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에 원전수치 조작 지시한 靑비서관.. "그가 정점은 아닐 것"

조백건 기자 2021. 2. 11.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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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으로 밀어붙인 '월성 폐쇄'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운전이 영구정지된 '월성 1호기'./뉴시스

감사원 감사에 이은 검찰 수사로 2018년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의 온갖 조작과 불법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그 정점엔 청와대가 있었다는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채희봉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과 그 밑의 행정관 2명이 산업통상자원부 원전 담당 공무원들에게 월성 1호기를 즉시 가동 중단하라고 지시했다는 관련자 진술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2018년 4월 초 ‘가동 중단’으로 급변

감사원과 산업부 등에 대한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2018년 3월까지만 해도 청와대와 산업부의 월성 1호기 관련 내부 방침은 ‘원자력안전위의 원전 영구 정지 허가가 나올 때까지 2년 6개월 더 가동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산업부 담당 공무원들은 감사원 조사 등에서 “2018년 4월 초부터 ‘즉시 가동 중단’으로 분위기가 급변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해 4월 2일 참모들에게 “월성 1호기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하느냐”고 물어본 것이 ‘즉시 중단’의 직접적 시발점이었다.

문 대통령 발언 다음 날인 그해 4월 3일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은 월성 1호기 ‘한시적 가동’ 보고서를 들고 온 산업부 정모 과장에게 “너 죽을래?”라며 “즉시 가동 중단으로 보고서를 다시 쓰라”고 지시했다.

◇靑·산업부 “당장 가동 중단하라”

이 무렵 청와대 채희봉 전 비서관이 산업부 원전 담당 박모 실장(1급)에게 “월성 1호기를 당장 가동 중단할 수 있도록 원전 관련 수치를 뜯어 고쳐라. (원전을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을 압박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성 1호기의 판매 단가와 이용률을 낮게 잡아 ‘가동할수록 손해’라는 경제성 평가 결과가 나오게 하라는 취지였다. 채 전 비서관 밑에 있던 청와대 행정관 2명도 당시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국 문모 국장(구속 기소), 정모 과장(불구속 기소), 김모 서기관(구속 기소)에게 같은 지시를 했다고 한다. 백 전 장관도 한수원에 “‘월성 원전은 가동할수록 적자'라는 의견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산업부가 전방위적으로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주요 과정

이후 산업부 담당 공무원 3명은 청와대에 ‘월성 1호기 즉시 중단을 위해 원전 가동의 경제성을 낮추겠다’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보고한 뒤 본격적으로 경제성 평가를 진행 중이던 삼덕회계법인을 압박했다. 정모 과장은 이 과정에서 회계법인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막말로 우리(산업부)가 원전 못 돌리게 하면 월성 1호기의 이용률이 (높게) 나올 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삼덕회계법인은 산업부와 한수원의 요구를 받아들여 그해 6월 11일 월성 1호기 계속 가동의 이득은 224억원이라고 발표했다. 당초 초안(草案)에서의 가동 이익(1778억원)보다 대폭 줄었다.

한수원은 나흘 뒤인 6월 15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이 같은 경제성 평가 결과를 제시했다. 한수원은 이사들에게 안건을 회의 하루 전에야 공지했고, 회의 직전 이사회 의장이 탈원전에 비판적이었던 조성진씨에서 이상진씨로 갑자기 바뀌었다. 한수원 이사회는 회의 당일 참석 이사 12명 중 11명 찬성으로 월성 1호기 가동 중단 안건을 통과시켰다.

문제는 청와대 비서관 차원에서 과연 월성 1호기 ‘수치 조작’까지 지시하며 조기 폐쇄를 무리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겠느냐는 점이다. 청와대의 더 윗선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채희봉 전 비서관이 속한 당시 청와대 에너지정책 TF의 팀장은 김수현 전 사회수석이었다. 문미옥 전 과학기술보좌관, 김혜애 전 기후환경비서관도 팀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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