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판결문'으로 본 靑과 환경부의 긴밀한 인사 협의
청와대서 행정관과 협의도..법원 "청와대·환경부 몫 나눠"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이 환경부 산하 기관 임원들로부터 사표제출을 받고 후임자를 누구로 할지에 대해 청와대와 긴밀하게 협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판사 김선희 임정엽 권성수)는 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김 전 장관은 법정구속됐다.
김 전 장관의 1심 판결문에는 김 전 장관을 비롯한 환경부 공무원들이 청와대와 긴밀하게 공공기관 임원들 인사와 관련한 협의를 나눈 사실들이 적시돼 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가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이 환경부 장관으로 취임한 2017년 7월 전월인 6월5일부터 환경부 운영지원과에서는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의 약력과 임기, 보수, 추천기관 등을 기재한 임원현황자료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후 김 전 장관이 취임하고 6일 뒤 환경부 운영지원과 인사팀장 A씨는 임원현황자료를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실 행정관 윤모씨에게 이메일로 전달했다.
김 전 장관은 환경부 운영지원과장인 B씨에게 "새 정부가 출범하니 임원들에게 재신임 여부를 물어야겠다"고 지시했고, 정씨는 같은과 소속 사무관과 함께 연내 교체가 필요한 임원들을 선정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했다.
환경부 운영지원과는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의 약력, 임기, 보수, 세평을 기재한 문서를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실 요청을 받아 작성한 뒤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환경부 공무원들은 김 전 장관으로부터 공공기관 임원 교체 계획을 수립하라는 지시를 받고 '임원 교체 계획 문건'을 작성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했다. 이 문건에는 임원별로 청와대 추천자, 환경부 추천자, 내부승진자 여부가 표기돼 있었다.
이후 B씨는 2017년 7월20일 청와대에서 윤 행정관을 만나 임원 교체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했다.
윤 행정관은 연내 임기가 만료되는 임원의 경우 임기만료 시기에 맞춰 순차적으로 교체하고, 2017년 이후 임기가 만료되는 임원들에 대해서는 교체·연임 여부를 자체작으로 판단하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또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등 총 8명에 대해서 우선 교체하기로 협의를 했다. 이 협의내용은 김 전 장관에게 문건으로 보고됐다.
같은 해 8월20일 B씨는 윤씨를 다시 만나 협의를 하면서 청와대 추천직인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경영기획본부장, 국립공원관리공단 상임감사 등에 대해서도 환경부에서 추천하겠다고 건의했다. 그러나 윤 행정관은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환경부가 수립한 임원들에 대한 일괄사표 계획은 청와대가 "인사검증이 몰려 임원들에 대한 인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한 차례 연기됐다. 한 차례 계획이 무산된 이후에도 환경부와 청와대는 지속적으로 후임 인사를 위해 협의를 했고, A씨는 같은해 9월과 11월, 세 차례에 걸쳐 윤 행정관에게 추천 후보가 적힌 문건을 이메일로 전송했다.
김 전 장관은 같은해 12월6일 환경부 운영지원과장으로 부임한 C씨에게는 "임원 교체 문제는 그동안 청와대 협의 등이 진행돼 온 일이 많으니 앞으로 B국장과 잘 상의해 업무를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B씨는 C씨에게 인수인계를 하면서 "임원 교체 문제는 장관님 부임하시자마자 진행됐어야 할 문제인데 그동안 청와대와 협의하느라 늦어졌다. 내년 1~2월까지는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게 장관님 방침"이라고 전달도 했다.
이후 C씨는 임원들의 사표를 받았고 임원 교체 진행상황을 정리한 문건을 작성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했다. 이후 C씨는 '임원교체 진행상황' 문건을 청와대에 갖고 가 윤 행정관과 후임 인선에 관해 협의를 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근거들을 토대로 "청와대와 환경부가 몫을 나눠 특정인을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으로 내정하고, 환경부 몫의 임원에 대해서는 청와대로부터 내정승인을 받은 뒤 형식적 공모절차를 거쳐 임원으로 임명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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