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통화 화면 흔들리면 뇌질환?.. 비대면 설, 부모님 건강 파악법은
“어머니, 얼굴이 너무 하얗게 보여요. 집 안에만 있어서 햇빛을 너무 안 본 거 같은데요. 무릎 관절염이 악화해서 바깥출입을 안 했군요. 병원에 가서 관절염 치료를 받아야겠어요. 병원 예약 잡아드릴게요.”
따로 사는 아들이 어머니와 영상 통화를 하며 나누는 대화다. 이처럼 스마트폰 영상 통화로 안색이나 목소리, 손동작 등을 통해 질병 징조를 살필 수 있다.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고향이나 부모님 집 방문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비대면(非對面) 설이지만, 영상 통화라도 해서 안부도 묻고 부모가 자식들 걱정할까봐 말하지 않은 질병 낌새도 찾아보자.
◇화면이 자주 흔들리면 노쇠 증거
일단 부모가 영상 통화를 걸거나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인지 기능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어르신이 능숙하게 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최근 스마트폰을 통한 영상 통화 방법이 매우 간단해졌기 때문에 자녀들이 여러 번 조작법을 알려 드려도 영상 통화를 걸고 받는 법을 잘 모른다면, 인지 기능 감소로 봐야 한다. 영상 통화를 할 때 화면이 자주 흔들린다면, 근육 감소를 의심해볼 수 있다. 스마트폰 무게는 200~300으로 가볍기에 한 손으로 들고 있다고 해서 흔들리지 않는다. 화면 떨림은 노쇠로 인한 근감소증 신호일 수 있다. 손을 움켜쥐는 악력이 떨어져 있거나, 팔을 드는 근육량이 줄어든 탓이다. 때론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의 증상으로 손 떨림이 올 수 있다. 손 떨림을 유발하는 약물 복용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장일영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근감소증이 의심되면 양손의 엄지와 검지를 맞대어 고리 모양으로 만들어서 종아리 둘레를 재보게 하는 게 좋다”며 “만약 종아리가 손가락 고리 안에서 헐렁하면 근감소증이라고 보고 정밀 진단과 개선책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영상 통화를 할 때마다 부모의 옷매무새가 헝클어져 있다면, 옷차림에 신경 안 쓰는 우울증이 있거나, 팔을 어깨 높이로 올리지 못하는 오십견이나 회전근개 파열을 의심할 수 있다. 말수가 줄었어도 노인성 우울증 징조일 수 있다.
장일영 교수는 “부모님이 평소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다면 약 보관 상자를 비추게 하여 코로나로 병원 방문을 꺼려서 복용해야 하는 약이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얼굴과 목소리에 질병 단초 드러나
나이 드신 어르신의 질병 증상은 모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증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져 있어 아픈 정도로 병세를 판단하기 어렵다. 아픈 데가 없다고 말해도 무병 상태로 볼 수 없다. 대신 많은 질병의 단초가 어르신 얼굴 변화나 낯빛, 목소리에 담겨 있다. 턱과 볼 쪽 얼굴 살이 예전보다 빠졌다면, 우선 치아 상태를 살펴봐야 한다. 위아래 저작 기능을 하는 맞물린 치아가 줄면, 씹는 동작을 적게 하여 볼 근육이 줄어서 볼살이 빠져 보인다. 먹는 게 시원치 않아서 영양 부실 상태일 수 있고, 전반적인 근감소증이 얼굴 살에 나타날 수 있다. 당뇨병이 생기면 살이 일시적으로 빠질 수 있다.
통화 중에 같은 말을 자꾸 반복하거나 목소리가 전과 달리 커졌다면, 치매나 청력 감소를 의심할 수 있다. 말 할 때마다 기침을 하거나 숨차 하면, 만성폐쇄성 폐질환이나 만성기관지염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노쇠로 근감소증이 심하면, 숨을 들이쉬고 내쉬게 하는 근육도 줄어서 말할 때 숨이 찰 수 있다. 얼굴색이 유난히 하얗다면, 바깥 출입을 안 한 우울증과 비타민D 결핍 상태일 수 있다. 얼굴이 부어 있다면, 심장이나 신장 기능 감소로 인한 부종, 갑상선 기능저하증을 의심해볼 만하다.
조경환 고려대병원 노인병 클리닉 교수는 “어르신들은 해마다 얼굴이 바뀔 정도로 노화되어 가는 변화가 빠르다”며 “영상 통화할 때마다 얼굴 사진을 캡처해놓으면 신체 변화나 새로 생긴 질병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노년기에는 자기 체중의 5% 이상만 빠져도 신체에 중대한 변화를 의미하므로, 집에 체중계를 두어 매일 몸무게 재보도록 하는 게 좋다고 조 교수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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