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유혈사태에도 5일째 거리 시위..공무원·경찰도 동참
유엔, 특별인권이사회의 열기로..미국 등도 군부 강력 비난
[경향신문]
경찰의 실탄 사격 등 강경진압에도 불구하고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미얀마 시민들의 거리시위가 닷새째 이어졌다. 실탄 발포에 2명이 중태에 빠졌다는 현지언론 보도가 나온 가운데 공무원과 경찰들까지 시위에 가담했다.
10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얀마 수도 네피도와 최대 도시 양곤 등에서 5일째 시위가 벌어졌다. 정부 청사가 있는 네피도에서는 유니폼을 입은 공무원 수백명이 “사무실로 가지 마라, 우리 자신을 해방하자”고 외쳤다. 동부 까야주에서는 경찰 수십명이 시위대에 합류해 ‘우리는 국민 편이다’라는 손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양곤에 이어 만달레이 유명 사찰의 승려들도 이날 시위에 참여했다. 교사들은 양곤의 미 대사관 앞에 모여 쿠데타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전날 최루탄과 물대포, 고무탄을 동원해 시위대 해산에 나섰던 것과 달리 경찰은 이날 오전까지는 무력 행사를 자제했다.
전날 네피도에서는 3명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는 등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네피도에서 열린 시위에서 경찰이 고무탄을 쏜 뒤 최소 20명이 부상당했고, 2명이 중태라고 전했다.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도 경찰이 최루탄과 고무탄, 물대포를 동원한 강경 진압에 나섰고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경찰은 이날 밤늦게 아웅산 수지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당사를 긴급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군부의 폭력을 고발했다. SNS에는 ‘미얀마를 구하라’(#SaveMyanmar)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누는 모습, 피 흘리는 시민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한 시민은 총 탄두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경찰이 발포했다”고 주장했다. 시위대 사이에 최루가스로 추정되는 하얀 연기가 올라오는 사진, 경찰이 시위대를 체포하는 사진도 게시됐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9일 쿠데타에 반대하며 거리로 나선 시민 세력의 최전선에 소셜미디어에 능수능란한 ‘Z세대’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Z세대는 1990년대 말에 태어나 미얀마의 민주개혁 시기를 경험한 24세 이하 젊은층을 말한다.
시위가 무력 사태로 치닫자 유엔은 사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특별 인권이사회의를 열기로 했다. 유엔은 9일 보도자료를 통해 “12일 온라인 특별 회의를 열고, 쿠데타가 일어난 미얀마의 인권 상황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의는 영국과 유럽연합(EU)이 공식 요청하고, 47개 이사국 중 한국과 독일, 프랑스, 일본 등 19개국이 지지해 열리게 됐다.
국제사회는 무력을 행사한 미얀마 군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시위대를 향한 폭력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면서 “모든 버마(미얀마의 옛 이름) 국민은 표현, 결사, 평화로운 시위를 포함한 집회의 자유가 있다”고 밝혔다.
올라 알름그렌 유엔 미얀마 인도주의 조정관도 성명에서 “시위대를 향한 과도한 폭력 사용은 용납할 수 없다”며 비판했다. 동남아시아 나라들이 이번 사태에 말을 아끼는 것과 대조적으로 테오도로 록신 필리핀 외무장관은 “필리핀은 미얀마의 완전한 민주주의를 향한 진전을 지지해왔다. 이전 상황으로 회복해야 한다”고 군부를 압박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1일 무력으로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을 감금한 뒤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쿠데타 직후 미얀마 시민들은 SNS에 저항을 의미하는 ‘세 손가락 경례’와 수지 고문을 지지한다는 뜻의 ‘빨간색 리본’ 사진을 올리는 등 비폭력 불복종 시위를 열었다. 하지만 군부가 야간통행과 집회를 금지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자 거리시위는 미얀마 전역으로 확산됐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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