말로 원전을 못 돌리게 하면 월성 1호기의 이용률이 (높게) 나올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A씨는 그해 5월 한수원 관계자에게 “처음에는 정확하고 합리적인 평가를 목적으로 일했다”며 “어느 순간부터 한수원과 정부가 원하는 결과를 맞추기 위한 작업이 되어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던 사실도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삼덕회계법인은 최종 보고서 첫 페이지에 “자료의 진위 및 적정성 확인을 하지 않았다”며 “제시된 자료가 사실과 다른 경우엔 경제성 평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산업부와 한수원이 제시한 자료의 신빙성을 100% 믿지 않았음을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이다. 또 “본 용역의 산정 결과는 절대적인 가치를 제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하시기 바란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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