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종섭 "사법농단 단죄해야" 발언후 그 재판부로 갔다

김은정 기자 2021. 2. 1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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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김명수 대법원장 앞에서 확고한 '유죄 심증' 밝힌 후 배치
尹판사, 6년째 유임.. 법원 안팎 "중형 선고하라는 대법원장의 뜻"
김명수 대법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법관 정기 인사에서 전례 없이 6년째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유임된 윤종섭 부장판사가 2017년 10월 김명수 대법원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반드시 진상 규명을 해서 연루자들을 단죄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이듬해 서울중앙지법엔 사법행정권 남용 전담 재판부 3곳이 신설됐고, 윤 부장판사가 그중 한 곳인 형사36부에 배치됐다. 해당 사건을 심리도 하기 전 “단죄해야 한다”며 확고한 유죄 심증을 표명한 판사를 담당 재판부에 배치한 건 ‘사법 농단’이자 ‘인사 농단’이라는 법조계 비판이 나온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2017년 10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재조사에 관한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듣는다는 명분으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표 10명을 초청해 면담했다. 민사단독 판사였던 윤 부장판사도 10명의 대표 중 한 명으로 그 자리에 참석했다. 그는 김 대법원장 면담 자리에서 “반드시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 연루자들을 단죄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참석자 중 한 판사는 “유죄 심증을 너무 강하게 밝혀 다들 깜짝 놀랐다”고 했다. 한 달 뒤 김 대법원장은 법원 내부망에 사건 재조사 방침을 밝혔다.

이후 ‘판사 블랙리스트’ 등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이 검찰 수사를 거쳐 이듬해 11월 법원으로 넘어올 때가 되자 민중기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은 전담 재판부 3곳을 신설했다. 그리고 민사부 판사였던 윤 부장판사를 그중 1곳인 형사36부에 배치했다. 민 전 원장은 김 대법원장과 대학 동기로 우리법연구회 활동을 같이해 친분이 두텁다. 법원 관계자는 “평판사도 참여하는 사무분담위원회를 거쳐 재판부 배치를 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법원장 입김이 크다”며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연루 판사들에게 중형이 선고되도록 김 대법원장이 사실상 윤 부장판사를 그 자리에 꽂았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현재 윤 부장판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사건을 맡고 있다. 임 전 차장 측은 지난해 “재판을 편파적으로 진행한다”며 윤 부장판사에 대해 기피 신청을 했으나 기각됐다. 이 전 실장과 이 전 상임위원은 오는 18일 선고가 나올 예정이다. 법원 주변에선 “중형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김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물밑 교류하면서 여당과 ‘법관 탄핵’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주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대법원장의 배석판사로 있던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의 법무비서관으로 갔다”며 김영식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양측의 가교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김 비서관은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 출신으로, 작년 5월 김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장판사에게 ‘탄핵 발언’을 할 무렵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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