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야권 지도자 나발니 아내 율리아, 독일로 출국"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政敵)으로 꼽히는 알렉세이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가 러시아를 떠나 독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율리아는 옥에 갇힌 남편을 대신해 러시아 전역에서 일어나는 ‘반(反)푸틴’ 운동을 주도해 러시아 야권을 이끌 차기 주자로 급부상했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은 10일(현지 시각)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가 최근 모스크바 도모데도보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출국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온라인 매체 메디아조나에 따르면 율리아는 이날 오후 4시15분 독일 국영 항공사 루프트한자 비행기를 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율리아의 독일행이 무엇 때문인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나발니 측 관계자들은 “율리아가 러시아를 떠난 것은 일시적인 것이며 망명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영국 가디언은 보도했다. 나발니 부부 측 변호인단은 율리아의 출국 사실 여부에 대해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은 전했다.
이날 율리아의 출국은 나발니가 지난 2일 러시아 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 6개월 실형을 선고 받은 지 일주일여 만이다. 앞서 러시아 교정 당국은 나발니가 금품 수수 사건으로 2017년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이후 정기적 수사기관 출두와 같은 집행유예 의무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실형으로 바꿔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나발니 측은 러시아 당국이 조작한 사건이라고 주장했으나, 러시아 법원은 나발니에 대한 집행유예를 취소하며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나발니는 당시 공판에서 선고를 받은 직후 방청석에 있던 율리아를 향해 두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율리아는 작년 8월 나발니가 독극물 테러를 당하자 적극 나서 그를 독일로 옮겨 치료받게 했다. 베를린에서 나발니가 치료받는 5개월간 줄곧 곁을 지켰다. 나발니는 의식을 되찾았을 때 소셜미디어에 “율리아가 나를 구했다”고 썼다. 율리아는 지난달 17일 나발니가 모스크바로 돌아올 때도 비행기 옆 좌석에 앉아 함께 귀환했다. 나발니가 귀국 후 체포되기 직전 율리아와 짧게 입맞춤한 뒤 연행된 장면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됐으며, 500만회가 넘게 재생됐다.
최근엔 나발니가 투옥된 이후 정치 활동을 하기 어려워지면서 율리아가 대선 출마 등의 방식으로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율리아는 러시아 각지에서 일어난 나발니 석방 요구 시위에 적극 참여해 현장에서 체포되거나 벌금을 부과 받기도 했다. 율리아는 과학자 집안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모스크바의 은행에서 일한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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