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10시 영업연장 非수도권 업주들 “숨통 트였지만 먹고살기엔 턱없어”
2차 오는 손님들은 늘어나 “동료와 소주 한잔 가능해져”
지난 9일 오후 8시 반 강원도 춘천시 퇴계동의 한 횟집. 식당 안 15개 테이블이 모두 손님들로 북적였다. 막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들도 있었다. 이들에게 자리를 안내하던 횟집 사장 윤세정(45)씨는 “이틀 전만 해도 지금 시각이면 문 닫을 준비를 해야 했는데, 영업 시간이 10시로 연장되면서 이 시간에도 새로 오는 손님이 있다”고 했다. 손님 김민호(40)씨는 “오후 8시쯤 퇴근하는 일이 많아 퇴근 후 동료와 소주 한잔하기 어려워 아쉬웠는데 이제 10시까지 식당이 열어서 그 문제가 해결됐다”고 했다.
지난 8일부터 비수도권에서 영업 제한 시각이 두 달 만에 오후 10시로 1시간 늦춰지자 전국 곳곳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였다”면서도 “평년 수준을 회복하기엔 턱도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9시 30분쯤 대전 둔산동 갤러리아백화점 주변 번화가. 밤 9시만 되면 간판 불이 꺼졌는데 이날은 삼삼오오 대화하며 걷는 사람들이 보였다. 9시쯤 백화점 인근 한 술집엔 30여 개의 테이블 대부분이 차 있었다. 직원 A씨는 “엄청나게 손님이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저녁을 일찍 먹고 오후 8시쯤 2차로 오는 손님들이 늘었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인들은 여전히 “지독한 매출 부진을 회복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았다. 5인 이상 집합 금지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데다, 저녁 모임 자체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9시 20분쯤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계동의 한 주꾸미 전문점은 테이블 16개 중 9개가 손님들로 차 있었다. 하지만 주인 김모(50)씨는 “오후 7시 반~8시 사이에 온 손님들이 아직 있는 것”이라며 “머무는 시간이 1시간 늘어 주문도 조금 더 늘긴 했지만 전체 매출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인근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나모(34)씨도 “1시간 영업시간이 연장돼 매출이 10만원 더 늘었는데 아르바이트생 4명을 1시간 더 써야 해 인건비 5만원을 빼고 나니 5만원 더 벌었다”면서 “주점의 경우 자정까지는 영업시간을 늘려야 효과가 날 것 같다”고 했다.
업종 특성을 감안해 영업 제한 시간을 달리 적용하는 후속 조치를 요구하는 자영업자도 많았다. 대전 둔산동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남모(46)씨는 “저녁 먹고 술 한잔한 뒤 당구장을 찾는 사람이 많은데, 10시로 1시간 늦춰 봐야 술 먹고 집에 바로 갈 시간이지 당구장에 오지 않는다”면서 “매출 70%가 밤 9~12시에 발생하는데 지금 상황에선 달라질 게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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