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박원순 계승"..당 안팎서 "2차 가해" 비판

박홍두 기자 2021. 2. 1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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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시장 부인 편지 언급 "내 롤모델"..강성 지지층에 호소

[경향신문]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예비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빨간 잠만경 앞에서 \'더청년과 함께하는 정책소통\' 간담회를 가지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사진)이 10일 “박원순 시장은 제게 혁신의 ‘롤 모델’이었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논하던 동지”라며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당내 경선을 앞두고 지지층에 호소하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으로 치르는 보궐선거에서 책임이 있는 여당 후보가 ‘2차 가해’를 저질렀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우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박 전 시장의 부인 강난희 여사가 박 전 시장의 무고를 주장하며 ‘내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도 나의 동지’라고 쓴 편지글을 언급하면서 “(강 여사의) 글을 읽으면서 울컥했다. 이를 악물고 있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며 “(박 전 시장이) 얼마나 힘드셨을까! 어떻게 견디셨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시장의 정책을 계승하고 그의 꿈을 발전시키는 일, 제가 앞장서겠다”며 “박원순이 우상호고, 우상호가 박원순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서울시 정책을 펼쳐가겠다”고 말했다.

무고를 주장하는 강 여사의 글을 언급하면서 박 전 시장을 계승하겠다는 우 의원의 발언은 당내 강성 지지층에 호소하는 전략으로 읽힌다. 설연휴 직후 열리는 민주당 내 서울시장 경선은 당원 투표가 50%를 차지한다. 일반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는 우 의원으로서는 당원들을 공략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야당을 비롯해 당 안팎에서는 비판이 잇따랐다. 민주당 한 의원은 통화에서 “당대표도 사과했는데 후보가 이렇게 말하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그나마 ‘성추행 심판’ 여론이 잠잠해졌는데 여권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피해자의 인권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더라면 오늘과 같은 망언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우 의원은 2차 가해 비판에 기자들과 만나 “슬픔에 잠긴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쓴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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