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종섭 "사법농단 단죄해야" 발언후 그 재판부로 갔다
尹판사, 6년째 유임.. 법원 안팎 "중형 선고하라는 대법원장의 뜻"
최근 법관 정기 인사에서 전례 없이 6년째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유임된 윤종섭 부장판사가 2017년 10월 김명수 대법원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반드시 진상 규명을 해서 연루자들을 단죄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이듬해 서울중앙지법엔 사법행정권 남용 전담 재판부 3곳이 신설됐고, 윤 부장판사가 그중 한 곳인 형사36부에 배치됐다. 해당 사건을 심리도 하기 전 “단죄해야 한다”며 확고한 유죄 심증을 표명한 판사를 담당 재판부에 배치한 건 ‘사법 농단’이자 ‘인사 농단’이라는 법조계 비판이 나온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2017년 10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재조사에 관한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듣는다는 명분으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표 10명을 초청해 면담했다. 민사단독 판사였던 윤 부장판사도 10명의 대표 중 한 명으로 그 자리에 참석했다. 그는 김 대법원장 면담 자리에서 “반드시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 연루자들을 단죄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참석자 중 한 판사는 “유죄 심증을 너무 강하게 밝혀 다들 깜짝 놀랐다”고 했다. 한 달 뒤 김 대법원장은 법원 내부망에 사건 재조사 방침을 밝혔다.
이후 ‘판사 블랙리스트’ 등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이 검찰 수사를 거쳐 이듬해 11월 법원으로 넘어올 때가 되자 민중기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은 전담 재판부 3곳을 신설했다. 그리고 민사부 판사였던 윤 부장판사를 그중 1곳인 형사36부에 배치했다. 민 전 원장은 김 대법원장과 대학 동기로 우리법연구회 활동을 같이해 친분이 두텁다. 법원 관계자는 “평판사도 참여하는 사무분담위원회를 거쳐 재판부 배치를 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법원장 입김이 크다”며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연루 판사들에게 중형이 선고되도록 김 대법원장이 사실상 윤 부장판사를 그 자리에 꽂았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현재 윤 부장판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사건을 맡고 있다. 임 전 차장 측은 지난해 “재판을 편파적으로 진행한다”며 윤 부장판사에 대해 기피 신청을 했으나 기각됐다. 이 전 실장과 이 전 상임위원은 오는 18일 선고가 나올 예정이다. 법원 주변에선 “중형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김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물밑 교류하면서 여당과 ‘법관 탄핵’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주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대법원장의 배석판사로 있던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의 법무비서관으로 갔다”며 김영식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양측의 가교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김 비서관은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 출신으로, 작년 5월 김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장판사에게 ‘탄핵 발언’을 할 무렵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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