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후보들 '복지 공약' 대결 과열..'선심성' 비판도
[앵커]
여야가 보궐선거에 큰돈이 드는 공약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선심성 공약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시장의 임기가 길지 않은데 과연 실현 가능하겠냐는 차원입니다. 관련 내용을 박준우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마니페스투(manifestus), 증거 또는 증거물이란 뜻의 라틴어입니다. 이 말이 이탈리아로 넘어가서 마니페스또(manifesto)가 됐다고 하는데요. 발음은 거의 비슷하지요. '과거 행적을 설명하고 미래 행동의 동기를 밝히는 공적인 선언'이란 의미로 사용됐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눈치 빠른 여정회 가족 분들은 제가 어떤 말을 하려는지 아실 거 같습니다. 매니페스토(Manifesto) 얘기입니다.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이행을 강조하는 말이지요. 1834년 영국 보수당의 당수인 로버트 필(Robert Peel)이 처음으로 도입한 개념인데요. 포퓰리즘이나 단순 선심성 공약을 경계하자는 의도였겠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매니페스토란 말이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15년 가까이 지난 지금, 현실은 어떨까요?
[나경원/전 국민의힘 의원 (지난 5일) : 결국 서울에서 독립해서 결혼하여 아이를 낳으시면 총 9년, 1억1700만원의 이자 부담 혜택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대규모 재정 투입이 필요한 공약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방금 보신 나경원 전 의원의 공약이 선심성 공약 논란의 불을 지폈는데요. 사실 통 큰 공약은 나 전 의원만 내놓은 게 아닙니다. 여야할 것 없이 서로 시의 곳간을 털어서라도 시민의 복지 향상에 힘쓰겠다고 공언한 건데요. 한 번 정리해봤습니다.
물론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민생경제 침체, 부동산 문제,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등 온갖 난제가 눈 앞에 놓인 상황이지요. 모두 돈을 풀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들입니다. 여기저기서 비슷한 공약이 나오는 이유인데요. 그래놓고는 여야 모두 서로의 공약을 헐뜯고 있는 상황입니다. '내로남불'식 비판이라고 보면 될까요? 여당 후보들의 공약 비판에 발끈한 나경원 전 의원, 오늘은 이런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요. '민주당 후보들은 '셀프디스'에 가까운 무모한 비방을 내놓고 있다'고 말이죠. 그러면서 과거 박영선 후보도 비슷한 공약을 내놨다고 꼬집었습니다. 바로 이 공약입니다.
[박영선/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2018년 4월 4일) : 둘째 아이부터 서울시가 아이를 키워드리겠다는 게 오늘 정책의 요지입니다. 아동수당 10만원에다가 서울시에서 20만원을 더 보조를 해주게 되면…]
여야 간 언쟁도 언쟁이지만 문제는 '매니페스토'의 실천입니다. 공약을 내놓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지, 효과는 있는지 등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거죠. 밝힌다 해도 납득하기 어렵거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면 현금성 복지공약에 그칠 뿐입니다. 게다가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시장은 임기가 1년 2개월입니다. 그 기간 내에 이 많은 공약을 다 지킬 수 있을까요?
[박영선/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지난달 26일) : 생애 맞춤형 복지로의 대전환도 해내겠습니다.]
[오세훈/전 서울시장 (지난달 29일) : 새롭게 가슴 뛰는 서울을 만들어내겠습니다.]
[나경원/전 국민의힘 의원 (지난달 13일) : 뭐든 해내겠다는 강단 있는 리더십.]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지난달 14일) :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사실 서울보다 판이 큰 건 부산시장 선거입니다. 여야가 이번 부산시장 선거에서 쏟아낸 공약을 한 번 살펴볼까요? 일단 가덕도 신공항 건설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어제) : 신공항 파이팅! 가덕 신공항 파이팅! ]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난 1일) : 국민의힘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적극 지지하며…]
여야 모두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나서고 있는데요. 민주당이 신공항 이슈를 띄우면서 부산 판세가 흔들리자 국민의힘도 태세를 전환한 겁니다. 특별법은 신속 추진, 조기 착공에 방점이 찍혀 있는데요. 사실 지난 2016년 정부의 사전 타당성 용역조사를 보면요, 가덕도는 비용 면에서 신공항 후보지 가운데 최하점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특별법은 예비 타당성 조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는 초대형 국책사업일 텐데 일단 짓고 본다는 말인데요. 정확한 예산도 추계가 안 되는 마당입니다. 거기다 국민의힘은 이런 공약도 내놨죠.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난 1일) : 부산 가덕도와 일본 규슈를 잇는 한·일 해저터널 건설도 적극 검토해 나갈 것입니다.]
