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적극대응' 나선 靑 "블랙리스트 없다..월성 수사 납득 못해"
"월성 1호기 폐쇄는 대통령 공약, 공개적으로 추진된 사안"
(서울=뉴스1) 김현 기자,김상훈 기자 = 청와대는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0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실형 선고와 검찰의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수사와 관련해 각각 입장을 밝히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
통상 재판 진행 중이거나 검찰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사안에 대해 청와대는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다. 전날까지만 해도 "특별한 입장이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었지만, 각종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커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11일부터 설 연휴에 들어가는 만큼 설 밥상 민심을 고려해 조속히 입장 표명을 한 것으로 보인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수사 중인 사안이나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이 사건의 성격 규정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할 수가 없다"며 "이 사건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규정하는 것은 유감이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블랙리스트'는 특정 사안에 불이익을 주기 위해 작성한 지원 배제 명단을 말한다"면서 "이 사건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재판부의 설명자료 어디에도 '블랙리스트'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에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따라서 '블랙리스트'에 뒤따르는 감시나 사찰 등의 행위도 없었다. 이번 사건이 '블랙리스트' 사건이 아닌 이유"라고 덧붙였다.
앞서 법원은 전날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교체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장관에 대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함께 기소된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균형인사비서관은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환경부 공무원을 시켜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하고, 공모직 채용 과정에서 청와대 추천 후보자가 임명되도록 채용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 왔다.
청와대는 전날(9일)까지만 해도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선 언급을 자제한다"며 "구체적인 판결 내용을 확인한 뒤 필요하면 입장을 내겠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 역임 인사 중 법정구속된 사례가 처음 나온 사안임을 감안해 공식 입장을 낸 것으로 보인다.
강 대변인은 "이 사건은 정권 출범 이후에 전(前) 정부 출신 산하기관장에 사표를 제출받은 행위가 직권남용 등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여부를 다투는 사건"이라며 "앞으로 상급심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정부는 전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장 등의 임기를 존중했다"라며 "그것이 정부의 인사 정책 기조"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사례도 들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전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 임원(공공기관장 330여 명+상임감사 90여 명) 대부분이 임기를 마치거나 적법한 사유와 절차로 퇴직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 정부에서 취임해 2021년 2월 현재까지도 기관장으로 재직 중인 공공기관도 6곳(한국사회복지협의회,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과학기술원, 한국발명진흥회, 대한체육회, 환경보전협회)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따라서 이번 사건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아니며, 문재인 정부에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또 이날 월성원전 1호기 폐쇄에 대한 검찰수사와 관련해서도 "납득하기 힘들다"며 입장을 밝혔다.
강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월성 원전 1호기 폐쇄는 대통령 공약 사항으로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로 선정돼 공개 추진됐던 사안"이라며 "(이번 사안이)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일부 언론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한 경제성 평가 조작에 청와대가 직접 개입한 정황을 검찰이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이 지난 2018년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원전 담당 고위 공무원에게 "월성 1호기를 당장 가동 중단 시킬 수 있도록 원전 관련 계수(係數·수치)를 뜯어 맞춰라. 한국수력원자력을 압박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사건을 수사중인 대전지검은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전날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같은날 청와대도 이 같은 법원 결정에 "국무총리와 법무부 장관이 대정부질문에서 밝힌 것과 같은 입장"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영장이 기각된 후에도 정치권에서 이번 수사와 관련된 우려를 나타내자 정세균 총리와 박범계 장관의 발언을 토대로 간접적인 입장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정 총리는 지난 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대통령의 국정 과제는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며 "(감사권을)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 휘두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같은 자리에서 "국가 에너지 정책을 직접 목표로 하는 수사가 돼서는 안 되고 그런 수사는 아닐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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