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말라는 부모님 정말 계시나요?".. 설 앞두고 가족갈등 점화
결혼 3년차에 임신 5개월인 윤모(32)씨는 9일, 이번 설 연휴에 경남 창원까지 내려갈 생각에 벌써부터 눈앞이 아득하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돌 지난 첫째 손주가 눈에 아른거린다는 시부모님을 위해 거의 매일 같이 영상통화를 해드렸지만 ‘설 호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했다.
윤씨는 “시부모님도 환갑이 넘으셨고 아이도 있으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걱정에 안 가고 싶은 게 사실”이라며 “시부모님과 우리만 해도 벌써 5명이다. 먼저 오지 말라는 말씀을 안 해주시니 남편도 눈치만 보다 안 간다는 말을 못 꺼냈다. 정부에서 5인 이상 집합금지라고 홍보하는데 우리에겐 ‘먼 나라 이야기’”라고 씁쓸해 했다.
◆“코로나 핑계로 안 오니” 가족 갈등 심화
◆“벌금 내줄테니 오라고 한다”… ‘10만원 벌금’ 무용론
‘맘카페’ 등 온라인커뮤니티에도 비슷한 사연이 쏟아진다. ‘이번 설 시댁에 가시냐’고 묻는 글에는 ‘부모님들이 오지 말라고 안 하신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한 누리꾼은 “음식 장만해야 하니 전날부터 와서 마트 장 보자고 하시더라. 애들도 데리고”라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벌금 내야 한다니 내줄 테니 오라고 하신다. 벌금 10만원이 너무 적은 것 같다”고도 지적했다.
설날 모임이 세대간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도 보였다. 한 누리꾼은 “부모님이 매일 뉴스를 보시는데 5인 이상 집합금지를 모르실 리 없다. 방역지침을 우습게 아는 장년층 때문에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분노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설 연휴가 끝나는 2월14일 자정까지 현행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유지된다. 이에 따라 직계 가족이라도 거주지가 다른 경우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가질 수 없다.
위반 시 감염병 위반법에 따라 주최자와 참여자에게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에는 지자체에서 치료비 등의 비용에 대한 구상권 청구도 가능하다.
실제 폐쇄된 공간에서의 식사 등 소모임은 코로나19 확산의 직접적인 경로로 파악된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최근 1주간 확진자 접촉에 의한 감염은 34.9%를 차지했다.
정부는 “이번 명절에 이동이 활성화되면 위험성이 상당하다”며 가족모임 제한의 정당성을 설명하며 자발적 지침 준수를 당부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1주간 평균 400명이 넘는 환자가 매일 나왔는데 일상화된 공간과 다양한 곳에서 발생했다”며 “가족 간 전파를 통한 감염이 많은 수치를 차지해 지난해 추석보다 감염 위험성이 큰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설 연휴 가족모임을 하지 않을 예정이다. 9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설 당일인 12일에도 경남 양산의 사저는 방문하지 않고 관저에 머문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인 이상 집합 금지를 솔선수범하는 차원에서 양산에 안 가기 때문에 관저에서 가족모임도 하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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