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꿈꿨던 YS 손자 "할아버지 이어 정치할래요"

최연진 기자 2021. 2. 1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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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前대통령 손자 김인규씨, 권영세 의원실 정책비서로 근무
"손자 꼬리표 떨어지지 않는다.. 바닥부터 배워 실수없이 해낼 것"
서울 상도동 김영삼도서관에서 김인규씨가 할아버지인 김영삼 전 대통령 사진 앞에 서서 웃고 있다. 그는 “상도동은 가택 연금, 단식 투쟁 등 민주주의를 위한 할아버지의 ‘투쟁의 역사’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곳”이라며 “저를 포함한 여러 청년이 이곳에서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고운호 기자

2017년,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웃기지 마.” 여러 차례 정치에 도전했다가 실패를 겪은 아버지의 만류였다. 그래도 세게 말했다.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해보겠습니다.” 아버지가 고민 끝에 답했다. “알았다.” 그렇게 김인규(32)씨의 정치 여정이 시작됐다.

3일 서울 상도동 김영삼도서관에서 김씨를 만났다. 짧은 머리에, 단정하게 정장을 차려입었다. “정치 금수저”라고 하니 머쓱한 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대한민국 14대 김영삼 대통령의 손자, 김현철 동국대 석좌교수의 차남이다. 두 사람을 닮았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그렇게 고생하시는 걸 보고서도 이 일을 왜 하세요?” 물었더니, “저한테는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가업을 잇는다고 해야 할까요? 자라면서 보고 배운 게 ‘국민을 섬기자’는 것이었는데, 이상한가요?”라며 웃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6년간 캐나다에서 유학하고, 귀국해선 힙합 가수를 꿈꿨던 그다. 그런데도 결론은 정치였다. 정병국 의원실에서 인턴을 했고, 2019년 1월엔 문희상 국회의장실에 채용됐다. 작년 5월부터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실에서 6급 정책비서로 일하며 법안 발의를 담당하고 있다.

3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구립김영삼도서관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손자이자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 보좌진으로 근무하며 정치를 배우고 있는 김인규 씨가 할아버지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고운호 기자

국회 일이 적성에 맞을까. 망설임 없이 “잘 맞는다”고 했다. “웬만한 소명의식 없이는 끼어들 수 없어요. 무게감을 크게 느낍니다.” 이유도 없이 ‘이름값으로 먹고산다’고 비난하는 이도 있다. “저 같아도 그런 말 할 수 있을 거예요. 할아버지의 손자라는 건 꼬리표같이 계속 따라다닐 겁니다. 그래서 저는 더 잘해야 하고, 실수도 하면 안 됩니다.”

“정도(正道)를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좌진부터 차곡차곡 정치 경력을 쌓겠다고 하니, 주변에선 ‘그냥 바로 출마하라’는 조언이 쏟아졌다. 지난 총선 당시에도 출마 제안이 들어왔다. 그러나 고사했다. “혹하지 않았어요. 정치 현장에서 바닥부터 실력을 쌓는 게 먼저죠.” 같은 당 ‘선배’들도 도와주고 있다. 권영세 의원은 작년 김영삼도서관 개관식에 모인 여야 정치권 인사들에게 일일이 그를 소개하며 “크게 될 친구”라고 밀어줬다. 아버지인 김현철 교수가 농담 삼아 “아이고, 여기가 아빠 같네!”라고 할 정도였다.

3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구립김영삼도서관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손자이자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 보좌진으로 근무하며 정치를 배우고 있는 김인규 씨가 할아버지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고운호 기자

그에게 YS는 ‘인자한 할아버지’였다. 청와대는 ‘어릴 적 놀러갔던 할아버지 댁’이다. 하지만 마냥 좋은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너희 할아버지 김영삼이라며?”라면서 시비를 걸어오는 애들도 있었다. 그는 “할아버지의 삶에 대해 탐구하면서 ‘공(功)이 정말 많은데 너무 가려져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며 “어떻게 하면 YS가 재평가받을 수 있을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보수건, 진보건, 언제가 기득권이 됩니다.” 왜 정치를 하려는지에 대한 답이었다. “386도 기득권이 됐어요. 70년대, 80년대생들이 들어와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세대교체를 해야 합니다.”

그는 22대 총선에 출마할까. 10초 정도 침묵하다 답했다. “원론적인 얘기를 해서 죄송합니다. 지금 저는 보좌진입니다. 거기에 충실하는 게 맞습니다.” 대신 한마디 덧붙였다. “현실 정치에 대한 꿈은 확실히 있습니다. 열심히 하다 보면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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