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이틀 쉬고 일했는데"..밀린 임금에 깨져버린 '코리안드림'
[앵커]
'1조 6천억 원, 임금체불 보고서' 연속보도입니다.
오늘(10일)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요즘 농촌은 외국인 노동자들 아니면 일손 구하기 어렵다고 하죠.
그런데 힘들게 일하고도, 제대로 월급도 못 받고 떠나는 외국인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깨져버린 '코리안드림'의 사연, 고아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5년 전 23살의 나이로 한국에 들어와 농장에 취업한 캄보디아인 스레이레악 씨.
한 달에 이틀만 쉬며 매일 10시간 이상 일했습니다.
[스레이레악/농장 노동자 : "한 달에 이틀만 쉴 수 있었어요. 가끔 12시간, 13시간씩 일했어요. 많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일한 지 석 달째부터 월급이 절반만 들어오더니, 일 년 동안 모두 천백만 원을 못 받았습니다.
[스레이레악/농장 노동자 : "사장님이 여름에 돈을 주겠다고 했어요. 겨울에는 식료품만 살 수 있을 정도로 (월급을) 조금씩 줬어요."]
다음 달이면 비자가 만료돼 한국을 떠나야 하는 상황.
체불 임금을 받기 위해 일했던 농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비닐하우스는 모두 철거됐고 사장이 살던 집도 비어있습니다.
어렵게 통화가 연결된 사장은 여전히 임금을 줄 생각이 없습니다.
[스레이레악 : "캄보디아 가야 돼요. 돈 없어요. 지금 한국에서 힘들어요."]
[농장주/음성변조 : "돈만 있으면 내가 왜 안 주냐. 안 주는 게 아니라 못 주는 거야."]
경남 밀양의 농장에서 일하는 또 다른 캄보디아인 A씨도 비슷한 처집니다.
새벽 6시쯤부터 점심 시간을 제외하고 매일 10시간 넘게 일했지만, 임금은 하루 8시간만큼만 최저임금으로 계산해 받았습니다.
그마저도 최근 두 달 치 월급은 한 푼도 못 받았습니다.
[A 씨/외국인 노동자 : "쉬는 시간은 점심시간밖에 없었어요. 수확량이 충분하지 않았고, 열심히 하지 않았으니 월급을 못 준다고 했어요."]
사장은 임금을 안 준 걸 인정하면서도, A 씨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 주장합니다.
[박○○/농장주/음성변조 : "(깻잎을) 7박스밖에 안 따요. 그러면 인건비를 어떻게 맞춥니까. 14박스, 15박스를 기본적으로 따줘야지 월급을 맞추는데요."]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은 정부가 사업주 대신 체불 임금을 긴급히 지원해주는 소액체당금 제도조차 이용할 수 없습니다.
산업재해 보험에 가입한 노동자만 천만 원까지 소액체당금을 받을 수 있는데,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로 일하는 소규모 농장은 산재 보험에 가입할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외국인을 위한 '체불임금 보증보험'이 따로 있기는 하지만 한도가 2백만 원에 불과합니다.
[김이찬/'지구인의 정류소' 대표 : "(고용허가제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어쨌든 여기서 일하게 소개를 했고, 고용주는 여전히 지불 능력이 안 되는 것 같고요. 이런 걸 대비해서 소액체당금 제도가 있는데 거기서도 완전히 배제돼 있죠."]
지난해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외국인노동자 체불 임금은 천 3백억 원.
언어 장벽 등으로 인해 신고조차 하지 못한 체불액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KBS 뉴스 고아름입니다.
촬영기자:권준용 황종원/그래픽:이근희
고아름 기자 (areu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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