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없었다" 진정서 실체는.."감독 지시"
[뉴스데스크] ◀ 앵커 ▶
MBC가 단독 보도한 고등학교 아이스하키 감독의 상습 폭행 문제 보도, 오늘도 이어갑니다.
작년에 경찰과 교육청이 조사를 벌였는데도 혐의점을 찾아내지 못한 핵심 이유는 피해 학생들의 진정서 때문이었습니다.
저희가 이 진정서 전부를 입수해 직접 살펴봤습니다.
학생들 12명이 낸 건데, 한결같이 "감독님은 항상 잘해주셨다, 폭행은 없었다, 연출이었다"고 적혀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의문스러운데, 신수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취재팀이 구체적으로 확인한 감독의 폭행만 최소 3차례입니다.
2019년 1월과 5월, 강원도의 한 하키센터. 그리고 그해 11월 한 대학교 빙상장에서입니다.
그 외에도 상습 폭행이 있었다는 팀 관계자들의 증언을 다수 확보했습니다.
[목격자] "대표적으로 폭행을 했던 적도 있고요. 학년 전체가 맞았던 적도 있고요. (하키스틱을 이용해서 폭력을 가하셨나요?) 네. (맨손으로도 때린 경우가 있으셨어요?) 싸대기를 때린 건 기억이 나서… 애가 입술이 터져 가지고…"
하지만 작년 2월, 학생들이 관계당국에 제출한 진정서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입단 이후 피해 혹은 가해 받은 적이 없다", "감독의 구타를 목격하지 못했고 당하지도 않았다"는 겁니다.
"체벌을 목격한 적도 없고 분위기는 좋았다", "감독님은 항상 잘해주셨다"는 내용이 반복해서 적혀 있습니다.
이렇게 사실과는 너무도 다른 진술을 한 건 감독의 지시 때문이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한 피해 선수는 "감독 지시에 의해 일괄적으로 동일하게 썼다"고 털어놨고, 한 학부모는 "강요까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감독이 쓰라고 했다는 건 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감독으로부터의 폭행을 호소하던 한 학생은 고심하다가 "기억이 안 난다"고 적어내기도 했습니다.
[전용기/더불어민주당 의원] "선수들의 출전기회라든지 대학입시에도 충분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탄원서를 써줄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구조가…"
감독 측은 MBC와의 통화에서 유리한 진술을 지시하거나 강제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영상으로 확인된 2019년 1월 사건 당시 피해 학생들도 "감독님에게 부탁 드린 상황극이었다"며 "학교폭력위원회를 원하지 않는다"고 당시 적어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해당 감독이 지난달 또 다른 학생 폭행 혐의로 고소된 것을 확인하고, 그 사건까지 넘겨받아 본격적인 재수사에 착수했습니다.
MBC뉴스 신수아입니다.
신수아 기자 (newsua@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084704_349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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