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품귀..자동차 업계 "정부가 대만에 SOS를"

김준 선임기자 2021. 2. 10.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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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협회, 국내 수급 차질 따른 완성차 업체 피해 대책

[경향신문]

단기간 증산 어려워…올 3분기까지 글로벌 공급 부족 지속될 듯
미·독·일 등 이미 대만에 협력 요청…정부에 외교력 발휘 촉구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인한 국내 완성차 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정부가 주요 생산국인 대만에 증산 협력을 요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자동차업계에서 나왔다. 미국과 일본 등도 정부 차원에서 대만에 협력을 요청한 터라 한국 정부 역시 외교력을 통한 대응책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내 반도체와 자동차 업계가 중심이 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해외의존도를 낮추는 노력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10일 내놓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과 대응’ 보고서에서 “대만 TSMC가 글로벌 공급의 70%를 점유하는 차량 전력제어용 마이크로 컨트롤 유닛(MCU)의 공급 지연이 확산되면서 폭스바겐·도요타·GM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업체들의 공장 가동 중단과 생산량 감축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차질의 핵심인 MCU는 발주부터 납품까지 26주~38주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감안하면 오는 3분기까지 글로벌 공급 차질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수익성이 낮은 데다 결함 발생, 안전사고, 리콜에 대한 부담이 있어 신규업체들이 진입을 꺼리는 분야에 속한다. 단기간에 공급량을 확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기존 업체의 생산량 확대가 단기적으로 보면 문제 해결의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에 따라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자동차 생산국이 이미 대만 정부에 증산을 위한 협력을 요청한 상태다.TSMC는 반도체 설계도대로 위탁 생산만 해주는 파운드리 업계의 세계적 강자이며 최근 공격적으로 미국과 일본 등에 진출하고 있다.

보고서는 수급 차질 장기화에 대비해 삼성전자, DB하이텍 등 국내 파운드리 업체를 통한 대체 생산 역량 확보도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차량용 반도체는 국내 업체의 주력 생산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신규투자 인센티브, 세제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반도체 공급차질로 공장 가동 중단이나 생산량 감축을 확대하고 있다. 생산량이 줄면서 미국의 지난달 승용차 판매량은 3.7% 감소했으며 재고량도 전년 같은 달에 비해 20.2% 줄어든 277만대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한국지엠이 지난달 특근을 취소한 데 이어 이달부터 부평 2공장의 생산량 감축을 시작했다. 현대차와 기아, 르노삼성차는 아직은 생산 차질을 빚고 있지 않지만 수급불안이 3개월 이상 계속될 경우 감산이 불가피하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수익성이 낮은 소형차와 비인기 차종 위주로 생산량을 줄이며 타격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주력 모델 생산량 역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 차질은 국내 자동차업계 일부의 위기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TSMC의 증산을 대만 정부에 요청하는 등 정부 차원의 국제협력 노력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론 국내 자동차 업계와 파운드리 업계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내 차량용 반도체 개발과 생산 역량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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