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북적'.."요즘만 같으면 살 것 같아"
[경향신문]
“설에 자식 못 와도 장 봐야죠”
골목마다 빼곡, 모처럼 활기
일부 가게는 줄 서서 기다려
채소좌판도 “다 팔 것 같다”
공산품·건어물 가게는 ‘썰렁’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무리 설쳐대도 설은 설이지요. 요즘만 같으면 살 것 같네요.”
설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 9일 오후 전북 전주 모래내시장. 220개 점포가 들어선 전주시내 ‘3대 전통시장’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기자가 이곳을 찾으려고 마음먹을 때만 해도 코로나19 직격탄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으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현장으로 들어가보니 상황은 달랐다. 시장 골목마다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빼곡했다. 일부 가게는 줄을 서 있기도 했다. 모처럼 활력 넘치는 전통시장의 저력을 보는 듯했다.
한 생선가게 앞에 사람들이 몰려 있어 가보니 주인은 흥정을 하느라 곁눈질할 틈이 없었다. 취재를 나왔다고 말하자 주인 김선숙씨가 “지금은 바쁘니 좀 있다 오라”며 손사래를 쳤다. 아내와 함께 나온 박민영씨는 “전통시장은 장점이 많아 이곳에 와서 장을 보곤 한다”면서 “서울에 사는 아들딸은 내려오지 못하게 했지만 우리끼리 명태전이라도 부쳐 먹고 싶어 생선가게에 들렀다”고 말했다.
시골에서 직접 농사지은 채소를 내다팔고 있는 좌판에도 손님들이 쏠쏠하게 다녀갔다. 당근과 무 등을 팔러 나온 이명자씨는 “다 팔아봤자 몇 푼 안 되지만 정성껏 키운 것들이니 찾는 이들이 많다”며 “오늘은 가지고 온 채소를 다 팔고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설 대목이라고 해서 전통시장 모든 상점이 다 호황을 누리지는 않았다. 생선과 채소, 정육 등 먹거리 가게들은 대목 특수를 누리는 듯했지만 옷가게 등 공산품이나 건어물 가게 등은 썰렁했다. “코로나19 이후 전통시장의 양극화가 더 심화하고 있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백순자씨는 “먹거리 업종은 손님이 많지만 우리 가게는 너무 힘들어 임대료도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명절을 맞았지만 설빔을 찾는 사람은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가 재난지원금 지급 등 잘하고 있기 때문에 불만은 없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사라져야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부부가 건어물 가게를 하는 정철수씨도 힘겨움을 털어놨다. 정씨는 “건어물 가게는 제사를 지내는 사람이 줄어든 데다 학교급식이 도입되면서 도시락이 사라져 사양 업종이 됐다”며 “근근이 버티고는 있지만 이런 상태라면 언제까지 가게를 지키고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곳 상인들은 지난해 추석보다 설 대목 경기가 훨씬 나아졌다는 데는 공감했다.
모래내전통시장상인회 이명신 실장은 “모래내시장은 채소가 신선하고 유통이 빨라 시내 전통시장 중 가장 많은 시민들이 찾아주는 곳”이라면서 “감사하게도 설 명절 대목에 시골장다운 북적거림을 느껴보고 있다. 이것이 우리에게 큰 희망”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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