사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1년 정부는 한일 해저터널에 대해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던 바 있는데요. 이번에 국민의힘이 제시한 안을 보면 한·일 해저터널은 가덕도에서 일본 대마도를 거쳐 후쿠오카까지 해저 147km, 육상 63km로 총 210km에 달합니다. 대마도까지는 우리가, 나머지 구간은 일본이 건설한다는 계획인데 예상 건설기간은 10년, 총공사비는 복선일 경우 180조 원으로 추정됩니다. 우리나라는 전체 3분의 1 구간만 담당하기 때문에 매년 3~7조 원이 필요하다는 건데요. 거기다 비용 절반을 민자 유치하면 예산이 덜 들 거라는 계산입니다. 여기에 시장 선거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골 공약이죠. 여당 후보인 김영춘 전 해수부장관은 돔 야구장을 짓겠다는 말도 꺼냈습니다.
[김영춘/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예비후보 (지난달 24일 / 화면출처: 유튜브 '김영춘TV') : 제가 지금 생각하는 스포츠 공약은 부산에 돔 야구장을 한번 만들자. 이렇게 해보고 싶고요. 또 (시민 구단인) 부산 자이언츠 구단을 만들자.]
이렇게 여야가 내놓은 신공항, 해저터널, 돔 구장을 모두 짓는다고 하면 어림잡아도 100조 원이 넘는 돈이 들 텐데요. 어떻게 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인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부산 얘기가 나온 김에 야당의 부산시장 후보인 이언주 전 의원의 동향 좀 살펴겠습니다.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인 우상호 의원과 때 아닌 설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인데요. 싸움의 도화선은 바로 우 의원의 이 발언이었습니다.
[우상호/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8일 / 화면출처: 유튜브 '우상호TV') : 서울에서는 안철수 후보, 부산에서는 이언주 후보 같은 분들 이번 기회에 정치권에서 퇴출시켜야 돼요.]
온갖 정당이라는 정당은 다 떠돌아다닌 철새라고 이 전 의원을 먼저 공격한 건데요. 예기치 않은 기습에 심기가 불편해진 이 전 의원, 순식간에 전투 모드에 돌입했습니다.
[영화 '성난 황소' : 저 형이 열이 진짜 딱 받잖아? 그럼 눈빛이 일단 딱 변해. 잘못 건드렸다.]
어제부터 21년 전 이야기를 소환해 우 의원을 맹공하고 있는 건데요. 지난 2000년 5월 17일, 5·18 전야에 우 의원이 86그룹 정치인들과 단란주점에서 여성 접대부를 불러 술판을 벌였던 일을 '콕' 집어 반격했습니다. 특히 당시 여성 접대부와 어울리면서 임수경 전 의원을 거칠게 잡아 끌었다고 지적했는데요. "이렇게 여성을 폄하하고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사람이 성추행이 원인이 돼 생긴 보궐선거에 출마하다니 얼마나 서울시민들을 우습게 여기면 그러겠는가"라고 주장했습니다. 우 의원이 룸살롱 사건에 대해선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란 해명을 내놨는데요. 이 전 의원, 오늘은 아예 한발 더 나아가 당시 술자리를 함께한 우상호, 송영길, 김민석 의원에 대해 정계은퇴와 함께 민주당의 출당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당시 룸살롱에서 여성 접대부들과 질펀한 술판을 벌였던 다른 참석자들도 모두 정계를 은퇴하거나 퇴출해야 정의가 사는 것"이라면서 말이죠.
[영화 '성난 황소' : 느낌 오지? 사람 잘못 건드린 거?]
우상호 의원도 오늘 "반성과 사과를 해본 적도 없는 정치 철새로부터 이런 지적을 받는 것은 참기 어렵다"고 맞받아쳤는데요. "남을 탓하기 전에 본인부터 돌아보라"고 했습니다. 여론은 어느 쪽 편일까요.
오늘 야당 발제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 여야 선심성 공약 논란…이언주, 우상호 퇴출 촉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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