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익 공유? 누가 벌고 손해봤나.. 작년 기업실적 뜯어보니

김기중 2021. 2. 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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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플랫폼기업 이익공유제를 위한 화상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이익공유제’의 산정 기준이 될 주요 기업들의 2020년 실적이 지난주와 이번주에 걸쳐 대부분 공개됐다. ‘이익공유’를 위해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수혜와 손해 정도가 기업 실적을 통해 어느 정도 확인돼야 한다.

지난해 국내 주요기업의 실적은 크게 엇갈렸다. 비대면(언택트) 시대를 맞아 반도체ㆍ가전 업계, 인터넷 플랫폼, 금융권 등은 비상한 반면, 자동차 등 주요 수출산업과 철강, 정유 등 원자재 업체들은 락다운(봉쇄령), 이동량 감소 등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지난해 대거 손실을 본 기업들조차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액 산출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실정이어서, 현실적으로 이익공유의 기준을 정하는 데는 많은 논란과 난관이 예상된다.


전자ㆍITㆍ금융, 비대면 타고 역대급 실적

10일 경제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표적인 이익 증가 업종은 전자ㆍIT 업계다.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삼성전자 영업이익(35조9,939억원)은 전년보다 8조원 이상 늘며 역대 네 번째로 높았다. 세계 2위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인 SK하이닉스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8.2%, 84.3% 늘어나며 ‘K-반도체’의 저력을 보여줬다. 생활가전과 TV가 주력인 LG전자는 사상 처음 연간 영업이익 3조원 시대를 열었다.

국내 양대 인터넷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기록적인 호실적을 냈다. 네이버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1.8% 늘어났고 카카오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20.5% 증가했다.

대출 급증과 주식 열풍 등을 타고 금융권도 호실적을 거둬 신한ㆍKBㆍ하나ㆍ우리 등 4대 금융지주사의 당기순이익은 10조8,000억원대에 이르렀다.


이동 급감, 경기 침체에 항공ㆍ정유ㆍ철강 직격탄

반대로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업종도 수두룩하다. 불경기와 이동제한 조치가 결정적이었다.

1년 내 여객 수요가 실종된 항공업계는 대한항공을 제외하고 모두 적자 늪에 빠졌다. 화물운송으로 돌파구를 찾은 대한항공조차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17% 감소했고,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는 영업손실 1,847억원으로 창사 후 최대 적자를 냈다. 아시아나항공도 2,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이 전망된다.

자동차업계도 세계적인 판매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현대ㆍ기아차는 그나마 내수로 버텼지만, 쌍용차는 15분기 연속 적자와 유동성 위기를 넘지 못하면서 11년 만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정유업계는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내놓았다. 4대 정유사 손실만 5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철강업계는 국내외 전방 산업 부진과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 급등이 겹치면서 이중고를 겪었다.

백화점 등 유통업계는 존립 기반을 고민할 정도다. 신세계는 영업이익이 81.1%나 감소했고, 현대백화점은 53.5% 줄었다. 롯데쇼핑도 영업이익이 19.1% 감소했다.


코로나19 손익? 업계선 "산정 불가"

지난해 코로나19라는 초대형 악재 속에 호실적을 낸 기업들은 의외로 표정이 밝지 않다. 혹시 이익공유제의 타깃이 될까봐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기업의 성과를 명확히 구분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통상 기업 손익은 △전반적인 경기 △제품 경쟁력 △마케팅 역량 △시장 트렌드 변화 △업황 △환율 △사업 구조조정 등 숱한 요인이 복합 작용해 결정되는데, 지난해 이익이 좋았다고 해서 반드시 코로나 때문만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드러나는 호실적은 코로나 사태와 별개로, 수년간 투자의 결실인 경우도 있다. 이른바 'K-배터리' 3사의 경우, 매년 거액의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해 R&D 비용은 2조원이 넘었다. 이런 투자 비용은 제외한 채 지난해 성적표만으로 코로나19 수혜를 입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계산이 어렵기는 피해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실제 정유와 자동차 업체들에 작년 코로나로 인한 피해액 추정치를 문의했지만 “산출이 불가능하다”는 답을 내놓았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수익은 다방면에서 영향을 받는다"며 "단순히 수익 늘었다고 '코로나19 수혜 업체'로 판단하는 건 문제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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