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는 왜 '박원순 마케팅'에 나섰나?

최규진 기자 2021. 2. 1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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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페이스북서 "박원순 정책 계승·발전 앞장설 것"박 전 시장 아내 강난희 손편지에 응원 메시지당 내 강성 지지층 결속 시도..차별화 전략 분석도야당 '2차 가해' 비판.. "후보직 사퇴하라"논란 커지자 "유가족 슬픔 위로 차원" 해명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선언을 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예비후보(오른쪽)가 10일 올린 고(故) 박원순 전 시장 관련 페이스북 게시글(왼쪽) 〈사진=연합뉴스, 우상호 후보 페이스북〉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10일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부인 강난희 씨의 손편지를 언급하며 그를 계승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야당에서는 박 전 시장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며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우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론에 보도된 강난희 여사님의 손편지 글을 보았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얼마나 힘드셨을까"라며 "박원순 시장은 제게 혁신의 롤모델이었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논하던 동지였다"라고 적었습니다. 이어 "박원순 시장의 정책을 계승하고 그의 꿈을 발전시키는 일, 제가 앞장서겠다"라며 "박원순이 우상호고, 우상호가 박원순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서울시 정책을 펼쳐가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부인 강난희씨가 지난 6일 추모 사업 단체에 보낸 손 편지 〈사진=중앙일보〉

우 후보가 언급한 편지는 최근 소셜미디어 네트워크(SNS) 상에 올라오면서 언론에 보도된 바 있습니다. 지난 6일 박 전 시장의 배우자인 강난희 씨가 추모사업 단체인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 쪽에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강씨는 A4 용지 3장 분량의 편지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사실을 인정한 데 대해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다. 나의 남편 박원순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정치권에선 우 후보가 당내 박 전 시장의 지지층을 결집하려 했단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 등에서(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박영선 전 장관이 계속 앞서나가자 '승부수'를 던졌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특히 우 후보는 "2월 11일은 박 전 시장의 67번째 생일"이라며 "비록 고인과 함께할 수 없지만, 강난희 여사와 유가족이 힘을 내시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서울시장 예비후보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과 우상호 의원(오른쪽)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는 인권위 발표에 대한 당의 방침과도 어긋났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앞서 이낙연 대표는 지난달 27일 "인권위 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 피해자와 가족들께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라며 "피해자께서 2차 피해 없이 일상을 회복하실 수 있도록 저희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기 때문입니다.

야당도 박 전 시장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며 비판했습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인권위에서도 성추행으로 인정한 박 전 시장의 뜻을 같이하겠다는 것인가"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박 전 시장의 잘못으로 치러지는 선거에 나오려면 예비후보로서 피해자와 천만 서울시민에 대한 사과가 우선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은 "무책임한 발언이고, 피해자에게 무감각한 언행"이라며 우 의원 발언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냈습니다. 그는 "자당의 지자체장 성폭력으로 인해 발생한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도 뻔뻔스럽게 박 전 시장을 옹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 선언을 한 국민의힘 나경원 예비후보가 10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예비후보를 비판하며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사진=나경원 후보 페이스북〉

같은 서울시장 후보들도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국민의힘 나경원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페이스북에서 "강 자사야 아내로서 느낄 충격과 고통이 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적어도 이번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나선 후보라면 '박원순 찬양'을 입에 올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그 자체로 2차 가해"라고 비판했습니다. 오신환 예비후보는 "당내 경선이 아무리 급하다 해도 최소한의 분별력은 잃지 말아야 한다"라며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박원순 계승' 운운하며 피해자에게 거듭 상처를 주는 도발은 말아야 한다"라고 꼬집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10일 서울 은평구 대림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논란이 커지자 우 후보 측은 유족들에 대한 위로 차원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인권위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박 전 시장의 시정 활동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는 이날 서울 은평구 대림시장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박 전 시장의 유가족이 슬픔을 이기고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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