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노인 재정일자리 줄자..취업자 수 100만명 줄었다

박세인 2021. 2. 1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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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거리두기로 드러난 재정일자리 민낯
'고용 버팀목' 역할하지만
"세금으로 만든 일회성 일자리" 비판도
구직자들이 10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지난 1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무려 100만명 가까이 급감하며 1998년 12월 이후 22년 1개월만에 최악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예년보다 잦은 폭설, 추위에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강화'로 인한 전반적인 악영향도 있었지만, 매달 정부의 예산 지원 속에 수십만명씩 숫자를 늘리던 60세 이상 노인 취업자가 거리두기 여파로 11년만에 처음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 결정적이었다.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27.2%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시각물_취업자 증감·실업자 수 추이

거리두기로 드러난 노인 재정일자리 '민낯'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581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8만2,000명 줄었다. 이는 100만명대였던 1998년 12월(-128만3,000명) 이후 22년 1개월 만에 월간 기준 최대 감소 폭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작년 3월부터 시작된 월간 취업자 수 감소세는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되며, 외환위기 당시 16개월(1998년 1월~1999년 4월) 이후 최장 기록을 세우고 있다.

100만명 가까운 취업자 감소는 무엇보다 노인 일자리 수 감소 탓이 컸다. 1월 고용지표의 비교 대상은 작년 1월이다. 지난해 1월 무려 50만7,000명이나 급증했던 60세 이상 취업자가 올해는 반대로 1만5,000명 줄어들면서 전체 취업자 수 통계에 더 큰 충격을 준 셈이다.

시각물_줄어든 60대 이상 취업자

60세 이상 일자리의 주축을 이루는 정부의 '재정일자리 사업'은 통상 사업공고 등을 거쳐 매년 3월에나 시작됐는데, 지난해에는 정부의 고용 확대 기조 속에 본예산이 확정되자 마자 채용 과정을 밟으면서 1월부터 곧바로 취업자 수에 반영됐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3차 확산이 연초까지 지속되면서 노인들이 모이는 일자리 사업을 지난해처럼 조기 집행하기 힘들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는 정부 재정일자리 정책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정일자리 사업은 노인과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차원의 불가피한 정책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동시에, "세금으로 만든 일회성 일자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평소에는 매달 취업자를 수십만명씩 늘리는 '고용 버팀목' 역할을 하지만, 코로나 같은 갑작스런 충격에는 순식간에 고용을 반대로 위축시킬 수 있는 취약한 일자리임을 이번 통계로 확인한 셈이다.

실제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가 21만8,000명 감소하는 와중에도,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37만5,000명이나 증가하며 전체 고용 감소폭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반대로 지난해 1월 큰 폭(56만8,000명)의 취업자 수 증가가 이번에는 '역 기저효과'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인구구조상 매년 급증하는 노인 인구를 타고 2010년 2월(4만명 감소) 이후 한번도 줄지 않았던 노인 취업자 수는 이번에 무려 10년 11개월만에 처음 줄어들었다.

시각물_연령 계층별 고용률

청년 체감실업률 27% "더 일하고싶다"

사회적 거리두기 충격은 청년층(15~29세)의 고용 상황도 훨씬 심각하게 만들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서비스업 관련 임시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 청년층에 직격탄이 된 것이다.

이에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9.5%까지 치솟았다. '체감실업률'을 보여주는 확장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무려 27.2%에 달했다. 여기에는 △일을 하고 있지만 일 하는 시간을 더 늘리고 싶은 청년(시간관련 추가 취업 가능자) △잠재적으로 취업시장에 뛰어 들 가능성이 있는 청년(잠재 경제활동인구) 등도 포함되는데, 지난해 6월 기록한 26.8%를 넘어 역대 최고치다. 청년 4명 중 1명 이상이 사실상 실업 상태라는 의미다.

지난달 실업자는 1년 전보다 41만7,000명 늘어 157만명에 달했다. 이는 실업 통계가 개편된 1999년 6월 이후 21년여 만에 최대다. 실업자가 150만명을 넘어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시각물_1월 고용, 쏟아진 불명예 기록

취업자도 아니면서 구직활동조차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1,758만명)는 86만7,000명(5.2%) 증가해 역시 19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증가 폭 역시 1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고 응답한 사람은 37만9,000명(16.2%) 늘어난 271만5,000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15~29세가 49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29.2% 늘어났고, 30대는 28만1,000명으로 33.9% 증가했다.

코로나19 3차 확산이 길어지면서 줄어든 취업자 중 89만8,000명은 서비스업 종사자였다. 숙박음식업(36만7,000명 감소), 도소매업(21만8,000명 감소) 등이 특히 큰 충격을 받았다. 수출 개선으로 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 폭은 4만6,000명으로 상대적으로 선방했지만 "다른 부문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데는 시차가 발생한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는 3만6,000명(0.2%) 증가한 반면,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는 각각 56만3,000명(-12.7%), 23만2,000명(-17.0%) 감소하는 등 충격이 지속되고 있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청년층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숙박음식점, 도소매업, 보건복지업에서 감소폭이 확대되고, 임시직 감소폭도 더 커진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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