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플방지] "30대 취준생인 내 아들, 괜찮아"
'한 집 건너 공시생' 시대, 최연소 합격자의 비극
"같은 공무원으로서 이해한다"..귀 기울여야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30대에도 여전히 취준생(취업준비생)인 내 아들, 어깨 두드리며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싶어지네”
지난 9일 알려진 서울시 7급 공무원의 사망을 다룬 기사에 누리꾼 Mj***이 남긴 댓글이다.
누리꾼 ‘Sav*****’은 “20대 7급. 이걸 하려고 그 힘듦을 견디고 올라왔는데 꼰대, 시기, 질투, 부당한 일 처리… 내가 이러려고 공부했나 현타(현실 자각 타임)”, 또 다른 누리꾼 ‘시*’은 “‘유퀴즈’에 나와서 ‘공무원의 장점은 내가 잘리지 않는다. 단점은 남도 잘리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이 ‘나 좀 도와달라’는 거였구나. 극단적 선택의 진상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또 누리꾼은 “몇 명 뽑겠다고 공고하면 뭐하냐. 사람 하나 지키지 못하면서… 꽃다운 청춘이 사라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사회초년생의 인권과 죽음을 보호해달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특히 숨진 공무원 A씨는 지난해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잠들지 않기 위해 커피 원두 가루를 씹어가며 공부했다’는 등 2019년 최연소 공무원 합격자가 될 수 있었던 노력을 전했다. 그의 앞날에 응원을 보낸 누리꾼들은 안타까운 소식에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업무분장’에도 왈가왈부
A씨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고통을 호소했다는 취지에 보도가 이어졌고,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A씨 소속 부서의 업무분장이 퍼지면서 의혹은 점점 짙어졌다.
의심의 눈초리를 키운 건 업무분장의 ‘기타 타직원에 속하지 않는 업무’였다. 이를 포함해 1년 차 공무원에겐 과도한 업무량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의혹이 논란으로 번질 조짐이 보이자 서울시는 대변인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고인(故人)의 경력 등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요소, 근거 없는 억측이 보도되지 않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시는 이같이 밝히며 “현재 경찰이 지난 8일 발생한 서울시 직원 사망 사건에 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같은 공무원으로서”…반복되는 비극
누리꾼들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물론 유족과 애꿎은 A씨의 직장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억측은 삼가야겠지만, 이런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불거져 나오는 “같은 공무원으로서 이해한다”는 목소리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서무만 3년 이상 했다는 한 누리꾼은 한 커뮤니티에 “일 처리를 다 못하면 부족한 사람처럼 보이는 게 정말 싫었다. 그래서 매일 야근하며 악착같이 했는데도 고유 업무 없다고 약하게 보더라”라고 댓글을 남겼다. 또 다른 누리꾼은 “2년 차 8급일 때 매일 12시에 집에 갔고 주말, 연휴도 없었다. 맨날 울면서 앉아 있으니까 업무분장을 다시 해주는 게 아니라 정신과 치료를 권하더라”라고 토로했다.
이 밖에도 “9급 임용 2개월 시보도 안 뗐는데 15년 차 7급이 못하겠다고 한 업무 보게 하더라”, “사기업도 업무에 대한 불만 말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보다 더 보수적인 공직사회에서 어떻게 힘들다고 말하나”라는 등의 댓글이 쏟아졌다.
그동안 서울시는 수차례 조직 문화 혁신 대책을 내놓았지만 소속 공무원의 비극은 반복됐다.
시는 지난 2017년 9월 소속 7급 공무원이 ‘업무 과중’을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업무 부담을 줄이고 복지·인사 제도를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대대적인 조직 개선에 나섰지만, 그 다음 해 같은 일을 막지 못했다.
당시 서울시와 경찰은 우울증과 개인적 요인 때문인 것 같다고 밝혔지만 한 언론매체의 취재 결과 업무 스트레스로 괴로워한 정황이 그의 휴대전화 속 메시지에서 발견됐다.
A씨가 일한 서울시립미술관 측은 괴롭힘 의혹에 대해 “회사에서 관련된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다”, “직원들이 힘들면 경영지원본부나 총무과에 상담을 하는데 해당 직원은 부서나 업무를 바꿔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누리꾼의 요구는 공무원이 꿈인 공시생들을 위한 당부이기도 하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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