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장애 딛고 마침내 입학하는 '나의 천사' 고맙구나"

김경애 2021. 2. 1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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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깃든 너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순간부터 너는 엄마에게 하나님이 보내준 선물이었어.

바테르증후군(뇌병변1급 장애), 많은 사람들의 걱정을 안은 채 세상에 처음 울음을 터트리고 나온 너, 너무 작고 가냘펐지만 내 눈에 진짜 아기천사의 모습이었어.

간절히 기도한 덕분에, 84일만에 너를 품에 처음 안았을 때 엄마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바로 이런 거구나 하고 느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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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축하합니다] 초등학교 들어가는 딸 하나에게
올해 8살 입학통지서를 받은 이하나양은 다발성 복합 장애로 아직 말을 못하고 혼자 걷기 어려워 특수학교의 방문 지도를 받을 예정이다. 이정아씨 제공

내 안에 깃든 너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순간부터 너는 엄마에게 하나님이 보내준 선물이었어. 병원 초음파 속의 네 모습은 아기천사처럼 보였어. 그때마다 구름 위를 걷고 있는 것처럼 행복에 빠지곤 했지. 그래서 우리 아기천사가 다른 아기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도 엄마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너를 지켜줘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단다.

바테르증후군(뇌병변1급 장애), 많은 사람들의 걱정을 안은 채 세상에 처음 울음을 터트리고 나온 너, 너무 작고 가냘펐지만 내 눈에 진짜 아기천사의 모습이었어. 세상에 나오자마자 작은 몸으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주사바늘과 수차례 수술로 고통스러워 하는 너를 보면서,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건 하나님 앞에 기도뿐이였어. 이 작은 천사를 하나님이 엄마에게 보내주신 이유가 있을 거라고 믿었기에 모든 걸 하나님의 뜻에 맡겼단다. 간절히 기도한 덕분에, 84일만에 너를 품에 처음 안았을 때 엄마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바로 이런 거구나 하고 느꼈어.

생후 84일 만에 품에 안은 딸 하나와 눈을 맞추고 있는 엄마 이정아씨. 지금도 모녀는 눈빛으로 대화를 나눈다. 이정아씨 제공

아픈 하나를 보살피면서 모든 게 서툴러 가슴 졸이던 순간들의 연속이었어. 하지만 매 순간마다 씩씩하게 이겨내는 너를 보며 엄마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낼 수 있었고 힘이 났단다.

하나야~, 기억나니? 작년 이맘때였나, 가르친 지 수년 만에 ‘짝짝꿍’을 따라 했을 때 엄마가 너무 놀라 환호성을 질러잖아. 그런 엄마에게 세상 누구보다도 환하게 웃어주던 너, 그 눈빛은 ‘저 잘했죠?’라고 말하는 듯 했지. 엄마는 너의 웃는 표정을 보는 순간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진단다.

비록 하나가 말을 할 수 없지만 엄마는 눈빛 만으로 너의 모든 감정을 읽을 수가 있어. 처음 강아지를 보고 신기한 듯 놀라던 눈빛, 예쁜 꽃을 보고 향기를 맡으며 짓던 행복한 미소, 우리 하나와 웃고 울며 함께했던 날들이 너무도 빠르게 흘러 벌써 8년이 지났구나.

첫돌을 맞아 색동 한복을 차려입은 이하나 아기. 8살인 지금도 코나 입에 호흡보조장치를 끼고 지낸다. 이정아씨 제공

너의 초등학교 입학 통지서를 받아든 날, 엄마는 기쁘기도 하고 설레이기도 해서 밤새 잠을 한잠도 잘 수가 없었어. 엄마에겐 아직 아기천사인 하나가 올해 벌써 초등학교에 들어간다니, 축하할 일이지만 솔직히 걱정이 앞서기도 해. 혼자 걷지 못해 다른 아이들처럼 예쁜 새 옷 차려 입고 책가방 메고 엄마 손을 잡고 입학식에 갈 수는 없지만, 엄마는 하나가 특수학교나마 다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구나.

이제 엄마가 하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너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움츠러들지 말고 당당하게 세상을 헤쳐 나가렴. 물론 아직은 너 혼자 그 시선들을 헤쳐나가며 살아가기엔 많이 힘들거라는 걸 잘 알아. 엄마는 하나가 잘 이겨내며 살아 갈 수 있도록 죽는 날까지 최선을 다할 거야.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디기는 하지만 하나씩 해나가는 너에 모습을 지켜보며 엄마도 하나와 함께 성장해 나아가는 것 같아. 너무 서두르지 말고 뿌리부터 튼튼한 나무가 되어 지금껏 잘 해내온 것처럼 우리 살아가자구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의 딸 나의 천사 하나야, 초등학교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사랑해! 성남/엄마 이정아

‘원고를 기다립니다’
<한겨레>는 1988년 5월15일 창간 때 돌반지를 팔아 아이 이름으로 주식을 모아준 주주와 독자들을 기억합니다. 어언 34년째를 맞아 그 아이들이 부모가 되고 있습니다. 저출생시대 새로운 생명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축하합니다’는 새 세상을 열어갈 주인공들에게 주는 선물이자 추억이 될 것입니다. 부모는 물론 가족, 친척, 지인, 이웃 누구나 축하의 글을 사진과 함께 전자우편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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