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꿔라, 평범한 사람들이여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김인환·오정희·정과리·구효서·이승우·김인숙) 2021. 2. 1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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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문학상 - 2월의 소설을 추천합니다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가 이달의 소설을 추천합니다. 올해로 52주년을 맞은 동인문학상은 독자와 함께하는 한국문학의 축제입니다. 매달 독회를 통해 추천작을 쌓아올린 뒤 연말에 그해 수상작을 선정합니다. 이번 달부터 독회를 통과한 추천작을 심사위원이 매주 한 권씩 직접 소개합니다. 이달 독회의 추천작은 모두 3권. ‘노라와 모라’(김선재), ‘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우다영), ‘모든 것은 영원했다’(정지돈)입니다. 심사평 전문은 chosun.com에 게재합니다.

[1] 김선재 장편소설 ‘노라와 모라’

영국의 극작가 벤 존슨은 세익스피어를 가리켜 “한 시대가 아니라 모든 시대에 속하는 작가”라는 말을 남긴 적이 있다. 작가들이 궁핍을 참으며 그와 같은 경지를 꿈꾼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영원의 전당은 결코 예약을 받지 않으며, 과거의 대가를 흉내 내는 걸로는 불가능하다. 작가는 오로지 자기의 개성으로만 승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혹은 당대의 문화적 취향을 장악한다 하더라도, 그런 작가가 미래의 독자에게 냉대받는 경우는 번다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한때의 취향은 크게 보면 편협한 시류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강호 기자

오히려 작가는 시류에 파묻힌 삶들을 되살려냄으로써 인간의 넓이와 모든 삶의 다양함과 공평함, 그리고 소중함을 일깨우며, 영원에 한걸음 다가간다. 김선재의 ‘노라와 모라’는 아주 평범한 두 인물의 내밀한 연락을 통해 그런 보편성의 감각을 우리에게 일깨운다. 노라와 모라는 가장 우연한 존재들, 어쩌다 태어났고 우발적으로 엉뚱한 이름이 지어졌고, 그걸로 평생 놀림을 당하기도 하고, 그렇게 특이한 데도 남의 눈에는 한 번도 띄지 않은 채로, 그냥 존재의 기미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삶도 그 나름의 삶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지금의 잘나가는 삶보다 훨씬 알찬 삶이다. 그들은 내용도 방법도 다르게 산다. 뻐기는 사람들은 주장과 요구와 자랑으로 시끄럽지만, 노라와 모라는 멀찌감치 바라보고 대개는 말없이 곁에 있고 가끔 소곤거린다. 말보다 생각이 많고 생각이 여물수록 현재에 집착하지 않고 꿈을 키운다. 그 꿈은 그들의 우연한 생의 조각들을 무수한 관계의 뜨개질로 짜면서, 지금, 이곳을 훌쩍 넘어서는 아주 다른 삶들의 은하를 흐르게 한다.

이들의 몸짓 하나하나는 영혼의 속삭임이고 영원의 음파라 할 것이다. 그 음향이 독자의 귀청을 스칠 때, 우리는 삶의 덕성을 불현듯 깨닫고 좀 더 두터운 삶과 좀 더 도타운 관계를 꿈꾸게 된다. 소설은 당장의 이익을 주지 않는 대신, 미래로 초대한다. 보들레르의 그 시구처럼. “내 아이, 내 누이여, 꿈꾸어보렴, 거기 가서 함께 나눌 자애로움을”(여행으로의 초대)

☞김선재

-2006년 실천문학 소설부문, 2007년 현대문학 시부문 신인상

-시집 ‘얼룩의 탄생’(2012) ‘목성에서의 하루’(2018), 소설집 ‘누가 뭐래도 하마’(2019) 장편소설 ‘내 이름은 술래’(2014) 등

2021년 동인문학상 2월 독회 심사평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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